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맞이하는 울 아이의 생일!
힘겨운 시기였지만 하나밖에 없는 귀한 첫 아들이라며 가까운 주변 친지들과 가족들을 모시고 어느 뷔페에서 조촐한 돌잔치를 치뤘다.
그날 나는 올린 머리도하고 화장도 해서 예쁜 엄마의 모습을 돌사진속에 남기고 싶어 아침 일찍 서둘러 미용실로가 몸치장하기에 바빴다.
아직 잠에서 덜깬 아들녀석을 남편에게 맡기며 몇번씩 아이를 잘보라며 신신당부를 했다.
"자기야, 좀 힘들겠지만 아이 목욕좀 시키고 입힐 옷 꺼내 놨으니 잘 챙겨 입혀서 데려와, 알았지?"
좀 불안하긴 했지만 "걱정말그라,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 다고 안카나, 애 아빠 1년이면 애 박사된다 아니가.." 남편의 씩씩함에 나는 주저하지 않고 애를 맡기고 나왔다.
웅성웅성,
돌상에 잘 차려진 여러 가지 과일과 정성스레 차려진 음식을 앞에 놓고 그저 신이나 기념사진 촬영하려는 중이였다.
"자기야, 초보아빠 치고는 괜찮은데.... 옷도 제대로 입혀가지고 오고 응?"
아기를 안으니 몸에서도 향긋한 비누냄새도 났다.
근데 이게 무슨 냄새~
보통때는 비싸서 유명 브랜드 옷은 아예 엄두도 못내고 사주지 않다가 큰맘먹고 돌복으로 사준 유명 브랜드 아이 바지 밑으로 삐질삐질 무엇가 흘러 내리고 있었다.
곱게 차려입은 내 한복치마위로도 정체모를 것이 몇방울 묻었다.
맙소사~ 또~옹이 아닌가?
그당시 모유를 먹고 있던 중이라 아이의 똥은 좀 물은 상태였다.(참고로 돌이 지나 바로 모유를 끊었다.) 걱정말라며 자기가 오늘 하루는 아이를 잘 보고 있을 테니 맘놓고 예쁘게 치장하고 나오라고 하더니 .......
오늘따라 어째 이상했다.
삼등신의 몸매를 갖고 있어야할 울 아이 다리가 유난히 길어보이고 엉덩이가 쬐금만하게 보였던 것이 말이다.
바지를 벗겨보니 노(NO)팬티, 아니 노기저귀였다.
남편은 이곳(뷔페집)으로 향하기 전 급한 마음에 아이에게 돌복을 입히면서 기저귀를 채우지 않았던 거였다.
"미안하다 카이, 기저귀가 어데로 갔노? 징말 이상타 아니가?"
똥싼 바지를 벗겨 아이를 물로 씻겨 옷을 갈아 입히면서 가자미눈을 하고 남편을 쳐다보며 투덜거렸다.
다행히 아이옷은 돌 선물로 받은 옷이 있어서 바로 입힐 수 있었지만......
사이즈는 왜이리 헐렁한지, 치렁치렁한 소매와 바지를 접어올리고 나서야 겨우 맞는 듯 했다.
근데 문제는 내옷....
내옷에서 조금씩 묻어 나오는 또옹 냄새는 어쩔수 없었다.
곱게 차려입은 한복을 입고 기념사진이라도 찍어야 한다는 생각에 물수건으로 닦아내고 이상야릇한 냄새를 풍기며 급하게 기념촬영을 하고 한복을 갈아입고 나니 올린 머리와 영 어울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어쩌랴!
겨우 사태를 수습하고 나서 찾아온 여러 손님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다니는데조금씩 아이가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배가 고픈가하고 우유를 주어도 먹으려고도 하지 않고 자꾸만 몸을 극적거리며 칭얼거리기만했다.
이건 또 뭐야?
아이 옷을 걷어올려보니 등과 배부위에 붉은 발진이 올라온 것이 아닌가?
수두? 홍역?
큰일났다 싶어 병원으로 들쳐없고 향했는데 의사선생님이 접촉성 피부염이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접촉성 피부염의 원인은 이러했다.
내가 미용실 간 사이,
돌날 울 아이에게 목욕을 시킨다며 욕조에 물을 받아 놓고 목욕을 시키는데 하얀 살비듬이 일어나 있어 '때'인가 싶어 어른 목욕타월로 문질러 때를 벗겼단다.
그것도 모자라 어른 비누를 가지고 말이다.
나중에 목욕을 끝내고 보니 아이 몸에 시벌겋게 발진이 올라왔는데 남편은 내게 또 무슨 잔소리를 들을까 싶어 쉬쉬 했단다.
'휴'
초보아빠에게 아이를 맡긴게 잘못이지,
돌날 애잡을 뻔한 울 남편덕에 아이는 며칠동안 피부가 벌겋게 달아올라 고생을 했다.
첫 번째 울 아이 생일,
그렇게 돌잔치는 우리와 아이에게 잊혀지지 않는 똥파티장이 되어버렸고 아이가 병원으로 가는 수난을 겪게 되었던 것이다.
아이와 울 부부에게는 그래서 변변한 돌사진이 없다.
피부 가려움 때문에 칭얼거리며 짜증내는 아이 얼굴과 똥묻은 한복치마를 들고 서있는 화난 내 얼굴, 그리고 미안함에 쭈볏해진 모습을 한 남편의 얼굴이 남아있을 뿐이다.
올해 4월 내 아이가 세돌을 맞았다.
그때처럼 기저귀를 채우지 않아도 옷에다 볼일을 보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 만큼 자랐다.
지금 이렇게 건강하게 자라준 내 아이와 초보아빠지만 지금은 열심히 육아를 도와주는 남편이 고마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