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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유스호스텔에서 있었던 이야기


BY 추 정림 2001-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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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남편과 함께 미국의 서부를 여행 할 때의 일 이다.
우리는 여행의 경비를 줄이기 위해 최대한의 절약을 목표로 정 했는 데 그 중의 한 가지가 비싼 호텔 대신에 값이 싼 유스호스텔의 회원권을 국내에서 구입해서 활용하는 것 이었다.

L.A의 관광을 하고 그 날 밤에 묵을 숙소를 유명한 헐리우드의 선.셋 대로에 있다는 유스호스텔을 지도를 보며 찾느라고 밤이 이슥해서야 찾아 들어 갔다.회원권을 제시하고 방을 배정 받아서 들어 갔는 데 지친 우리를 맞이한 그 곳은 너무도 허름한 방 이었다.

거의 싱글에 가까운 삐걱거리는 침대에 창문도 없는 구석방에 화장실도 욕실도 없었다.하루종일 관광에 그리고 복잡한 골목 깊숙히 들어 앉은 그 곳을 찾느라고 헤매 다녀서 몸은 너무도 피곤하고 생각보다 너무도 후진 시설에 짜증이 났으나 샤워는 해야 했다.

샤워실을 찾아 방을 나서니 긴 복도는 어두웠고 사람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을 만큼 늦은 시간이기도 했다.우리 방은 5층 이였는 데 여자 샤워실이 2층에 있다는 표시만 보고 더듬거리며 긴 복도 끝에 있는 계단으로 내려 가는데 괴괴한 분위기가 너무 으스스 했으나 다행히 샤워실을 찾아서 샤워를 한 후에 다시 복도로 나왔다.

다시 두려운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계단을 오르는 데 누군가의 기척을 느끼고 뒤 돌아 보니 희끄므레한 불빛 저편에서 흑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걸어 오고 있었다.가슴은 두근 거렸으나 침착하게 천천히 이상하게 설계 된 게단<원형의 계단이라 한층의 계단을 가려면 긴 복도를 거쳐서 다음 층으로 갈 수 있게 되어 있었다>을 따라서 올라 가야 했다.

왜 그렇게 복도가 길었는 지, 아마도 두려움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꼈는 지도 모르겠지만 숨을 죽이며 드디어 5층의 계단을 지나 복도로 들어 섰을 때...내 오른쪽 어깨에 사람의 손이 얹어 지는것을 느끼고 소스라치게 놀라서 반사적으로 돌아 섰다.숨이 멎을것 같은 공포속에 키가 무지 큰 흑인을 바라 보았다.

나도 모르게 한국말이 튀어 나왔다"왜 그러세요?" 그러자 그 흑인은 아주 선량한 눈에 미소를 띄우며 영어로 "화장실을 찾고 있나요?"하고 묻는 것이 아닌가?"오우!!노우..땡큐"했더니 "아임 쏘리"하며 멋적게 웃으며 되돌아 갔다.길 찾느라 신경을 곤두세웠던 탓에 남편이 함께 찾아 주겠다는 것을 뿌리치고 간 크게 나섰다가 먼저 샤워를 끝내고 돌아와 있는 남편에게 다시 화 풀이를 하고 그 날밤은 서로 등을 대고 잤다.

다음 날 아침에 차를 몰고 골목을 빠져 나오는 데 보니 바로 우리가 묵었던 숙소 건너편에 있는 모텔은 우리가 숙박비로 낸 45불<남편은 회원 카드가 있어서 20불이고 나는 25불이었다>보다 싼 40불 인 것을 보고 또 한번 어이없는 쓴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그러나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 때 생각을 하면 등골이 오싹하고 쓴 웃음이 나지만 잊을 수 없는 추억꺼리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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