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엔 명절이 너무나 싫었다. 지긋지긋했다.
작년 갑작스런 어머님의 임종이후 두번의 명절을 보냈다.
생전의 어머님은 말이 많았다. 뭐든지 당신이 최고고 당신말이 곧 법
인 분이었다. 일찍 혼자 되신 분이라 너무나 까다롭고 주장이 강해서
길을 가도 어머님 원하는대로 가야 조용한분이셨다.
당연히 명절이 너무 싫었다. 음식을 해도 일관성이 없었다. 다해놓은
음식을 담는것도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달랐다. 그릇이 크다, 작다부
터 시작해서 부침이 얇니, 두껍니... 일하다가도 엎어버리고 싶을때가
한두번이 아니었고 대답조차도 하기 싫을때가 많았다. 그때 어떻게
다 참았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되고 그생각만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그
렇게 살았는 내가 바보스럽다.
당신없는 명절을 두번 보냈다. 살아생전에 혼자 다짐했다. 살아계실때
최선을 다하는대신 돌아가시고나면 제사고 뭐고 일체 형님하자는대로
할꺼라고. 물론 형님이 잘 못한다. 시누는 불만일꺼다. 그러나 평소
에 내가 한말이 있으니 나한테 하라 소리는 못한다.
이제는 명절전날 가서 명절날 차례지내고 좀 쉬다가 내려온다. 친척이
없으니 올사람도 없고 좋다. 장을 적게 봐놓으면 적게하고 빠진게 있
으면 그대로 하고... 내가 생각해도 내가 너무 뺀질대는거 같다. 그러
나 더는 싫다. 비록 집안 일은 시원스럽게 못하고 시누에게서 원망은
많이 들어도 나에게는 착하게 한다. 말한마디라도. 쉬었다 가라고한
다. 명절 아침도 뒤늦게 일어나 부엌에 갔더니 더 자고 깨우면 나오란
다. 살림 깔끔하게 못하고 음식 맛없어도 날 상대로 못되게 안해서 난
고맙게 생각한다.
두번의 명절을 보냈는데도 아직 실감이 안난다. 이제 나하고 싶은대로
할수도 있다. 내가 할 기본도리는 하면서 게으름을 부릴수도 있어서
좋다. 하늘에서 내가사는 모습을 보시면 섭섭할것이란 생각도 든다.
내가 너무나 무리없이 살고 있으니.
이제는 명절이 번거로울 뿐이지 몸서리쳐지게 싫지는 않다.
막히는 고속도로에서 함께하는것이 즐겁다. 눈길에 운전이 위험해도
풍경이 기막히게 좋을뿐이다. 결혼하기전부터 명절마다 보따리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너무나 부러웠었다.
우리아버지도 여러형제의 맞이였기에 집에오는 손님 뒷치닥꺼리가 너
무나 힘들고 싫었었다.
이런 저런 옛날일을 생각하니 이제 내 팔자 폈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 사니 좋은 날도 있기는 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