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에도 성차별 있다
남·여 접객원 차별
가끔 호스트바 사건이 터질 때면 어김없이 우리 사회 기강해이와 성문란 문제가 대두되곤 한다. 결국 여자들이 ‘새파란’ 남자 접대부를 끼고 술을 마시는 행태야말로 ‘말세’라는게 개탄의 핵심이다.
그러나 여성계에서는 이같은 호스트바에 대한 인식이 바로 ‘남성중심적 사회가치관’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모순된 시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남자들은 여자를 옆에 ‘끼고’ 술을 마시면서 똑같은 행동을 하는 여자를 이상하게 보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현행법은 여자접대부는 인정하지만, 남자접대부는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은 룸살롱 등 유흥주점에서 고용할 수 있는 접대부와 관련해 ‘유흥접객원은 손님과 함께 술을 마시거나 노래 혹은 춤으로 손님의 유흥을 돋우는 부녀자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남자접대부를 인정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이를 금지하고 있지도 않다. 따라서 남자접대부를 고용해 여자들에게 술시중을 들게 한 것은 법적으로 아무 하자가 없다.
다만 호스트바가 단속되는 것은 다른 실정법 위반때문이다. 불법음란행위를 했을 경우는 풍속영업규제에 관한 법률, 매매춘 행위는 윤락행위 등 방지법, 미성년자를 고용하면 청소년 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다.
물론 이같은 단속은 호스트바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호스트바보다 룸살롱이나 단란주점의 단속건수가 훨씬 많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전국의 유흥주점(룸살롱)은 2만5168개. 반면 단속을 피하기 위해 기존의 술집을 재임대해 2~3개월정도 게릴라식으로 운영하며 옮겨다니는 호스트바는 정확한 통계조차 나와 있지 않으나 대략 전국에 200~300곳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탈법행위가 상대적으로 많은 룸살롱은 제쳐두고 남자접대부를 둔 호스트바 문제가 선정적으로 보도되면서 보건복지부는 호스트바를 단속하기 위한 법적근거를 마련한다는 취지 아래 지난 99년 남성접대부를 금지하는 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곧 여성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쳐 이를 백지화했다. 당시 여성계는 여성접객원은 법적으로까지 인정하면서, 남성접객원을 금지하는 것은 성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호스트바의 증가는 전체 향락산업의 문제이므로 남녀 구분없이 유흥접객원 법조항 전체를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같은 여성계의 주장은 “여자들이 남자 접대부를 허용해 처벌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는 식의 흥미위주로 왜곡됐다.
여자들이 “남자들을 옆에 끼고 술을 먹게 해달라”는 것처럼 비쳐졌던 것. 그러나 여성계가 이 법안에 대해 반발한 것은 무엇보다 유흥업소의 접대부를 양성화하고 이를 여성만의 직업으로 한정한데 대한 항의였다.
박경일 기자/parking@munhwa.co.kr
술-담배-性문화까지 2중잣대
지난 달 청소년대상 성범죄자 443명의 신상을 2차로 공개한 청소년보호위원회 인터넷홈페이지(www.youth.go.kr)에 오른 한 네티즌의 반응이다. 임금이나 승진, 또는 직장내 성희롱 등 각종 사회적 대우에서 받는 차별만이 차별은 아니다.
우리 사회가 다원화되면서 최근에는 술이나 담배같은 기호식품의 소비 또는 남녀간의 성문화에 이르기까지 개인의 선호에 의한 일상생활의 쾌락문제에도 차별이 있다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그중 단연 여성들의 불만이 집중되는 분야는 음주문화와 성문화의 차별. 남성에게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이 여성에게는 금기시되는 등 남녀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유흥문화의 이중규범이 심각한 성차별과 성폭력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사단법인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실시한 ‘남성의 성문화에 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남성들은 10대 청소년의 매춘을 전면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면서도 정작 향락업소에서 10대를 만나게 될 때는 개의치 않는 이중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설문대상 남성 286명 가운데 85.7%가 10대 청소년의 매매춘을 전면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또 10대와 매춘기회가 생겨도 ‘절대 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도 64%나 됐다.
그러나 조사대상자의 85%인 243명이 향락업소를 이용한 경험이 있고 이 가운데 성관계까지 맺었다는 이는 60.9%인 148명에 이르렀다. 매춘횟수는 68.9%가 연1~2회, 21.6%가 연 3~5회라고 대답했으며, 연 5-10회, 연 10회이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6.1%, 3.4%였다.
