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지 못 하는 이유는
한 번도 제대로 살아 보지 못해서이고,
한 번도 제대로 사랑해보지 못해서이다.
그런 사람은 제대로 죽을 수도 없다.
살 수도, 죽을 수도 없는 사람.
일을 할 수도, 휴식할 수도 없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런데 바로 내가 그 부류에 속한다.
한 번도 누군가를 절실히 사랑해본 적 없이
사랑하는 척만 한 사람.
한 번도 멋있게 살아본 적 없이
살아가는 시늉만 한 사람.
먹고, 자고, 움직이긴 하지만
제대로 된 인간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제대로 죽지도 못한다.
사람이 아니니까...
나는 감정 없는 로봇, 텅빈 인형이나 허수아비,
남의 들러리나 음식의 양념 같은 존재.
그런 내게도 욕심은 있다.
그러니 생명체는 분명 생명체이다.
과연 나는 누구일까?
누군가의 그림자?
연극의 엑스트라?
식물인간?
고깃덩어리?
오오.
인간으로서의 자긍심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굼벵이나 애벌레에서 탈피가 되지 않는...
아마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저급한 단계에서 맴돌 것 같은...
아이큐나 이큐가 딸림인지...
오오.
나는 인간이 아니다.
모양만 인간일 뿐...
다른 것으로도 대체가 가능하고
어떤 이름을 가져도 무방한 존재...
삶이 허탈할 뿐이다.
그러나 죽지도 못 한다.
이런 형벌이 또 있을까?
어디에서 삶의 가치와 의미, 행복을 찾을 것인가?
한 번도 제대로 살아본 적이 없는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