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洗濯)'은 말 그대로 깨끗하게 씻는다는 말이다.
더러운 것을 그대로 두고 살 수 없으니 씻어야 하
겠지. 우리말로는 '빨래'라는 좋은 말이 있는데
세탁소(洗濯所)와 세탁기(洗濯機)가 생기면서 이제는
빨래란 말보다는 세탁이라는 말이 많이 쓰인다.
그래도 아직도 빨래, 손빨래라는 말이 훨씬 입에
부드럽고 듣기에도 좋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어머니가 샘으로 빨랫감을 가져
가서 방망이로 두들기면서 빨래를 하셨다. 그러니
얼마나 힘이 들었을 것인가. 7남매를 키우면서 빨랫
거리는 얼마나 많았을까. 또 빨랫감이 많으면 마을
앞 시내로 가서 하셨다. 흐르는 물에 자동으로 헹구
면서 하신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 시냇물도 내려
가지 않더라.
그런데 그 당시에 방망이질 하느라 힘은 들었을지
모르나 여인들의 스트레스 해소에는 그만이었다.
층층시하 시집살이에 남편까지 바람을 피는 여인
들이 어디서 쌓이는 스트레스를 풀어겠는가. 그저
빨래를 하면서 빨래감을 미운 시어머니라고 생각하고
두들기고, 밉살스런 남편의 머리통이 깨지라고 내리
친것이지. 다듬이질과 함께 한많은 우리의 어머니들이
쌓인 감정을 푸는 방법의 하나였다.
요즘에야 도시 농촌 할 것 없이 집에서는 세탁기가
다 돌려주고 빨아준다. 또 모직물이라든가 손빨래가
곤란한 것은 세탁소에 맡겨서 드라이 클리닝을 한다.
예전에 우리 어머니 세대에 비하면 여성들이 힘든
일이 말도 못하게 줄어들었다.
여기서 여담하나 하자. 참새가 방앗간을 기냥 지나지
못한다고 느티나무 세탁기 얘기 나왔는데 모른체
할 수 없지. 광고에 성을 가미하는 것은 이제는 고전적
수법에 속한다. 요즘에 티브이를 잘 보지 않아서 그
광고가 아직도 나오는지 모르겠는데 "잘 빨아주고 구석구석
돌려주니 새댁은 좋겠네∼∼"하는 광고카피가 있었다.
또 남자 세계에선 "손빨래한다"고 하면 자위행위를
뜻하더라. 여자고등학교에 근무하는 친구가 하나 있는데
학생들이 여자이다 보니 아주 언행을 아주 조심해야
한다더라. 그래서 "걸레를 빤다"는 말 대신에 "걸레를
씻는다."라고 해야 하고 "간격을 벌리라"라는 말은
"간격을 넓히라"고 한다고 하는데 너무 지레 겁을
먹어 일상적이고 좋은 우리말을 못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우리 나라 사람이 미국에 이민
가서 제일 쉽게 하는 일이 '세탁소'와 "야채가게"였다고
한다. 언어 장벽이 있고 자본이 많이 없으니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일이었겠지. 내가 아는 형님 한 분도 뉴욕에서
세탁소를 했는데 지금은 슈퍼를 몇 개 운영할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지금은 이제 이민도 고급두뇌들이 가서
미국에서 벤쳐기업을 해서 억만장자들이 생겨나기도 하지만
이민 초기에야 우리 나라에서 살기 힘들어 갔으니 말설고
낯설은 타국에 가서 얼마나 고생이 많았겠는가.
세탁물 하면 우리가 일상 입는 옷가지나 깔고 덥는
요 이불 정도이겠다. 이제는 거실에 놓고 앉는 소파
정도가 조금 드문 세탁물이다. 그런데 요즘에 우리
나라에서는 '돈세탁'이라는 말이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다.
세상이 변하니 이제는 세탁물도 바뀌어서 돈세탁이 필요한
때가 되었나보다.
나는 돈세탁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도대체 돈을
왜 세탁하며, 또 어떻게 세탁을 하는 것인가 하고 의아해
했다. "헌 돈이라서 지저분해서 깨끗이 하려는 것인가?",
"혹시 바이러스에 오염이라도 되었다는 말인가?", "너무
낡아서 폐기시킬 돈을 몰래 빼돌려서 세탁하려는 것인가?",
"돈세탁이라면 세탁기에 넣고 돌리지는 않을 것이고 어떻게
하는 것이지?", "공기로 멸균처리하는 것인가?" 등등 실속도
없이 별의별 상상을 다 한다.