또 조사대상자들이 여성접대원에게 나이를 물었을 때 답한 나이는 16~19세 미성년이 33.8%, 20∼22살이 50%, 23살이상이 16.2%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 향락업소에서 10대를 보면 ‘(나이를)개의치 않는다’와 ‘나이를 확인해야 한다’가 각각 30.8%, 41.3%에 이른데 반해 ‘업주에게 바꿔줄 것을 요청한다’는 응답은 16%에 그쳤다.
유숙렬 기자/slyu@munhwa.co.kr
기고-김신명숙 이프편집위원
쾌락은 남성이다. 쾌락은 권력을 가진 자만이 향유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성지배사회에서 쾌락과 권력의 관계는 성별에 따라 기묘한 착종관계를 보인다.
권력을 가진 남자는 섹시하다. 그러나 권력을 가진 여자는 ‘남자같다’고 여겨지면서 무성적 존재로 쾌락의 코드에서 배제되고 만다. 여성이 쾌락의 코드로 인지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그녀가 무권력 상태, 즉 어리고 나약하고 의존적인 상태에 있어야 한다. (이 나라에서 극성을 떨고 있는 청소년 성매매를 생각해 보라) 이럴 때 비로소 여성은 쾌락의 영토로 받아들여지지만 그것도 쾌락의 주체가 아니라 ‘대상’ 혹은 ’수단’으로서다.
수천년간 이어진 남성지배는 여성들로 하여금 스스로 욕망의 대상이 될 것을, 즉 무권력자가 될 것을 욕망하게 하고 그 상태를 쾌락으로 여기게끔 만드는 가공할, 정말 가공할() 결과를 나았다.
이런 현실에서 여성의 쾌락은 남성의 쾌락을 위해 관음증의 대상이 되고 ‘뭐든 원하는대로 하세요’를 외치며 가짜 오르가슴(fake orgasm)을 연출하는 포르노그라피의 수준을 넘어서기 힘들다. 여성의 진정한 쾌락, 참 오르가슴은 아직도 미지의 영역으로 저 멀리서 어른대고만 있을 뿐이다.
여성의 쾌락추구가 무권력상태를 지속시키는 악순환의 고리가 되고 페미니스트들을 쾌락과는 단절된 매력없고 두려운 존재로 전락시키는 것은 쾌락의 코드에서 작동하는 가부장제의 음험한 덫이기도 하다.
기실 가부장제는 근원적으로 여성의 쾌락을 인정하지 않는다. 현재도 일부 아프리카 지역에서 행해지고 있는 여아에 대한 음핵제거 관습은 여성 쾌락의 원천을 거세함으로써 여성의 쾌락을 부인하는 가부장제의 극단적 모습일 것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 강고하게 똬리를 틀고 있는 순결과 정조 이데올로기는 또 어떤가.
남성들이 쾌락을 위해 따로 낙인찍어 둔 창녀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여성들은 남성의 혈통을 순수하게 보존해주는 ‘순결한 자궁’, 즉 어머니의 역할을 위해 쾌락을 부인당한다. 밤마다 도심 거리의 환락가가 불야성을 이루며 여성의 몸을 사고파는 이 사회에서 ‘바람난 아버지’는 일상의 이야기지만 ‘바람난 엄마’, ‘성적으로 자유로운 처녀’는 아직도 두려운 터부다.
이런 터부를 어기고 감히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는 -비록 그것이 가부장제의 코드에 포섭된 것일 때도-여성들은 당장 처벌의 단근질을 통해 낙인찍힐 각오를 해야 한다.
그녀들은 강간을 ‘유발했기’ 때문에 강간을 당하고도 비난을 받으며, 호스트 바를 이용했기 때문에 호스티스 바를 드나드는 숱한 남성들과 달리 시대의 망조로 뉴스의 초점이 돼야 한다. 또 어느 유명한 신경정신과 의사가 확신에 넘쳐 주장하듯, 성행위에 있어 능동적이고자 했다는 이유로 ‘남성을 거세시키는’ 끔찍한 마녀로 지목당한다.
‘여성의 욕망과 쾌락은 위험하다!’-우리 사회의 암묵적인 규범적 합의다. 남성의 그것은 ‘제비’처럼 무해하지만 여성의 그것은 ‘꽃뱀’처럼 음험하게 투사된다. 하지만 여성의 욕망과 쾌락이 위험시되고 있다는 것은 그것이 그만큼 전복적인 힘을 배태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결국 여성해방은 여성 욕망과 쾌락의 해방과 같은 맥락에 있다.
