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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엾은 좀도둑


BY 띠야 2002-04-04

어제 일을 보고 집에 들어와 보니 웬지 느낌이 이상했습니다.
친정아버님 생신이라 친정에 갔다가 늦게 들어와서 우선 아이를 재우려고 방을 닦는데, 너무 방바닥이 시커먼거예요.
이상하다 하면서 이불을 꺼내려 장농문을 열었더니 이것저것 뒤진 흔적이 있더군요.
설마 하면서 옷장도 열어보니 옷도 뒤죽박죽...
좀도둑이 든것입니다.

요새 이사가려고 부동산에 집을 내놔서 외출시 열쇠를 밖의 주머니에 놓고 다니거든요.
그래서 처음에는 그 도둑이 열쇠를 찾아 현관문으로 들어온줄 알고 참 대담한 도둑이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좀더 살펴보니 베란다 창문으로 들어왔더군요.

도둑에게는 미안하지만, 우리집에는 정말 훔쳐갈 것이 없습니다.
단 하나 카메라가 유일한 귀중품인데....그것은 그대로 있더라구요.
집 주위에 00실업고등학교가 있어서 동네에 좀도둑이 많은 편인데...아마 학생들이 푼돈이라도 훔쳐가려고 들어온것 같았습니다.

없어진 물건이 없어서 괜찮아 하고 집안정리를 시작했지만, 갈수록 기분이 나빠지더군요.
우리 가족의 공간에 침입자가 있었다는 것이 썩 유쾌한 기분이 아니잖아요.

밤이 늦어서 어제는 대충 정리하고, 오늘 도둑이 들쑤셔놓은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도대체 우리집에 들어온 얘는 어떤 생각으로 들어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나야 없어진 물건 없고, 만약 없어지더라도 나중에 돈이 생기면 새로 사면 그만이지만, 어린 도둑의 인생이 가엾어지고 걱정이 됩니다.
어린 나이에 남의 집에 베란다 창문으로 들어와서...남의 물건을 이리저리 뒤지면서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중에 커서 어떤 사람이 될까?
나중에 결혼하고 자신의 집을 꾸미고 살때 과연 어떤 생각이 들까?
결혼해서 자신의 서랍장을 열면서, 장농문을 열면서 예전에 자신이 넘나들었던 우리집이 생각나지는 않을까?
제대로 자신의 인생을 꾸려 나갈수 있을까?


하여튼. 오늘은 마음이 무거운 날이었습니다.
세상의 도둑님들...
자신의 양심을 속이기전에 한번 더 생각해 보세요.
그것이 과연 어떤 일인지...
1년후에...10년후에 그 일을 돌이켜 보면서 어떤 기억으로 남을지...

정말 정말 우리집에 들어왔던 도둑의 인생이 걱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