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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는 사람도 말려주는 말은 뭐게요?


BY 이쁘니 2002-06-23

제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를 글로 옮겨 드립니다^^*

8강전을 앞둔 어느 저녁, 직장에서 친한 부부와 함께 술한잔을 하러 호프엘 갔다.
월드컵 덕인지 어느때보다 술집은 만원을 이루고 있었고
테이블마다 축구 이야기로 시끌벅적하고 화기애애 했다.
히딩크 감독의 넥타이 얘기에서부터 안정환 선수의 신혼이야기까지
너무도 다양한 화젯거리로 모두들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있는데....
갑자기 우리 옆 테이블과 그 옆 테이블의 젊은 무리들의 언성이 높아졌다.

"뭐야! 차두리가 껌이나 씹고 깝치고 다닌다니, 니네가 껌이라도 한통 사줘 봤어??"
"넌 또 뭐야! 니네는 아까 설기현 욕 안했어?"

이게 무슨 분위기? 아마도 술기운 때문이었을까?
어이없게도 같은 나라의 같은 팀 선수 둘을 놓고 설왕설래 혈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었다.
분위기는 더욱 험학해져서 차두리파(?)의 한 사내가 의자를 발로 밀며 홀 중앙으로 나왔다.
이에 질세라 설기현파(?)의 대표도 나왔다.
그는 반바지에 양말 차림이었는데 슬쩍 보니 빨간 양말을 신고 있었다.
분위기는 더욱 험학해져서 형님뻘되는 우리 테이블의 남자들이 말리고 나섰다.

"이봐 학생들. 좋은 일 갖고 왜 그래. 둘다 우리 선순데 욕하지들 말라구."

다른 테이블에서도 '우리나라는 저런 것들 때문에 안돼..'하며 혀를 차는 소리도 들려왔다.
그래도 그들은 말을 듣지 않고 몸은 취해 비틀거리면서 말했다.

"다시 말해봐. 차두리가 뭐라고?"

드디어 호프 주인이 사색이 되어 뛰어와 이들을 말렸다.
그러자 말로만 싸우던 이들은 말리는 사람이 생기자 갑자기 육탄전으로 들어갔다.
그때 어딘선가..(주방쪽인 것 같았다.) 들려오는, 마치..큰 스텐 솥을 후라이팬으로 치는 소리.

"탕~ 탕 탕 탕~!!!"

그러자 그 차두리파와 설기현파를 포함한 홀안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대~ 한 민 국~!!!"
"탕탕~ 탕탕탕~!!!"
"대~ 한 민 국~!!!"
"탕탕~ 탕탕탕~!!!"

빨간 양말을 신고 싸울 듯이 덤비던 그 젊은이나 먼저 시비를 걸었던 차두리선수 팬이나
모두가 얼굴 표정이 바뀌어 가득 웃음을 머금은 채 덩실덩실 춤을 추며 대한민국을 연호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다가 싸우던 그 두사람, 어깨동무를 하며 오 필승 코리아까지 목이 터져라 불러댔다.
우리는 눈앞에 펼쳐진 것이 코미디였을지 감동 휴먼드라마였을지 알수가 없었다.
그저 돈 주고도 못 볼 감동 휴먼 코미디 쯤으로 말해야 하나...얼마나 웃었는지 눈물이 다 나왔다.

잠시 후 그들은 자연스레 서로 사과를 하고 합석을 하여 마치 오랜 친구들처럼
맥주잔을 부딪히며 밤이 깊도록 우리나라의 월드컵 선전을 자축하고 있었다.....



주방장의 기지도 대단했지만 싸우던 사람도 말려주는 대~한민국이란 네글자가
정말이지 너무나도 자랑스럽고 이쁩니다.
우리 좋은 날들의 연속인데 술기운에 괜히 싸우지 말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