김신명숙 이프 편집위원·작가
2002/04/17
쾌락에도 성차별 있다
남·여 접객원 차별
가끔 호스트바 사건이 터질 때면 어김없이 우리 사회 기강해이와 성문란 문제가 대두되곤 한다. 결국 여자들이 ‘새파란’ 남자 접대부를 끼고 술을 마시는 행태야말로 ‘말세’라는게 개탄의 핵심이다.
그러나 여성계에서는 이같은 호스트바에 대한 인식이 바로 ‘남성중심적 사회가치관’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모순된 시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남자들은 여자를 옆에 ‘끼고’ 술을 마시면서 똑같은 행동을 하는 여자를 이상하게 보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현행법은 여자접대부는 인정하지만, 남자접대부는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은 룸살롱 등 유흥주점에서 고용할 수 있는 접대부와 관련해 ‘유흥접객원은 손님과 함께 술을 마시거나 노래 혹은 춤으로 손님의 유흥을 돋우는 부녀자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남자접대부를 인정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이를 금지하고 있지도 않다. 따라서 남자접대부를 고용해 여자들에게 술시중을 들게 한 것은 법적으로 아무 하자가 없다.
다만 호스트바가 단속되는 것은 다른 실정법 위반때문이다. 불법음란행위를 했을 경우는 풍속영업규제에 관한 법률, 매매춘 행위는 윤락행위 등 방지법, 미성년자를 고용하면 청소년 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다.
물론 이같은 단속은 호스트바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호스트바보다 룸살롱이나 단란주점의 단속건수가 훨씬 많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전국의 유흥주점(룸살롱)은 2만5168개. 반면 단속을 피하기 위해 기존의 술집을 재임대해 2~3개월정도 게릴라식으로 운영하며 옮겨다니는 호스트바는 정확한 통계조차 나와 있지 않으나 대략 전국에 200~300곳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탈법행위가 상대적으로 많은 룸살롱은 제쳐두고 남자접대부를 둔 호스트바 문제가 선정적으로 보도되면서 보건복지부는 호스트바를 단속하기 위한 법적근거를 마련한다는 취지 아래 지난 99년 남성접대부를 금지하는 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곧 여성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쳐 이를 백지화했다. 당시 여성계는 여성접객원은 법적으로까지 인정하면서, 남성접객원을 금지하는 것은 성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호스트바의 증가는 전체 향락산업의 문제이므로 남녀 구분없이 유흥접객원 법조항 전체를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같은 여성계의 주장은 “여자들이 남자 접대부를 허용해 처벌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는 식의 흥미위주로 왜곡됐다.
여자들이 “남자들을 옆에 끼고 술을 먹게 해달라”는 것처럼 비쳐졌던 것. 그러나 여성계가 이 법안에 대해 반발한 것은 무엇보다 유흥업소의 접대부를 양성화하고 이를 여성만의 직업으로 한정한데 대한 항의였다.
박경일 기자/parking@munhwa.co.kr
술-담배-性문화까지 2중잣대
지난 달 청소년대상 성범죄자 443명의 신상을 2차로 공개한 청소년보호위원회 인터넷홈페이지(www.youth.go.kr)에 오른 한 네티즌의 반응이다. 임금이나 승진, 또는 직장내 성희롱 등 각종 사회적 대우에서 받는 차별만이 차별은 아니다.
우리 사회가 다원화되면서 최근에는 술이나 담배같은 기호식품의 소비 또는 남녀간의 성문화에 이르기까지 개인의 선호에 의한 일상생활의 쾌락문제에도 차별이 있다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그중 단연 여성들의 불만이 집중되는 분야는 음주문화와 성문화의 차별. 남성에게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이 여성에게는 금기시되는 등 남녀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유흥문화의 이중규범이 심각한 성차별과 성폭력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사단법인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실시한 ‘남성의 성문화에 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남성들은 10대 청소년의 매춘을 전면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면서도 정작 향락업소에서 10대를 만나게 될 때는 개의치 않는 이중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설문대상 남성 286명 가운데 85.7%가 10대 청소년의 매매춘을 전면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또 10대와 매춘기회가 생겨도 ‘절대 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도 64%나 됐다.
그러나 조사대상자의 85%인 243명이 향락업소를 이용한 경험이 있고 이 가운데 성관계까지 맺었다는 이는 60.9%인 148명에 이르렀다. 매춘횟수는 68.9%가 연1~2회, 21.6%가 연 3~5회라고 대답했으며, 연 5-10회, 연 10회이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6.1%, 3.4%였다.
