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회사때문에 신혼을 부산에서 시작했어요.
아는 사람이라곤 이모랑 이모부, 조카가 전부인 그곳에서 전 너무너무 외로웠답니다.
남편이 올때 까지 기다리다 혹 늦을때면 혼자 13층 아파트 창가에서 밤거리를 바라보다 울기도 여러번..
연말이 되어 모처럼 서울 친정집에 가기로 했어요.
지금아니면 언제입냐 아까운 한복 곱게 차려입고 부랴부랴 택시를 타고 부산역으로 갔습니다.
가까스로 10분전에 도착해서 예매한 표를 끊으려는데,
앗!!!
표가 없다는 거에요.
뭐라구?
말도 안돼... 신랑에게 큰소리를 땅땅쳐놓고는 가서 따지는데
"손님, 손님께서 예매하신 6시 5분 열차는 이미 떠났는데요."
"아니, 지금 5시 55분이잖아요."
"손님, 6시 5분 열차는 새벽에 떠난거에요."
".....!!!"
띠용~~~!
누굴 원망하리오...
이틀전 의기양양하게 전화예매를 그것도 ARS로 '아직도 표가 있네.. 운좋다.. ' 생각하며 당당히 시분버튼을 0605로 눌렀던 것이 생각나더라구요.
망연자실한 절 바라보는 남편의 그 눈빛.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하고있는 저를 보던 남편은 기가 차서 차마 저한테 화내지도 못하고
"어떻게 할래. 집에 갈래 아니면 버스타러갈래.."
"그냥갈꺼야."
"뭐?"
"기차타고 갈꺼야."
"한복입고 서울까지 어떻게 가냐?"
"몰라, 그냥 갈래."
결국 저녁 6시 10분 기차를 탔지요.
좌석은 커녕 입석까지 꽉찬 마당에 한복이 여간 거추장스러운게 아니었어요. 게다가 춥다고 코트까지 들고 다녔으니..
대구역에서 자리양보해준 젊은 총각(?), 대전역에서부턴 임자 없던 좌석 덕분에 겨우겨우 스타일 망가지기 일보직전에서 그 소동은 끝이 났지요.
"어머머머머, 웬일이니. 제부한테 혼 안났어? 창피하다 얘. 어머어머..."
언니한테 한소리 듣긴 했지만 그래도 친정식구들이랑 제야의 종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