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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한번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BY 첫사랑 2002-08-26

흔히들 지나간 첫사랑은 추억으로만 간직하라고들 합니다.
그런데..전 얼마전까지 마니 궁금하고 안부라도 한번 꼭...
아니 조금 욕심을 내서 꼭 한번만이라도 만나고 싶은 사람이
꼭 한사람 있었습니다.

고1때 처음 만나 고3되던 무렵 헤어진 나의 첫사랑....
고1 여름방학때 친구네 놀러갔다가 우연히 길에서 보고
첫눈에 반해 저혼자 몇달간 짝사랑을 하게 되었었죠.
알고보니 쌍둥이였구..타지에서 학교를 다니는 한살 많은 오빠..
정말 마니 좋아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친구가 연결해주어 고1말부터는 사귀게 되었죠.
정말 꿈같은 일이였습니다.
내가 짝사랑하던 대상이 나를 마니 좋아해주는 느낌.. 마니 행복했습니다.
1년여동안 정말 많은 추억도 만들어주고 끔찍이도 날 위해 주던 오빠..

근데....
나란 사람이란 정말 못된 이기적인 사람이였습니다.
내가 고3이 될 무렵 입시에 떨어지고 성인이 되어가는 오빠가 부담스러워..
공부해야한다는 핑계로 그만 만나자고 이별을 통보했습니다.
오빠는 화도 내지 않습니다...
단지 1년동안 공부 열심히 하라고.. 내가 기다려주겠다고..
시험(학력고사) 끝나고 크리스마스이브에 만나던 카페에서 기다린다는
마지막 약속을 정해주고는 연락을 하지 않더군요.

대입문제로 정신업던 고3 마지막 겨울..
그 약속을 기억하고는 있었지만 설마 나올까하는 생각에..
전 마지막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학생활..직장생활에 쫓겨 일상을 보내면서 정신없게 몇년을 보내게 됩니다.

제 나이 스물다섯... 어느 일요일 오후 한통의 전화를 받게 됩니다.
그 오빠였어요.
생각지도 못한 상대에게서.. 갑작스럽게 받은 전화에 전 마니 놀라고 당황했습니다.
대화답지도 못한 대화를 하고..
약속이 있다는 이유로 전화번호만 적어받고 내가 다시 하겠노라고 하면서..
짧은 통화를 마쳤습니다.
후에 제가 그 번호를 전화를 해보았으나 잘못 적었는지 연결이 안되더군요.
다시 전화가 왔더라면 그렇게 말못하고 이상하게 끊지 않았을텐데 후회를 해봐도..
더 이상 전화는 오지 않더군요. 마니 실망했나 봅니다.