또 조사대상자들이 여성접대원에게 나이를 물었을 때 답한 나이는 16~19세 미성년이 33.8%, 20∼22살이 50%, 23살이상이 16.2%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 향락업소에서 10대를 보면 ‘(나이를)개의치 않는다’와 ‘나이를 확인해야 한다’가 각각 30.8%, 41.3%에 이른데 반해 ‘업주에게 바꿔줄 것을 요청한다’는 응답은 16%에 그쳤다.
유숙렬 기자/slyu@munhwa.co.kr
기고-김신명숙 이프편집위원
쾌락은 남성이다. 쾌락은 권력을 가진 자만이 향유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성지배사회에서 쾌락과 권력의 관계는 성별에 따라 기묘한 착종관계를 보인다.
권력을 가진 남자는 섹시하다. 그러나 권력을 가진 여자는 ‘남자같다’고 여겨지면서 무성적 존재로 쾌락의 코드에서 배제되고 만다. 여성이 쾌락의 코드로 인지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그녀가 무권력 상태, 즉 어리고 나약하고 의존적인 상태에 있어야 한다. (이 나라에서 극성을 떨고 있는 청소년 성매매를 생각해 보라) 이럴 때 비로소 여성은 쾌락의 영토로 받아들여지지만 그것도 쾌락의 주체가 아니라 ‘대상’ 혹은 ’수단’으로서다.
수천년간 이어진 남성지배는 여성들로 하여금 스스로 욕망의 대상이 될 것을, 즉 무권력자가 될 것을 욕망하게 하고 그 상태를 쾌락으로 여기게끔 만드는 가공할, 정말 가공할() 결과를 나았다.
이런 현실에서 여성의 쾌락은 남성의 쾌락을 위해 관음증의 대상이 되고 ‘뭐든 원하는대로 하세요’를 외치며 가짜 오르가슴(fake orgasm)을 연출하는 포르노그라피의 수준을 넘어서기 힘들다. 여성의 진정한 쾌락, 참 오르가슴은 아직도 미지의 영역으로 저 멀리서 어른대고만 있을 뿐이다.
여성의 쾌락추구가 무권력상태를 지속시키는 악순환의 고리가 되고 페미니스트들을 쾌락과는 단절된 매력없고 두려운 존재로 전락시키는 것은 쾌락의 코드에서 작동하는 가부장제의 음험한 덫이기도 하다.
기실 가부장제는 근원적으로 여성의 쾌락을 인정하지 않는다. 현재도 일부 아프리카 지역에서 행해지고 있는 여아에 대한 음핵제거 관습은 여성 쾌락의 원천을 거세함으로써 여성의 쾌락을 부인하는 가부장제의 극단적 모습일 것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 강고하게 똬리를 틀고 있는 순결과 정조 이데올로기는 또 어떤가.
남성들이 쾌락을 위해 따로 낙인찍어 둔 창녀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여성들은 남성의 혈통을 순수하게 보존해주는 ‘순결한 자궁’, 즉 어머니의 역할을 위해 쾌락을 부인당한다. 밤마다 도심 거리의 환락가가 불야성을 이루며 여성의 몸을 사고파는 이 사회에서 ‘바람난 아버지’는 일상의 이야기지만 ‘바람난 엄마’, ‘성적으로 자유로운 처녀’는 아직도 두려운 터부다.
이런 터부를 어기고 감히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는 -비록 그것이 가부장제의 코드에 포섭된 것일 때도-여성들은 당장 처벌의 단근질을 통해 낙인찍힐 각오를 해야 한다.
그녀들은 강간을 ‘유발했기’ 때문에 강간을 당하고도 비난을 받으며, 호스트 바를 이용했기 때문에 호스티스 바를 드나드는 숱한 남성들과 달리 시대의 망조로 뉴스의 초점이 돼야 한다. 또 어느 유명한 신경정신과 의사가 확신에 넘쳐 주장하듯, 성행위에 있어 능동적이고자 했다는 이유로 ‘남성을 거세시키는’ 끔찍한 마녀로 지목당한다.
‘여성의 욕망과 쾌락은 위험하다!’-우리 사회의 암묵적인 규범적 합의다. 남성의 그것은 ‘제비’처럼 무해하지만 여성의 그것은 ‘꽃뱀’처럼 음험하게 투사된다. 하지만 여성의 욕망과 쾌락이 위험시되고 있다는 것은 그것이 그만큼 전복적인 힘을 배태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결국 여성해방은 여성 욕망과 쾌락의 해방과 같은 맥락에 있다.
김신명숙 이프 편집위원·작가
2002/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