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출장 갔다가 일찍 퇴근했다.
아내의 다리 밑에서 주워 온 내 아들놈은
아직도 운전학원에 있는 모양이다.
지금 시간이 6시 10분.
오늘 저녘은 내가 준비 해야겠다.
밥은?
우이쒸! 밥통에 밥이 없다.
나는 그 잘난 실력으로 밥 짓기를 시작 한다.
(이상하게도 나는 밥물 조절을 못한다.)
물을 조금 더 붓고 시작한다.
아마도, 오늘 밥 역시 거의 죽처럼 되겠지?
그래도 나만의 비결이 있다.
밥이 다되면 뚜껑을 열고 막 휘저으면서 후후 불며,
주걱으로 부채질을 한다.
이렇게 하면 습기가 빠져 나가서 그럭저럭 먹을 만 하다.
(좀 질어도 아내는 늘 맛있다고 위로한다.)
돼지 생 목살을 길다랗게 잘라서 바삭 하게 튀겨 내고,
계란 후라이를 모양 있게 접시에 담은 후,
먹을 만한 반찬을 꺼내어 식탁에 늘어 놓는다.
수저를 놓는데 아내가 퇴근하였다.
늘 하는 인사 치레를 하고 식탁에 마주 앉아,
아내의 주절거리는 이야기를 들으며 식사를 하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든다.
뭘까?
밥을 다 먹고 숭늉을 먹으려다,
(밥이 조금 탔다---아니, 많이 탔다.)
문득 스치는 생각,
아차, 오늘 떡국 먹으려고 재료 준비 했었지?
아내가 날 보며 “바~부”하고 웃는다.
나는 아내의 햇살 같은 맑은 웃음이 좋다.
연애 할 때도 깔깔거리며 맑게 웃는 그 웃음이 좋았다.
아내의 웃음 소리를 들으면 덩달아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설거지를 마친 아내가 과일을 깎아서 권한다.
둘이 한참 재미있게 이야기를 하며 분위기를 돋우는데,
아들놈이 오늘따라 일찍 들어온다.
제기랄!
오늘도 밀린 숙제하기 틀렸군.
Magic show 때문에 일주일이나 밀렸는데
이놈은 시도 때도 없이 안방을 들락거린다.
알 거 다 아는 놈이 눈치도 없이.
숙제를 열심히 하면
뇌 중풍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신문에 나왔던 데,
아들놈에게 사실대로 이야기하고
협조를 구해 볼까?
오늘도 아내는 열심히 뉴스를 본다.
8시 뉴스 다 보고,
그것도 모자라서 9시 뉴스 또 보고,
조금 있다가 11시 뉴스도 역시 끝까지 보고.
그리고는 한마디 한다.
"여자도 세상 돌아가는 상황을 알아야 혀."
그런데 신문에 나온 뇌 중풍 예방 건은
왜?
왜?
왜?
왜 안 읽는겨?
나는 오늘도 작은 마누라 옆에 끼고 먼저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