살면서 오빠를 가끔가끔 생각했습니다.
이상하게도 기쁘고 즐거울때가 아닌...
제가 가장 힘든 시기에만 생각이 나더군요..
그러다가 결혼적령기가 찾아옵니다.
사귀는 사람이없었던지라 집에서는 엄마가 선보라고 난리십니다.
맞선 제안이 꽤 여러군데서 들어오는데두 전 꿈쩍않고 한번도 나가지 않았습니다.
전 이상하게도 맞선이라는 게 너무 싫더군요.
그 무렵 오빠생각을 해봅니다. 무얼하고 있을까.. 혹 pc통신을 통해 찾아보기도 하고..
그러다 점점 나이가 들고..노처녀소리 들을 무렵.. 엄마와의 신경전에 두손들고..
맞선을 보느니 그래도 알던 사람이 괜챦을 것 같아..
동네에서 알고 지내던 평범한 회사원과 결혼을 합니다.
결혼에 대해 아무생각이나 대책이 없었던 저는 현실이란 결혼생활에서
많은 인생경험을 하게 됩니다.
정말 색다른 홀시어머니..
아빠같은 인상에 마음넓을 것 같아 내인생을 맡겼는데..
아빠같이 권위적이고 무섭기만한 신랑..
다른 면에서는 똑똑하다는 말 듣던 저인데 결혼에 대해서는 정말 사전지식이나
계산없이 정말 순진무구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작년말 또 한번 그 오빠의 소식을 듣게 됩니다.
제 사촌동생이 친구어머니 회갑연에 갔다가 그 오빠와 동석하여
함께 술을 마시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술마시면서 제 안부를 묻더랍니다.
결혼은 했는지..어디에 사는지..신랑은 무얼하는 사람인지..
그리고 군대제대하고 날 마니 찾았었다는 얘기도...
그 얘길 들으니 저도 궁금해지고 안부전화라도 한번 하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전 아줌마이고 아기도 있고..
그 사람은 헬스클럽을 운영하는 총각사장님...
반겨줄까 망서리게 됩니다...
그 마음이 올해 4-5월쯤 봄이라서 그런지 마니 고조되어 친한 친구들에게
물어봅니다. 한번 전화해볼까..?
찬성,반대 반반씩입니다.
결국 만났었다는 사촌동생에게 그 형 전화번호 좀 알아봐달라고 부탁합니다.
사촌동생 친구가 그 오빠의 사촌동생... 좀 복잡하기는 하지만 알려면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때가 정확히 5월말경...
부탁해 놓았는데..사촌동생에게서 바로 연락이 안오더군요. 바빠서 정신이 없었다하더군요..
저는 아파트 청약건땜에 신경을 온통 그쪽에 쓰게 되고 저도 잠시 잊게 되구..
그렇게 지내가 여름휴가를 다녀왔어요.
피곤한 몸으로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전화벨이 울립니다.
짐만 얼른 내려놓구 전화를 받았는데 순간 저는 몸이 굳는 느낌을 받습니다.
사촌이였는데... 안 좋은 소식을 전하겠다고...
저랑 동갑인 여자사촌이 있는데.. 옛날부터 제 속마음 다 털어놓던 애거든요..
오빠와의 얘긴..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자세히 다 알고 있죠.
사촌도 휴가라서 시골친정(제가 학교다닌 곳)에 내려갔는데..
그 오빠가 이틀전 사고로 죽었다는 이야기를....
전화기를 내려놓고 다른 방에서 짐정리를 하면서 어찌나 눈물이 흐르던지..

결국...
저는 단한번만이라도 만나고..아니 통화라도 하고 싶은 사람을 하늘나라로 보냈습니다.
거의 한달전 일인데도..
아직도 가슴이 아리고 눈물이 납니다.
정말 바보같고 한심스러운 아줌마라고 생각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엄마 다음으로 느껴본 따뜻한 사랑은 그 오빠 단 한사람이였던 것 같습니다.
제게 몰 바라지도..화내지도..않고 주기만 했던 사랑..
정말 오랜시간 기다려주던 사랑..
근데 그런 사람에게 저는 상처만 주었던 게 넘 미안해서..
마지막 안부전화에 정말 미안했다고..나이먹고 보니 정말 고마운 사람이더라고...
또 마니 행복하라는 말 하고 싶었는데..
그 말만만 전했더라도 제 맘이 이렇게 무겁고 아프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지난주 금요일에는 그 오빠와 같은동네에 살던 제 동창에게 전화를 해보았습니다.
그 동창이 그러더군요.
자기도 젤 좋아하던 형인데... 그렇게 돼서 가슴 아프다고..
그리고...
그 마지막 약속이였던 크리스마스이브에 그 오빠가 약속장소에 나와 몇시간씩
기다렸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줍니다.

마음이 마니 무거워요..
무슨 소설같아서..무슨 영화속 이야기같아서..
정말 싫습니다.
그렇게 순수하고 진실한 사랑을 왜...
이제야 알게 된걸까요...?
진작에 알았다면 그 오빠의 인생과 제 인생은 달라져 있었을텐데...
다른 친구들은 다 지난일이니 바보같이 굴지 말고 빨리 잊으라 하는데 한 친구는 그러더군요..
잊어지지 않으면 차라리 좋은 기억으로 간직하라고..
무심했던 제 행동에 그 오빠는 마니 아팠겠죠?
전화번호 잘못 적어서 다시 전화 못했던 걸 오빠는 모르고 떠났는데..
마니 망설이다 했을 25살의 그 전화통화도 오빠에게는 상처였겠죠?

오늘도 오빠의 명복을 빌어보지만...
저의 무거운 마음은 가벼워지질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제 마음이 가벼워질수 있는지..
좀 아니..마니 힘들어 님들에게 제 마음을 털어놓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