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121

중고인생


BY 홍천댁 2002-02-27

결혼후 내가 남편에게 붙여준 별명은 "중고인생"입니다.
말그대로 새것보다는 중고물건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결혼하기로 결정하고 처음 이사람 집을 방문했을때 방안에는 95년 그 당시에도 전혀 볼 수 없는 "흑백TV"가 떡 하니 버티고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나를 만날때부터 단벌신사에, 차또한 폐차직전의 차였는데 TV까지 흑백 TV라니 참으로 안돼 보였습니다.
어머님은 옆에서 성경책을 읽고 계시고 연신 지지직~~ 지직~~대는 흑백TV속 코미디 프로에 빠져 박장대소하는 모습을 보면서 결혼후 정말 잘해 줘야지 하는 생각만 했었습니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보니 그게 아니였습니다.
결혼할때 예쁘게 새로해온 이불도 거부하고 TV보다 잠바나 담요하나 걸치고 그냥 쓰러져 자는 걸 더 좋아하고, 회사에서 폐기처분하는 의자 책상들을 끌어들이는데, 정말 저 돌아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친정엄마가 이사람 하고 다니는 꼴이 하도 초라하다 해서 결혼하면 내가 훤~~~하게 가꾸어 주리라고 생각도 ?었는데,그것도 물건너 갔습니다

한번은 회사에서 "대전연수원"으로 교육이 있다해서, 꾀죄죄한 운동화 차림으로 그냥 보낼 수 없어서 큰맘먹고 랜드로바 한켤레를 장만해서 신켜 보냈습니다.
평소 구두도 불편하다고 안신거든요.

그런데 일주일만에 돌아온 남편의 발에는 웬 "시장표"운동화가 신겨져 있었습니다.
웬일이냐고 물으니까 연수원 청소하는 아저씨 운동화가 너무 낡아 벗어주고 만원주고 사 신고 왔다 합니다.
(제가 볼땐 그건 핑계고 랜드로바가 맘에 안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남편은 춘천시에서 태어나고 했는데, 산과 들판만 보고 자라난 저보다도 더 감각이 없으니, 한동안은 정말 가슴 답답했습니다.

그래도 좋은 면만 바라보고 살아서인지 결혼8년만에 내집을 마련하고, 작년 7월31일에 이사를 하였습니다.
10년이 넘은 빌라지만 도배 장판 새로하고 아담하게 거실도 꾸며 놓았는데, 어디서 났는지 가죽도 아닌 레쟈 껍질이 다 벗겨진 '쇼파"를 낑낑대며 끌어들였습니다.
거실엔 쇼파가 있어야 된다면서.
그동안 나는 "하이마트"나 "가구점" 이런 것만 눈에 띄여 뭐좀 샀으면 하였고 남편은 길거리에 수없이 나와 있는 중고물건에만 눈이 가고 해서 둘이 엄청 신경전을 벌이곤 했던 터라 아무말 않고 같이 끌어들였습니다.
그 쇼파를 끌어들이니 갑자기 헌집이 되었습니다.
닦고 또 닦고 하였건만, 냄새는 진동하고 그래도 밖에 못 내놨습니다.
그런데 결국엔 우리 딸이 냄새 때문에 못산다고 해서 버리게 되었습니다.아무리 그래도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습디다.

우리 신랑 컴퓨터를 가끔씩 써야 하는 직업이기에 정말 큰맘먹고 2년전에 노트 북을 장만했는데, 제가 컴퓨터가 없는 날은 심심하다고 했더니 오늘은 또 어디서 구해왔는지 지금또 컴퓨터 열심히 고치고 있습니다. 화면이 한번 바뀔때부터 모뎀에서 드르륵 드르륵 소리가 나는데 저거 쓸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아컴 주부님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