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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난 아줌마가 미국에 가서...[14]크리스마스 장식


BY ns05030414 2001-12-17

아줌마는 멕클레인으로 이사하고 나서 그 동네가 마음에 들었다.
부자 나라 미국에서도 부자들이 가장 많이 모여 산다는 동네다.
사람들은 부자동네하면 캘리포니아의 비버리힐스를 꼽지만 이 곳이 진짜 부자동네란다.
평균 소득을 따져볼 때 미국 전체 카운티 중에 최고가 버지니아의 멕클레인이라는 신문기사가 있었다.
진짜 부자는 그렇게 요란스럽게 자랑을 하지 않는 것인가 보다.
자동차로 이 골목 저 골목 구경삼아 다니면서 아줌마는 솔직히 이해가 안 될 때도 있었다.
왜 이곳이 최고 부자 동네인가 하는 것이...
가난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겉으로 봐서 고개가 끄덕여질 만큼 부자들이 모여 사는 곳 같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저 좀 넉넉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아줌마는 이 곳보다 고급 주택들이 모여있는 곳도 여러번 본 적이 있다.
하긴 그래서 아줌마는 이 곳이 더욱 마음에 드는 지도 모른다.
부자들이 모여 산다지만 아줌마를 기 죽게 하는 곳이 아니어서...
멕클레인이라고 다 같은 것은 물론 아니다.
여러 작은 동네들로 나뉘고 또 그 작은 동네마다 조금씩 다른 특성들을 지니고 있었다.
아줌마가 사는 곳은 그 중에서도 중간 이상이 되어보이는 집들이 모여 동네를 이룬 곳이었다.

아름다운 동네였다.
봄이 되면 미처 눈이 녹기도 전에 크로커스가 피어났다.
어떤집은 출입구 옆에 무더기로 피기도 하고, 어떤 집은 나무 밑에 무리지어 피어 있기도 하였다.
잔디밭 여기 저기 크로커스가 피어 가꾸지 않고 저절로 핀 것 같이 보이는 집도 있었다.
일부러 자연스런 느낌을 위해 그렇게 가꾼 것이라고 하였다.
크로커스 뒤를 이어 수선화가 피고 튜울립이 피었다.
풀꽃들 뿐이 아니었다.
벚꽃을 시작으로 개나리, 박태기, 목련, 도그우드, 철쭉등의 나무 꽃들도 차례차례 꽃을 피웠다.
아줌마가 이름도 모르는 풀꽃, 나무꽃들도 많았다.
집집마다 꽃을 가꾸지 않는 집이 없었다.
잔디밭은 언제 어느 집을 봐도 잘 손질되어 있었다.
언제 보아도 어느 한 곳 흐트러짐 없이 단정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동네였다.

크리스마스 철이 되었다.
미국의 크리스마스 철은 추수 감사절 부터 시작이다.
추수 감사절이 지나면 사람들은 집 안팎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시작한다.
조금 일찍 하고 늦게 하고의 차이는 있지만...
가난한 동네는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지 않는 집도 많다.
그러나 부자 동네로 갈 수록 그 장식이 화려하고 한 집도 빠지는 집이 없다.
밤이 되면 사람들은 부자동네로 구경을 가기도 한다.
집 앞의 나무에 반짝이는 전구를 달아두는 것은 기본이다.
어떤집은 반짝이는 선을 이용해 그린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지붕도, 기둥도, 창문도, 도어도 모두 반짝이는 전구로 테를 두른 때문이다.
인형들을 이용하여 예수의 탄생을 재현해 놓은 곳도 있고, 사슴이 끄는 썰매를 타고 달리는 산타 모양의 장식도 있다.
거실 창문으로 들여다 보이는 곳에는 당연히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다.
아줌마는 저녁을 먹고나서 자동차로 동네를 한 바퀴 일부러 돌기도 하였다.
항상 아름다운 동네라고 생각하며 살았지만 이 때 만큼 아름답게 보인 적이 없었다.
어두워지면 온 동네가 반짝반짝 빛이 났다.

추수 감사절이 지나고 한 집 한 집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는 집이 늘어가더니, 크리스마스가 보름 쯤 남았을 때, 이제 장식을 하지 않은 집이 하나도 없었다.
아줌마 집을 빼고...
아줌마는 집 안에 큼직한 크리스마스 트리를 하나 장식하는 것으로 만족하려 했다.
다른 사람들 처럼 장식을 하려면 적지 않은 돈이 들거라는 것을 알았기에...
그렇다고 집 앞의 철쭉나무 위로 반짝이는 전구 몇 개를 올려 놓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다른 집과 비교되어 더욱 초라해 보일 것이기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웃에 사는 할머니를 만났다.
이사 온 후 아줌마를 많이 도와준 고마운 할머니다.
반갑게 서로 인사한 후 할머니는 물었다.
크리스마스 장식을 언제 할 생각이냐고...
할머니의 얼굴에는 염려의 빛이 깃들어 있었다.
아줌마는 알았다.
할머니가 하고 싶은 말을...
좋은 동네에서는 잔디를 제 때 깎지 않으면 이웃 사람들이 잔디 깎는 사람을 불러다 깎고 청구서를 보내기도 한다는 말은 아줌마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지 않는다고 이웃이 상관할 거라곤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아줌마는 미안하다고 말하였다.
자기가 바빠서 좀 늦어졌노라고 하면서 내일 할 계획이라고 둘러부쳤다.
아줌마는 부자 동네에서 살기 위해 지불할 것이 있음을 잠시 잊었던 것이다.
그 곳에 살기 위해선 그 사람들이 하는 것을 따라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아줌마가 저녁식사 후 즐기는 아름다운 풍경을 다른 사람도 즐길 수 있도록 아줌마는 아줌마 몫의 의무를 해야 했던 것이다.
다음 날 아줌마는 집 앞에 반짝이는 사슴 두 마리를 사다 두었다.
철쭉나무 위에도 반짝이는 전구를 늘어뜨려 두었다.
현관 문 주위에도 반짝이는 전구를 달았다.
그 것이 이 곳에 살면서 해야할 최소한의 의무였기에...
아름다운 동네는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