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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귀부인


BY 미나리숑숑 2002-04-01

우리 동네는 좀 오래된 집이 많고 하나 둘 새로 짓기 시작하는 곳이다.
한 곳에서 오래 산 사람들이 많아 우리 골목엔 거의가 잘 알고 지내온 사이였다.
골목 바깥 끝쪽에 집을 허물더니 금방 새로 짓고 새 주인이 이사를 왔다.
그로부터 한두달을 집 단장을 하는데, 가구가 다르고 화초 종류가 달랐다.
아이는 없는 것 같았고 부부가 사는데 그 안주인이 참 곱디 고왔다.
나이는 한 40쯤으로 보이고 잡티 하나 없는 깨끗한 하얀 얼굴에
손바닥만한 요크셔테리어를 안고 다니며 걸음걸이 또한 귀족적이었다.
늘 비슷비슷한 아낙네들끼리 모여 살던 동네에 튀는 스타일의 여인이라
우리들은 그녀가 집을 나오는 모습을 보면 숨죽여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곤 했다.

"캬~ 물 한방울 안 묻히고 살것 같구먼."
"시집을 가려면 저렇게 가야되!"
하며 시샘보다는 부러움을 나타냈다.
누군가가 이사온 것을 반긴다는 인사를 건네자 아주 교양있는 말씨로 짧게 대답을 했다.

그런데 그녀에게 고민이 생겼나보다.
아침마다 소매가 레이스로 팔랑이는 우아한 홈드레스 차림으로 팔짱을 끼고 골목앞에 서서는
그 새 하얀 이마위에 주름을 잔뜩 만들고 짜증스러운 표정을 하곤 했다.

쓰레기...쓰레기 봉투 때문이었다.
규격봉투라 해도, 남의 집 문옆 벽에다 버리는 것을 누가 좋아하랴.
그 집이 골목의 끝이었기에 쓰레기를 쌓아두기가 딱 좋아서 자꾸만
누군가가 몰래 몰래 봉투를 가져다 놓곤 했던 것이다.

무언가 결심한 듯 집으로 들어간 그녀,
잠시후 무언가가 쓰여진 커다란 달력 종이와 테이프를 들고 나왔다.
아마도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문구겠지.
종이의 네 귀퉁이에 테이프를 정성 들여 붙이고 그녀는 만족 스럽게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 귀부인께서 뭐라고 썼나 가까이 가 본 나,
경악, 그리고 실소를 참을수가 없었다...







"여기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은...개씹쌔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