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저예요.할머니의 하나밖에 없는 외손녀.
우리 친정에 그런 일만 없었어도 할머니 우리 친정집에서 계속 편안히 사시다가 돌아가시는건데...
매일매일 외숙모 눈치보시느라 정정하시던 몸이 마음의 병에 온갖 못된 병이...
할머니,그래도 맘 편히 가지세요,맘이 편해야 병도 나으시지요.
저를 어려서부터 키워준신 할머니이기에 저한텐 엄마보다 더 엄마같은 할머니이신데...오늘 많이 속상하셨죠?
저희 남편이 애들 같아서 좀 자기밖에 몰라요.할머니 제가 오시기를 얼마나 눈이 빠지게 기다리셨는데,그리고 같이 식사하시고 싶어하셨는데,우리 남편 철이 없어서 우리 애와 외삼촌 손녀가 장난감 가지고 싸운다고 정신없다고 가자고 하 신경질을 내는 바람에(애들은 싸우면서 크는건데) 그냥 얼굴만 비치고 왔네요.저도 집에 가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할머니,자꾸 돌아가실거 같다는 말씀 하시지 마세요.엄마도 그리 다정다감한 성격도 아닌데다 힘든 일이 많으셔서 제가 의지할 수도 없는데,할머니 예전처럼 제가 시집살이 푸념하는거 들어주시고 수도 없이 들은 저 자랄 때 얘기도 또 해주셔야 하쟎아요.
할머니,사실 저 어려서 우리 많이도 싸웠지요.남존여비의 사상을 가지고 계셔서 여자는 보잘 것 없고 남자가 뭐든 우선이라 생각하시고 오빠와 남동생은 큰일 할 사람들로 여기시고 저는 그저 나중에 커서 살림하고 남편봉양 잘하고 자식 키우고 하는 것이 복이다 라고 하시는 할머니 때문에 언제나 충돌이 많았죠.하지만 시집을 가고 나서 그게 할머니의 잘못된 생각이라기보단 사회구조가 할머니를 그렇게 생각하게끔 했다는 걸 알면서 할머니를 이해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만큼 할머니와 미운정이 많이 쌓았나봐요.
할머니,돌아가시면 안돼요.나 어떻게 살라구~
할머니,입맛없으셔도 많이 잡숫고 기운 없으시더라도 거실이라도 왔다갔다 하셔요.
할머니에겐 전혀 신경도 안쓰고 있는, 사람 취급도 안하고 쓸데없는 일에만 바쁜, 외삼촌과 외숙모과 얄밉긴 하지만,그래서 할머니가 외로우시겠지만,할머니 좀 힘들더라도 맘 여리게 잡숫지 마세요.남편없이라도 버스타고 자주 갈게요.
할머니,제발 힘네세요.저를 울게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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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정말 건강하셔야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