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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 감독, 왜 아인트호벤행 선택했나?


BY 솔베이지 2002-07-02

히딩크 감독, 왜 아인트호벤행 선택했나?
2002-07-02 12:07

'컴백홈' 히딩크 '실리보다 명분'
'한국 4강신화' 되레 정신적 부담된듯, '선수들과 매일 호흡' 바람도 큰 작용

 히딩크 감독이 네덜란드 PSV 아인트호벤행을 택한 건 실리보다 명분을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히딩크 감독은 이번 월드컵 4강 진출을 이뤄내 한국민들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이에 대한축구협회는 거액을 보장하며 종신계약까지 추진했지만, 한국의 4강 신화가 오히려 히딩크 감독에겐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히딩크 감독이 계속 대표팀 사령탑을 유지해도 4강 신화를 능가하는 위업을 이뤄내기란 사실상 힘든 일이고, 심지어 눈앞으로 다가온 아시안게임의 금메달도 보장할 수 없는 형편이라 비록 돈이 조금 적더라도 최고의 정점에서 한국내 임기를 마무리하고자 원했을 것이다.
 여기에 언제나 선수들과 부대끼며 통솔하고 싶은 그의 바람도 한국을 떠나는 데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히딩크 감독은 지난 29일 터키와의 3-4위전을 마친 뒤에도 '선수들과 매일 호흡할 수 있는 곳에서 다음 임무를 수행하고 싶다'며 클럽행을 시사한 적이 있다.
 히딩크 감독으로선 당분간 대표팀이 소집될 일이 없어 새로운 인재 발굴을 위해 국내 리그 등을 관전하거나 초급 지도자들을 초청해 강연회를 갖는 일보다는 다시 한번 짜릿한 승부의 세계로 빠져들고 싶었을 거라고 측근들은 분석한다.
 히딩크 감독이 조금은 지명도가 떨어지는 아인트호벤행을 결정한 대목도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축구 약소국 한국을 월드컵 4강에 진출시킨 히딩크 감독의 지도력이라면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 등 유수의 명문 클럽을 맡을 자격이 충분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구단들은 히딩크 감독이 고령(56세)인 점이나 그의 지휘방식이 팀 스타일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 손길을 뻗치는 데 주저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인트호벤만이 영입 의사를 나타내며 적극적으로 실무협상에 나섰고, 히딩크 감독으로선 별다른 선택의 여지 없이 결정을 내리게 됐다.
 다만 히딩크 감독이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기다렸다면 더 좋은 러브콜을 받을 수도 있었을 텐데, 다소 빨리 향후 거취를 결정한 점이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 신남수 기자 del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