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993년 겨울 그러니까 결혼한지 얼마 안된 신혼때 얘기다.
그때는 시부모님과 같이 한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매일 저녁 10시쯤 부모님이 주무시러 가시면 신랑과 난 둘이
거실에서 ty나 비디오를 보면서 맥주 한잔씩을 하곤 했다.
tv를 보고 11시쯤 자러 우리방에 들어갔는데 신혼이니까 아무래도
바로 잘 수는 없는일 이런저런 일 끝에 12시가 조금 넘었는데
저 멀리서 자꾸 화재경보기의 때르릉 -- 소리가 계속 들려오는
것이었다.
우리는 누워서 에이 시끄러워 또 경보기가 고장이 났나보네
하고서 있었는데 아무래도 소리가 멈추지 않아서 그냥 잘까 하다가
화장실도 갈겸해서 일어나서 거실로 나왔는데
세상에...
우리 집에 불이 난 것이었다.
불은 쓰레기통에서 붙어서 쓰레기통을 흔적도 없이 태우고 그위에
있던 홈오토전화기도 몽땅 태우고 부엌과 거실사이에 있는
커텐에 옴겨 붙고 있었다.
연기가 너무 자욱해서 눈앞은 한치도 보이지 않고 숨도 쉴수 없었다
그런데 신랑은 입고있던 츄리닝 바지 벗어서 맨손으로 불끄고 싱크대 설겆이물 갖다붓고
시부모님도 일어나서 우왕자왕 하시고 나는 잽싸게 베란다 문열고
숨쉬고 있는데 다른집에서는 서로 베란다 문열고 내다보고
밖에 나와보고 난리가 난 거였다.
그래서 나는 그냥 시침 뚝 떼고 모른척하고 숨쉬기 바빴다.
사건의 발단은 자러 들어가기 전에 재떨이를 비웠는데
아마 불씨가 조금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그 불씨가 서서히 붙어서 1시간도 넘게 있다가 불이 난 것이었다.
결국은 그때 우리신랑 양손에 화상입고 장판도 태우고 커텐도 뜯겨
나가고 쓰레기통은 당장 스텐으로 바뀌었다.
더 웃기는 일은 그당시 담배꽁초를 버린사람이 우리신랑이 죽어도
아니라고 우기는 바람에 우리 아버님이 몽땅 덮어쓰셨는데
몇년이 지나고 나서 신랑이 나한테 고백하는 것이었다.
아버님이 그때 아니라고 계속 그러셔도 아무도 믿지 않았는데...
죄송해서 어떡하나 지금도 시부모님은 범인이 신랑이라는 것을
모른다.
그때 아파트 주민 여러분 ! 죄송합니다.
앞으로 계속 꺼진불도 다시보겠습니다.
그리고 아버님 너무 죄송합니다.
여러분들도 불조심하세요, 만약 그때 저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나지
않았으면 저와 우리 아들딸 신랑 모두 이세상에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요즘에도 건망증이 심해서 벌써 주전자는 물론이고 후라이팬 냄비 곰솥까지 태워 먹었습니다.
어디 확실하게 불조심 하는 방법좀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