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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보내지 못할 글인줄 알면서


BY 저예요 2002-05-23

오늘도 이곳에 써도 보내지 못하고 썼다가 다시 지워야 하는 글인줄 알면서도, 요즘들어서, 그대를 보고나서부터, 아무런 말도 안하고 그저 인사만 하고 만나서 헤어질때도 그냥 멀리서 눈인사만으로도, 그 다음 상황엔 둘다 마음속으로 건강하세요, 몸조심하시구요..
말을 하던 모습만 하염없이 남겨져 있는.
계절이 바뀔때 제일 보고 싶고, 생각나고, 달이 바뀔때 제일 생각나고, 당신은 내게 항상 시간과 달의 의미를 일깨워주면서 사는 사람인가봅니다. 작년 7월 말의 어느날을 마지막으로.
글쎄, 우리 올해의 어느 예감하지 못한날, 갑자기 또 다시 한번이라도 만나게 될지, 아니면, 내 인생 이렇게 흘러가면서 생각나듯이.
그렇게 생각만으로, 끝나게 될지.
많이 그립고 보고 싶은데.
당신 숨쉴틈 없이 너무 바쁘고, 힘들게 지내고 있다는걸 알기에. 그저 당신의 그림자로, 당신의 머릿속에 내 이름 석자 또렷이 남아 내가 당신의 이름 석자 되새기듯이 당신이 내 이름 되새겨 준다는거 너무나 잘 알면서, 당신 또한 내가 생각하는것처럼 나의 존채 역시 그렇다는걸 알면서도.
너무나 차가운, 반듯한 당신은, 오늘도, 내게 그리움만을 남겨놓으며 변함없는 또 다른 하루를 맞이하게 하시는군요.
이 그리움의 다른 하루조차.
기다림과 희망으로 새로운 하루를 또 살겠지만.
그 새로운 하루를 마감하려고 하는 늦은 이순간.
난 또 당신을 생각하며, 또 다시 부치지 못하는 편지지 창을 열겠죠, 이것마저도 당신의 반듯한 모습앞에 난 행복하다고.
말해야 하겠죠..
당신의 그림자, 저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