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살 꽃다운 나이에 대학을 졸업하고는
바로 아줌마라는 딱지를 붙였다.
무슨 자랑은 아니지만 밥이나 할줄 알았지 그외 제대로 할수 있는 요리조차 아니 반찬조차 없었다. 거기다 맞벌이까지 했으니 살림 늘릴 기회도 별로 없었다. 주로 사먹고 얻어먹고 다녔다.
그러다 첫 명절이 왔다.
도시에서만 살다 시댁이 시골인 집안으로 거기다 장손며느리로 멋모르고 결혼해서는 어찌되었건 명절을 보내러 내려갔다.
아침에 늦잠 자서 시어머니께서 차려주시는 밥상에 앉아 밥을 먹었다. 커피까지 한잔 걸치고 호기롭게 음식 준비를 하리라 이것저것 꺼냈다.
어머님께서 전 부칠 재료(부추니 홍합이니 고추니 등등)를 주시면서 잠시 어딜 다녀 오신단다.
전이야 전에도 부치는걸 보긴했으니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잘 다녀오시랬다.
재료를 씻고 다듬고 자르고 막 버무리려는 순간 밀가루와 동시에 찹쌀가루가 내 눈에 들어왔다.
난 단순하게 필요해서 꺼내 놓으신지 알았다. '응! 큰집에서는 전도 맛있게 하려고 밀가루보다 고급인 찹쌀가루를 쓰는가보다'라고....
재료에다 찹쌀가루를 팍팍 부었다. 내가 원래 손이 좀 큰편이라 넉넉하게 부었다. 물을 붓고 간을 맞추고는 '아참! 찹쌀만 쓰면 너무 늘어져서 밀가루도 좀 넣어야겠다. 새알심 만들때도 찹쌀만 쓰지 않았잖아.' 제법 아는체를 하면서 선심 쓰듯 밀가루를 쬐금 섞었다.
드디어 멋지게 전을 부치리라 팬에 기름을 두르고 재료를 부어 모양을 동그랗게 예쁘게 만들고 익기를 기다렸다
이제 중요한 뒤집기 시범이 있겠습니다.짜짠~~~~~~~
밑으로 뒤지개를 넣어 우아하게 뒤집으려는데
찌익~~~~~~~
늘어나기만 하고 뒤집히지 않는 지지미
첫번째것 실패. 얼른 아무도 모르게 재빨리 실패물을 처리하고는 밀가루를 더 부어 재시도. 그래도 뒤집어지지 않는 무정한 찹쌀전.
밀가루 더 붓고 재시도.
흑흑 이제는 어찌하나 눈물이 어린다.
신랑더러 지짐 굽다 실패했으니 어디 가서 재료를 다시 구해오라니 무정한 사람 잔다고 귓등으로 흘리며 대강 해 놓으란다.
다시 앉아 밀가루를 팍팍 부어서 어찌어찌 그 많던것들을 부쳐났다
어머님이 오셔서 찹쌀가루를 보시고 의아해 하셨지만 어찌됐건 전은 부쳐져 있었다.
그리고......
온 동네에 누구누구네 새댁이 찹쌀지짐을 부쳤다고 소문이 났다.
소문 듣고 찾아오신 작은 아버님 드셔 보시더니
"맛은 좋구나!"
그래서 난 푼수처럼 다시 활짝 웃을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