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모와 둘째네는 전주에서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산다.
설을 위해 어제 무궁화호로 상경했다.
세시 쯤 도착했다.
둘째는 맞벌이 부부다.
항상 바쁜 그들은 서울 구경도 해 본 적이 거의 없다.
우리 집은 코엑스 몰에서 가까운 곳이다.
동서에게 말했다.
코엑스 몰의 수족관이 볼만하니 아이들 데리고 구경가라고...
동서는 명절 음식 준비하는 것을 도와야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걱정마, 가서 놀고 와도 굶지 않고 먹을 수 있도록 내가 준비해 둘테니까..."
그래도 망설이는 동서에게 말했다.
"누구는 해외여행도 하는데 서울 구경 좀 하는 것이 어때서..., 염려말고 다녀와..."
세째 내외는 아이들을 데리고 싱가포르에 구경을 갔음을 상기시킨 말이다.
그래서 둘째네는 아이들 데리고 시부모 모시고 코엑스로 수족관 구경을 다녀왔다.
우리 집엔 남들이 말하는 명절 증후군 같은 것은 없다.
맏며느리인 내가 엉터리이니 다른 며느리들이 덩달아 편하다.
힘든 것을 나는 애써 직접하려고 하지 않는다.
떡도 사고, 전도 부쳐 놓은 것을 사다 사용한다.
힘들 일이 없으니 동서들이 늦게 오는 것에 대해 불평할 일이 없다.
해외여행 가는 일이 미안해 어쩔 줄 모르는 동서에게 시원스레 말로 인심을 쓴다.
"염려말고 다녀 와, 아이들은 어릴 때 여행을 많이 하는 것이 좋다잖아."
어차피 다녀오기로 한 여행을 편안한 마음으로 다녀오게 하고 싶다.
행여 세째가 해외여행을 갔는데, 자기는 음식 준비하는 일로 힘들어 섭섭한 마음이 될 지도 모를 둘째를, 그렇게 쫓다시피 수족관 구경을 보내놓고 나는 마음이 뿌듯하다.
시집 식구들의 화목을 도모하는 일이 내 일이라고 나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구경에서 돌아 온 둘째네와 준비된 음식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설겆이는 둘째 내외가 맡았다.
시동생은 그릇에 비누칠을 하고 동서는 물로 헹궜다.
난 남은 음식을 정리하고 남편은 과일을 깎았다.
울 시부모는 그런 모습에 맘 상해 하지 않는다.
참 많이 변하신 것이다.
처음 결혼 했을 때 우리 남편은 부엌에 얼씬거리면 **떨어지는 줄 알고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던 사람이다.
울 시어머니가 그렇게 키웠기 때문에...
지난 해 까지만 해도 시동생도 부엌일을 도와주진 않는다고 동서는 말했었다.
기껏해야 도와주는 것이 청소기로 청소하는 일을 도와준다고 하였었다.
지난 해 설날 항상 어깨에 힘 주고 대장 노릇하기 좋아하는 형이 설겆이를 하겠다고 나서는 모습에 자극을 받아서 변했는 지도 모른다.
지난 해 설날 남편이 설겆이를 한다고 나서자 시동생들이 나서서 상을 정리하고 청소하고 하였던 것이다.
나는 내가 맏며느리인 것이 좋다.
한 집안의 문화를 바꿀 수 있는 위치라는 생각에서다.
설날 차례상도 전래의 차례상 차림이 아니었다.
그저 가족들이 먹을 음식을 차린 상이었다.
물론 울 시아버지는 그 것에 불만이 있으신 것을 안다.
그러나 난 전통을 그대로 따를 마음이 없다.
전래의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이라는 생각에 동의할 수 없으므로...
보다 편리하고 개선된 설날을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도 우리의 몫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