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벌써 한국이 그립다
한국이 그립다. 붉은 악마를 생각하면 눈물이 솟는다.”
고향으로 돌아온 히딩크 감독(56)이 거꾸로 한국을 그리워하는 ‘역 향수병’을 앓고 있다. 8일 저녁(한국시간) 아인트호벤 감독 취임 인터뷰에서 히딩크는 매우 담담한 얼굴로 갖가지 질문에 답했다. 그러나 한국의 축구팬, 한국에 대한 인상을 묻는 질문을 받자 미묘한 표정의 변화가 생겼다.
“한국에서 보낸 시절은 참으로 소중한 경험이다. 그라운드 안과 밖이 구별되지 않는 열정적인 응원은 세계 어떤 나라에도 뒤지지 않았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열광적인 응원을 보내면서도 폭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은 기적이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의 열정적 응원에 대해 언급하던 중 당시의 감격을 추스르는 듯 잠시 허공을 응시하고 호흡과 감정을 가다듬었다. 지난달 22일 스페인과의 8강전을 마친 후 경기장을 물들인 붉은 함성에 파묻힌 채 홀로 그라운드를 가로질러 스탠드쪽으로 걸어가 관중에게 정중히 인사하던 표정이 그대로 묻어났다.
히딩크는 주로 네덜란드 기자들이 지켜보고 있던 터라 당연히 모국어를 사용해 질문에 답해 왔지만 이 부분에서만큼은 마치 한국 기자를 비롯한 한국 국민에게 고백하는 듯이 영어를 사용해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전달하려 애썼다.
덧붙여 히딩크 감독은 “네덜란드, 스페인과 마찬가지로 한국은 나의 고향이나 다름없다”며 한국민에 대한 마음 속 깊은 애정을 표현했다.
날마다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고 어디든지 떠들썩한 한국과 달리 25만 인구의 아인트호벤은 안정되고 매우 정돈된 느낌. 비록 모국이지만 지난 1년 6개월 동안 미운 정 고운 정을 들인 한국과 너무나 다른 분위기다.
또 한국에서의 생활은 단순한 1년 6개월이 아니라 때로는 좌절과 시련을 겪고 때로는 혹독한 비판을 받으면서 짜릿한 승리의 감격을 쟁취했기에 심리적으로는 마치 수 십년을 산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지난달 인터뷰에서도 히딩크 감독은 “한국에서 생활이 18개월이 아니라 18년을 산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6일 인천 공항에서도 이별을 고하는 “굿바이”가 아닌 아주 잠시 동안 헤어짐을 의미하는 “So long”이라는 인사를 한 뒤 귀국 비행기를 탄 히딩크. 약속대로 한국의 기술자문을 맡은 히딩크 감독은 올해 말이나 내년 2월께 대표팀 지도를 위해 ‘제2의 고향’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아인트호벤=이해준기자 hjlee@dailysport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