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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BY 사랑 2002-01-22



*♨* ♬ 향 수 ♬ 그 먼 옛날 긴긴 겨울 밤 사랑방 한편에는 화롯불이 따뜻하게 제구실을 하고 옹기종기 모여 앉은 사랑방 마실 군들 화로에서 익어 가는 군밤 단 맛에 고향의 향수에 흠뻑 젖어서 엄동설한 긴긴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희미한 호롱불도 군밤 단내에 제 몸 살라 희생하며 단밤을 하얗게 지새웠다고 그 먼 옛날 겹겹이 쌓아온 세월의 흔적들은 할머니의 지팡이에 검버섯이 돋아나고 백발모발 듬성듬성 바람이 스며드니 앞니 빠진 사이로 교훈말씀 새나가도 옹기종기 모여 앉은 도련님들에게 장화홍련전 흥부놀부전 예기 책을 구슬프게 읊어대는 앞니 빠진 할머니의 구성진 넋두리에 또랑또랑 도련님들 눈망울에도 창호지 방문을 내리치며 호령하던 칼바람도 황소바람 막아주던 빗살무늬 문풍지도 소리 높여 목놓아 구슬프게 울었다고 칠흑 같은 하늘에서 소리 없이 내려온 하얀 손님은 가물가물 희미한 호롱불 빛을 따라 조심조심 찾아와 싸리문 살며시 밀고 들어와 방안온기 그리워 눈치를 살피다가 불빛 새는 빗살무늬 창틀에 앉아 스르르 곤한 잠에 밤새는 줄 모르다가 방긋하고 미소짓는 아침햇살 눈총에 슬면서 흔적을 지워버렸다고 - 사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