어떤 사람은 컴퓨터 바이러스라는 말이 처음 나왔을 때
컴을 하고 나서 반드시 비누로 손을 닦았다고 한다.
바이러스에 감염될까 무서워서. 나도 첨에 컴퓨터 바이러스
라고 해서 정말 그런 종류인줄 알았다. 디스켓 등에 뭔가
오염되어서 잘못이 되는 줄 알았다. 그래도 손까지 닦지
않았으니 다행이다.
돈이라는 것은 물의 흐름과 같아서 반드시 출처와 사용처가
명확해야 한다. 마치 물이 발원지를 떠나서 어딘가에 쓰이고
마지막에는 바다로 흘러가듯이 말이다. 그래서 벌은 만큼 소득이
생겼으니 소득세도 내야하고 재산세도 내야한다. 그런데 검은
돈들은 나오는 곳과 들어가는 곳이 드러나면 뒷날 탈이 되니
장난을 치는 것을 돈세탁이라고 한다. 당연히 세금도 내지 않고
떼어먹고, 나온 곳과 들어간 곳을 조작하는 것이다. 쥐꼬리 만큼
받는 월급쟁이들만 갖은 명목의 세금을 다 받아가면서 국민을
상대로 큰 돈을 버는 넘들은 누이좋고 매부좋다는 식으로 다
바치고, 나눠먹고, 떼어먹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나 아무 직업도 없이 돈을
물 쓰듯이 쓰고 다니는 사람들은 뒷조사를 하면 다 이상한
돈을 쓰는 것이 밝혀질 것이다. 자신이 사업을 하거나 부모
로부터 많은 재산을 물려받은 사람들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정치한다고 돈을 쓰고 다니냐 말이다. 국회의원들의 세비로는
지역구 관리도 못하는 판국이라고 한다.
우리 나라가 잘 되려면 정치판과 권력자 주변이 투명해야
한다. 일상적으로 뇌물을 받아서 정치자금으로 쓰고 권력을
팔아서 돈을 챙기면서 조사해서 드러나면 대가성이 없는
돈이라고 발뺌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기업하는 넘이
뼈빠지게 번 돈을 공짜로 바치겠나. 반드시 반대급부를 노리고
주는 것이지. 세금을 포탈한다던가, 부실공사라도 해서 바친
돈을 보전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니 그 피해는 국민한테 전가되는
것이다.
하도 돈을 빨아대니 '돈세탁 방지법'이니 뭐니 만들어 놨지만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넘들이 법을 지키지 않으니 뭐가 되겠나.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긴 격이지. 서민들에게 무슨 그런 법이
필요한가. 정작 법이 필요한 넘들이 법을 지키지 않으니 법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 말이다.
옷도 오래 입으면 때가 끼고. 몸과 마음도 닦지 않으면
역시 때가 끼게 마련이다. 그래서 옷은 세탁을 해야하고
정신은 수양(修養)을 해야 한다. 지금 세인의 입에 오르
내리는 넘들은 옷은 세탁해 입어서 더러운 옷은 입지 않고
다니나 몰라도 마음은 닦지를 않아서 냄새가 나고 검은
돈을 챙겨서 개망신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도 끼니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돈을 주체하지
못해 빨아서 써야 하는 넘들이 있는 나라에서 세계인의 축제
라는 월드컵이 열린다고 한다. 그런데 나라를 다스리는 나랏님의
심사는 갤 날이 없다. 마치 초상집에서 잔치를 하는 꼴이다.
15일에 스승의 날 기념으로 청와대에서 모범교사를 초청해서
오찬을 했다고 신문에 사진으로 나왔더라. 그런데 사진 밑에
한 줄 짜리 설명만 있고 거기에 대한 기사가 없었다. 아마도
작금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 같았다. "과연
모범교사를 초대해서 격려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말이다.
지금부터 5년 전에도 극동의 조그만 나라 한국에서는 지금과
똑같은 일이 벌어졌었고 후임 대통령은 단호한 의지를 표명했
었는데...아, 역사는 되풀이되는가?!
참, 나는 돈세탁을 언제 함 해보나. 오늘 세탁소에 용돈이라도
가져다 맡겨서 새돈으로 만들어 달라고 할까.(ㅋㅋㅋ)
전국에 아컴님들 오늘도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서 세탁하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으십니까? 부디 몸살나지 마시고 건강하소서!
가까이 계시면 어깨라도 주물러 드리는건데.(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