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봄이되면 참석해야할 동창모임이
한두곳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작년에는 참석을 안했드니
올해는 꼭 참석해야한다고 전화와 엽서로
몇번이나 다짐아닌 다짐을 했다.
알았다며 대답을 하긴 했지만...
옷을 꺼집어 내어봤다.
옛날 사입은 괜찮은 옷들은 살이 쪄서
단추도 안잠기고...
imf 이후 어쩌다 사입은 옷은 싸구려라
몇번 빨고나니 집에서나 입을까
후즐근해서 볼품이 없다.
옷은 글타치자.
잘난 사모님들에게 느끼는 상대적 빈곤감은
어이할꼬?
내 친구들은 부자 사모님이 많다.
그래서 나랑 나가면 뭐든 그네들이
돈을 쓴다.
밥도 그네들이 사고 커피도 그네들이 사고 극장구경도...
내 형편을 아는지라 내 돈은 10원한푼 못쓰게 하는데
사실 겉으로야 웃지만 속은 참 편칠 않다.
어쩌다가 내 꼴이 이래 됐을까 하고
한심한 생각도 들고...
오늘 친구들과 작은모임이 있었다.
이 핑계 저 핑계를 댔건만
참석만 해달라는 간곡한 부탁에 차마 거절을 못하고
약속장소인 우리 나라 최고의 호텔 스카이 라운지로 갔다.
우습게도 핸드빽엔 달랑 만원짜리 두어장을 넣고선...
식사는...
내가 가진 돈보다도 훨씬 더 비싼 식사였다.
페레가모 정장을 입은 친구는 우아하게 이것 저것을
먹어라며 권했는데 오늘따라 왜 그리
집에서 먹든 된장 생각이 나면서 내자신이 초라해 뵈이든지...
마즌편 친구는 지나 나나 생긴건 그저 그렇고 그런데
한눈에 봐도 진짜인 번쩍이는 보석으로 치장을 하고선
울나라 경제를 얘기하는데 얼마나 당당해 보이고
멋져보이고 부러웁든지....
난 울집 경제도 제대로 얘기 못하는데 말이다.
잘 지창된 실내 장식하며
걱정이라고는 없어보이는 친구들의 여유로움속에서
나는 너무나 작아지고 있었다.
옛날의 내 모습은 인제 환상에 불과했다.
그래... 여긴 내가 설자리가 아닌거같아.
얼음으로 장식된 조각앞에서 한사코 사진을
찍자고 붙드는 친구들이 미웠다.
끼리끼리 논다는 말에 그리도 저항감을 느꼈든
내가 아니든가?
그런데 그걸 인정해주지 않을수 없었다.
호텔 로비를 나와서 터덜터덜 전철 탄다고
걸어오는데 뒤에서 차가 빵빵거렸다.
그래도 죽기는 싫어 한켠으로 물러섰드니
페레가모 친구가 윈도를 내리며
타라고 손짓을 했다.
'아니 그냥 전철 타고 갈께'
웃으면서 손을 저으니 이쁘게 눈을 홀기며
가는데....
내 놀부 심뽀가 튀어나올려했다.
(쟤 옛날에 59등 했는데.....)
숨어있든 내 치졸한 인간성에 스스로 정나미가 떨어졌다.
아파트 입구로 들어섰다.
작은 평수의 서민 아파트지만
내가 몸을 가눌수있는 유일한 공간이라
언제나 감사하면서 들어서는곳인데...
어떤 할머니가 광주리에 뭘 놓고선
길옆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고
늘찍한 광주리위엔
까만 비닐 봉지가 올망졸망 있는게 눈에 띄였다.
그냥 지나쳐서 가다가 떡 좋아하는 아들 생각이나서
다시 돌아왔다.
'할머니 이거 떡이예요?'
'나물이라우. 내가 캔건데 많이줄께, 사가시우'
봉지를 헤쳐보니 돌나물도 있고 고사리도 있고
몇가지 나물이 삐죽이 선을 뵈이고 있었다.
'할머니 이거 어디서 캤나요?'
'포천서 캤다우.'
할머니의 하얀머리가 햇볕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거렸다.
저승꽃이 핀 손. 오물거리는 입. 움푹 패인 주름살.
치마밑으로 보이는 긴 고쟁이는 꽤재재하게 때가 묻어있었고...
울컥~ 뜨거움이 올라옴은 할머니의 모습에서
미래의 내 모습을 엿본때문였을까?
어린 고사리는 시들었지만 한눈에 봐도 어제쯤
산에서 캔게 분명했다.
고사리가 얼마나 높은데 있는데....어찌 캤을까?
'할머니 제가 고사리는 다 살께요'
내가 돈이 많아 동정으로 산것은 아니고
박애주의자라 산것은 더더욱 아니다.
고사리는 제사때문에 꼭 필요한 나물이기에 산거지.
다시 삶아서 말리는게 조금 귀찮긴하지만
굵고 인물만 좋은 중국산에 어찌 비기랴.
물김치도 담을려고 돌나물도 샀다.
'아이구 엊저녁 꿈자리가 좋드만...'
할머니의 소박한 말에 가슴이 찡했다.
꼴란 만원이 조금 넘는 돈인데 그걸 팔면서
꿈자리까지 들먹이시니...
아까의 스카이라운지에서 친구를 생각했다.
있는게 돈밖에 없다며 기분좋게 식사값을 내든 친구도
내가 할머니에게 느낀 연민의 정을 꼭같이
느낀거 아닐까?
그래 맞을꺼야.
결코 나를 동정하거나 초라하게 생각해서
낸게 아니고...
내가 나물을 필요로 해서 할머니께 돈을 드리고 샀듯
그들도 나를 필요로해서 그런거겠지.
할머니는 사심없이 꿈자리가 좋았단 말씀을 하는데
난 뭐라고?
쟤 옛날에 59등 했다고?
할머니의 인생을 배워야겠다
그래서 나도
'아이구 꿈자리가 좋아서...'
이렇게 말하도록 치사하고 비겁한 내속물 심뽀를
바르게 쓰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