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가을...
그간 친구들과 격조하게 지내던 남편이 웬일로 동기네 집들이를 가자고 했다.
이 남자가 뭘 잘못먹었나 싶었지만, 간만에 하는 외출이라 맘 변하기 전에 냉큼 옷을 주워 입었다.
집들이가 끝날즈음 동기중 한명이 몇달후 결혼을 한다며 청첩장을 내밀었다.
우리가 돌렸던 청첩장 보다 예쁜지를 확인하고 대충 내용을 훑어봤다.음...
그동안 단한명의 동기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던 남편 이었다.
이번만큼은 꼭 가야쥐~~
헉!
우린 설 사는데... 식은 대전이었다.
게다가 날짜는 내 하루뿐인 귀빠진날이 아닌가..
우린 졸업후 바로 식을 올려서 동기들이 학교 게시판에 대자보 까지 붙여주는 성의를 받고 선후배 까지 대대적인 출석률을 자랑하는 결혼을 했었다.
덕분에 폐백후 시댁쪽 어른들의 식사가 턱없이 모자라서 주린배를 잡고 고속도로 휴게실에서 불어터진 우동을 드셔야했던 민망스런 일도 있었으니... 그숫자를 가히 짐작 하리라 믿는다.
이런상황으로 이번 결혼식 마저 빠진다면 강퇴당할 위기에 처한지라 꼭 참석하리라 맹세를 했다.
잡아놓은 날은 빨리 다가오는법.
드뎌 봄을 목전에 둔 겨울에 결혼하는 친구를 원망하며 추위에 떨면서 생일 미역국을 먹고 집을 나섰다.
열쇠를 찾느라 10여분 이나 허비한 나를 타박하는 남편의 소리에 이끌려 차시간을 맞추기 위해 정신없이 뛰었다.
대전까진 2시간 정도거리...
음...
차가 밀리지 않아야 식이라도 볼 수 있는 시간 이었다.
그런데, 웬걸!!
대전까지 가는차가 휴게실에서 15분이나 쉬는게 아닌가!
조바심으로 온몸의 수분이 증기가 되어 피어 오르는 와중에 남편이 모든걸 내책임으로 밀어 부치는 소리, 좁은 차안에서 틀어대는 히터덕에 삼복더위가 따로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미모보수용 파우더도 못챙겨와, 그나마 지성피부인 내 얼굴은 찜질방에서 갓 뛰쳐나온 형상 이었다.
대전터미널에 도착하여 오직 마지막 식순인 신랑신부 행진만이라도... 아니... 영원한 증거가 될 사진 만이라도 찍어야 한다는 일념에 달리고 또 달렸다.
식장입구에서 도우미들의 경쾌한 인사를 받으며 게시판에서 이름을 찾았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남편친구의 이름이 없는게 아닌가!
밖으로 나와 식장 간판을 확인하고 몇차례나 둘러봐도 그날 총 다섯쌍의 결혼식 명단중 어디에서도 찾을 수 가 없었다.
이상한 마음에 청첩장을 주섬주섬 꺼내어 들여다 본 순간...
뜨~으아악~~~~~~~
심연에서 울리는듯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날짜 : 1997년 2월 14일" 단아하게 새겨진 글씨는 아무리 눈을 훔쳐내도 꿈쩍도 않았다.
내생일은 15일이건만...
결혼식이 언제 앞당겨 졌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나와 남편의 생각은 결혼식 참가의 유일한 증거물인 반쪽짜리 고속버스 승차권을 무참히 구겨버린 한 지저분한 휴지통을 향해 가 있었다.
허나, 소용없는일.
근처 식당에서 허기진 배를 채우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지친몸을 위로했다.
마지막 희망 이었던 돌아오는 대전 ---> 서울 승차권은 기사 아저씨에게 고스란히 바쳐야 했고.
친구들 에게는 아무도 안믿을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고, 그날 이전에는 대전이란 곳에 결코 발걸음을 하지 않았음을 강조하며 밥먹은 식당 이름이 <수복식당>이란걸 주장했지만 그리 썩 먹혀드는것 같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