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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BY 미류나무 2002-02-27

그는 서른중반에 접어든다
나도 그와 동갑
우린 어찌어찌해서 그래그렇게 만났다
조금만 미화시키면 소설의 주제도 될수있지만 조금만 뒤집으면
그런 나쁜 만남이 없다

오늘밤
그도 밤새도록 눈을 뜨고 있을것이다
조금전에 통화를 했다
우리아들의 눈치를 보면서....마치 여자친구에게 전화가 온것인양 하구....


그는 몇일전에 내게왔었다
아주 많이 힘들어했다
자신의 부적절한 만남은 정당성을 내세워 스스로 위로하면서....
요즘 부인한테서 남자가 생긴것 같다고 고민한다
남자는 정말로 이기적인 동물인가보다
그는 지금 당뇨가 있어 아침저녁으로 약을 복용중이다
유전이란다

처음 그 소리를 들었을때 가슴이 멍멍했다
불쌍해서...
그 불쌍한 사람이 버림을 받을지도 모르는 순간의 몸부림처럼
떨고있다
부인한테 이혼소리를 들을까봐서....

돌아서는 그의 전화음성에는
'나 불쌍하지?'...........그래 너 부인과 헤어지면 불쌍해질것만
같아 집에가면 꼭 잘해보라고 했다.......


그런데
오늘 궁금해서 전화했더니
음성이 밝다
밝은음성을 들으니 안심도 되었지만 묘한 서러움같은게 튀어나온다
괜히 툴툴거려진다
'이혼안해서 정말 미안하다...' 그의 음성이다

난 정말 모르겠다

내가 이가정을 버리고 싶지 않듯이 그도 분명이 그런건데
부인과 같이 처음처럼 다시 시작하려고
정말 잘해보려고 하는데 난 박수가 쳐지지 않는다

나보고는 기다리란다
1년만........연락하지말고

그의 아이는 이번에 학교에 입학한다
내 아이도 이번에 학교에 간다

우린 이렇게 사랑이란 이름으로 시작한 만남을 정리하려한다
쓴 커피맛나는 눈물한방울과 함께......

잘될까?

그는 지금 여기에서 2시간 멀리떨어진곳에서 일하고 있겠지
내 생각을 하고있을지도 모르겠다

우린 너무 서로를 잘 안다


어떤 정리가 되든
정리를 하고싶다.........그와의 관계를 남편이 모르는 선에서
정리가 되는것에 감사해야 할까?


봄이 오는듯하다
내마음도 봄기운처럼 따스해지길 원할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