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주말이면 시댁에 간다.
가서는 앉지도 못하고 들어가기가 무섭게 걸레부터 집어들고
청소한다. 울 시어머니 왈 "느네(동서와 나) 온다고 청소 안
하고 있었다." "할거부터 해 놓고 앉아야 마음이 편하지."
더운 여름날 임신 6개월로 방바닥 빡빡 기며 청소하고 나면
신랑 목소리도 듣기 싫어진다.
이 더운 여름날 왠 이불은 그리 무겁고 두꺼운지..
시집와서 첨으로 그렇게 무거운 이불이 있다는 걸 알았다.
청소 해 놓고 나면 동서 애들이랑 울 애랑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그치만 얌체같이 구는 그집 애들 항상 야단칠 수도
없어서 울 시어머니 쌓아놓은 설겆이 하며 모른체 한다.
다행히 울 신랑 애한테는 지극정성이라 어느정도는 커버해
준다.
저녁준비하면 울 시아버지 뭐가 먹고싶네, 뭐가 먹고싶네.
하시며 이것 저것 해 달라고 하신다.
더운 여름에 내 입에 들어가는 것 조차도 귀찮은데 이것저것
별미로 안해도 될 반찬들 또 만들어야 한다.
그러고 나면 또 설겆이.
아픈 허리때문에 가끔 한숨 쉬어가면 설겆이 해야 한다.
울 손윗동서 시어머니랑 하하호호 즐겁게 얘기하며 웃는다.
울 시어머니 "나도 느네 왔는데 좀 편하게 주는 밥 받아
먹어보자"하신다.
시어머니 연세도 많으시고 평생 하신 일이니 그려러니 한다.
하지만 속으로는 열불날때가 더 많다.
남들은 며느리 오면 며느리한테 흠 안잡힐려고 청소도 해
놓고 맛있는 것도 해 주신다는데 그것까진 안바래도 최소한
평소 하는 것 처럼만큼은 해 놓고 있어야 하질 않는가..
설겆이 하고 한숨 돌리고 앉을려면 또 과일 깎아먹잔다.
또 과일 가져와서 깎아야 한다.
날 부려먹는 사람도 밉고 끽 소리 못하고 해야 하는 나도
밉고 해서 깍아놓곤 난 절대 안먹는다.
돌아오는 길에는 항상 기분이 더럽다.
울 신랑 쬐끔 눈치를 살피긴 하지만 자기한테 화살이 돌아
올까봐 그러는거지, 정말로 나한테 고맙게 생각한다거나
미안해서 그러는건 아니다.
그걸 알기에 더 기분이 더럽다.
연애할 때부터 지금까지 근 10년이란 세월이 흘렀건만
한번도 둘이서 여행가본 적이 없다.
결혼 전엔 허구헌날 신랑 집구석에서 뒹굴고 놀았었고 어쩌
다 나가서 영화 한프로 보곤 밥 먹고 집에 돌아오는게 끝이
었다.
결혼하고 나서도 역시나 마찬가지였다.
아직까지 둘이서 여행한번 가 본적이 없다.
항상 친구들 모임에서 같이 간게 끝이다.
한달전 쯤인가...
여행가고 싶다고 했더니 가잔다.
그래서 그 주말에 가려나 했다.
목요일까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래서 그려면 그렇지 하고 그냥 포기했다.
신랑한테 너 정말 웃긴다는 식으로 운만 띄운채..
토, 일 이틀 쉬는건 하달에 한번뿐이다. 울 신랑.
그 외엔 허구헌날 출근이다.
본인도 괴롭겠지만 집에서 목빠지게 애랑 싸우며 기다리는
나도 괴롭다.
곧 둘째도 태어나고 해서 그러면 또 2년간은 여행은 꿈도
못꾸기에 이번엔 꼭 가려고 했다.
아직 신랑한텐 얘기안했지만 내가 장소며 다 정해서 가자고
할려고 했다.
근데...
그 주에 울 형님 생일이란다.
더 웃긴건 우리 여행갈려고 했는데 라고 말했더니 울 신랑
너무도 담담하게 여행은 아예 포기를 해 버리는거다.
그럼 어떡하지, 아님 이렇게 해 볼까 라는 대안이나 걱정
자체를 아예 하지도 않은체 토요일 엄마가 밥 뭐사줄까
그런 말이나 지껄이고 있다. (며느리 생일날 시어머니가
밥 사주심. 특히 큰며늘한텐 열과 성의를 다함)
내 가슴은 뽀개지는데 내 걱정 한번 안하고 그러고 있다.
이렇게 해서 내 인생의 30대가 다 지나가버리고 말것같다.
이놈 만나서 추억있는 여행 한번 못해서 헤어질때도 큰
아쉬움도 없을 것 같다.
뭐 회상할게 있어야 회상을 하며 아쉬워하지..
내 인생이 넘 억울한 것 같아서 오늘은 눈물밖엔 흐르지
않는다.
허무하다.
누구의 글처럼 나도 그냥 자다가 잠결에 죽어버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