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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준비물


BY 이영진 2002-07-28

서울로 이사 온지 두달 된 금요일 저녁...
저녁식사를 마치고 과일을 깍는 제손을 물끄러미 바라보시던 아버님과 어머님께서 뭔가 말씀을 서로 미루시는 듯 했습니다.
"뭐 하실 말씀 있으세요?"
"아범이..어찌 생각 할지 모르겠다만.."
"말씀을 못하시구 그랴.."
아버님 말씀을 뒤이어 어머님께서 접혀진 종이쪽지를 내미시면서 말을 이으셨습니다.
"내일 남원가는 길에 전주에 들러서 이것 좀 찾아 오거라"
친정동네에 살다가 시댁 부모님과 같이 살 생각으로 몇일을 밤잠을 설치기 까지하고,각오를 단단히 하고 올라왔지만,두달이라는 시간은 너무 힘들 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명절때 TV에서나 봤던 고향나들이를 할 생각에 별 생각 없이 어머님이 주신 접혀진 종이를 받았습니다.

남부순환도로를 거쳐 서초IC를 나오자 가짜 서울 사람이 아닌 진짜 고향의 냄세를 맡으로 가는 기분에 가슴 벅차기 까지 했습니다.
서울에 와서 가장 좋았다 싶었던것은 시청앞에서 붉은파도속의 물결정도의 역할을 했다는 것.
그외에는 정신없는 사람들의 움직임까지도 절 힘들게 했습니다.
다행히 애들은 곧 방학을 해서,,괜찮았지만...
주말을 잘쉬고,일요일 오후 호남고속도로를 막 벗어나고 애 아빠가 "어느 휴계소 에서 쉴까?"하며 고개를 돌렸을때..

이를 어쩌나?
그제서야 어머님이 주신 쪽지가 생각 났습니다.

뭔데?
모르겠어.뭔지..

남편은 내일 택배로 붙이라고 하지 뭐...라는 말을 하고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 또한 그리 중요하게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월요일 아침에 남편은 아버님의 서운한 말씀에 어쩔쭐 몰라 하며 출근 했습니다.
전주에 거는 듯한 아버님의 전화에 대한 결과물은 화요일 오후에 도착했습니다.
화요일 저녁식사는 정말 뭐라 표현할수 없었습니다.
마침 동부인 모임이 있어 나가신 틈에,
퇴근한 남편과 같이 아버님방 장농속에 있는 그것을 보고 난 후 남편의 저녁식사는 정말 먹는 둥 마는 둥 이었습니다.
금연한지 이틀 만에 의지력을 무산하게 할정도는 될 물건이라 생각 했습니다.
더군다나 남편과 같은 효자는...

그건 다름 아닌 "수의" 였습니다
한복 상자 보다 조금은 컷지만,처음엔 정말 조금 비싸 보이는 한복인 줄 알았습니다.
"죽어 썩어 없어 질 몸,아니 난 화장 해다오."라고,
비슷한 이야기만 나오면 말씀하시던 두분들이시라,
삼베보다는 한지수의를 찾으셨던 모양입니다.

"내말 안듣고,행여 아범이 우리 죽걸랑 매장을 해도 이제 걱정없을 거다."

안방으로 수박을 가져 오시라고 말씀을 하시며,
모임 다녀오시고 옷도 안갈아 입으시며 어머님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준비한다,한다 하면서 이제야 했다.누구나 한번은 가야하고,그러기에 준비는 필요하지 않겠냐 기분 이상하게 생각치 마라!"
"그리고 이건 전통한지로 만든거라 하더라"
"니 어머니가 보통 극성이냐,이것도 환경생각해서 꼭 한지수의로 하자고 해서 한거다.
잘타고.. 잘썩고.."
"니들 올라오고 막 할멈들 모임에서 전주가서 그 용의눈물 찍었다던곳 있잖냐 ! .."
"경기전 말이에요?"
"그래 맞다 경기전"
"그 곳 앞에 한지박물관에 있더라"
구경 잘 하고 왔다.그때 사가지고 올것을..."
"그럼 아범이 저리 풀이 죽진 않을 텐데..."

남편은 채 끝나지도 않은 어머님 말씀을 뒤로 하고 안방 발코니에 감춰둔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 있었습니다.

"수의는 원래 니들이 준비하는 거란다"
"삼베보다 훨씬 가격도 저렴해서,돈 내라고들 안할테니,,아범 걱정 말고 잘자라"

대꾸도 없을 줄 알고 계셨던지 어머님은 안방문을 닫고 들어가셨습니다.

기분이 많이 이상하더군요.
사춘기 시절 혼자 고민하던 그 어떤것과 일치 하는 것에서 부터...
그리고 제 옆에 누은 둘째녀석 모습에 까지...

참 알수 없는 문제에 고민하다 잠든 밤이었습니다.

환경문제에 적절한 이야기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희 시어머니와 같은 훌룡한 생각을 기본으로 가지고 계신 분들 과 부모님을 모시는 분들에게 한번 쯤 들려 드리고 싶어 글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