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의 날들
8월 31일
아침에 학교를 간 초등학교 3학년인 작은 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물이 장화속에까지 들어갔다는 거다. 운동장은 물이 가득하고 집으로 갈 것 갔다는 전화를 받고 나니 가슴이 두근 거린다. 곧이어 중학교 1학년인 큰아이 담임 선생님이 전화가 왔다. 집으로 보내야 하는데 몇시에 차가 있냐고 해서 9시 40분차가 있다고 말씀을 드리니 아이를 보낼테니 집에 도착을 하면 전화를 달라고 하신다.
가슴은 두근 거리고 일이 손에 안잡힌다.
작은아이가 도착을 했다. 물이 허벅지까지 찼다고 하면서 키작은 1학년 아이들은 가슴까지 찼다고 한다. 곧이어 도착한 큰아이는 빗방울이 탁구공 같다고 한다. 아이들을 보니 마음이 안정이 되었다.
그러나 빗줄기는 점점 굵어져만 가고 있다..
저녁이 되면서 전기가 나갔다. 빗줄기가 굵어지고 간간히 바람소리도 들린다. 150m떨어진 계곡에 돌 굴러가는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쿵쿵 들러 오고 한번 부딪칠때마다 집에서 알정도로 소리가 크다. 남편과 나는 집안을 둘러 보고 나니 전기도 없고 온세상이 깜깜하니 두 아이도 무섭다고 한다. 모든 식구가 마루에 이불을 깔고 누었다. 비에 대한 단도리도 포기하고 잠을 청했다.
막 잠이 들려고 하는데 차가 한 대 들어왔다. 나가보니 반장 아저씨이다. 닭이 떠내려가는데 잠을 자냐면서 들어온 것이다. 나가보니 옆집에서 수로를 원형관으로 묻어서그 원형관이 돌로 막히면서 계곡물이 우리집으로 넘쳤다. 5년전에 산물은 원형관으로 허가를 내면 안되고 U관으로 해야 한다고 수없이 면사무소랑 국도유지에 설명을 했는데 도면대로 허가가 되고 공사를 했다. 결국 이번에 돌로 막히는 바람에 물이 터져서 창고를 덥쳤다. 다행이 물 터진 곳이 창고 모서리여서 조립식 창고가 앞으로 밀리고 돌이 내 허리까지 싸였다. 부화실 문은 돌로 막히고 그 옆에 있던 닭들이 떠내려 간 것이다.
집으로 향하는 물은 무섭게 쏟아지고 나와 남편은 물길을 도로쪽으로 돌리기로 했다. 물건너에 비닐 둥치가 눈에 뜨이기에 그걸로 물길을 돌리기로 하고 건너는데 물이 허벅지를 넘는 것이다. 물쌀이 얼마나 쎈지 건너려고 들어가니 휘청거린다. 겨우 건너서 둥지를 가지고 쓸려 내려가면서 물길을 돌렸다. 그리고 차에 올라서 아랫집으로 갔다. 노인 두분이 사는 집이 있어서 집에 가니 풀이 많은 집이어서 이상이 없었다. 우리집보다 안전할 것 같아서 집에 오는데 도로는 온통 물길이다. 조금 아래에 물건너 다리옆에 집이 있는데 도로에 나무가 걸리면서 물이 그집 죽대를 치는 거다. 조금씩 내려가는 죽대를 보면서 이쪽에서 소리를 지르지만 반응이 없다.
집에 오니 새벽 3시이다. 지하실로 가보니 물이 가슴에 찼다.전기가 없어서 물푸기를 포기하고 올라왔다. 그래 무소유다.....왜 그상황에서 무소유가 생각이 되었는지...
9월 1일
눈을 뜨니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다. 비도 주춤하고 마당에 나와 보니 온마당에 샘이 난다. 아니 샘이 얼마나 물이 나왔는지 옹달샘이 여기저기 만들어 졌다. 두아이는 신이 났다. 마당에서 하는 물놀이에 신이 나있다. 재미있게 노는 두 아이를 보니 공포에 차 있던 어제의 밤이 정말 있었던 일인지 새삼 스럽기만 하다. 아래 아는집이 궁금했다. 계곡과 붙어 있어서 걱정도 되고 남편과 차를 타고 가다 보니 중간에 도로가 유실이 되려고 한다. 그래도 계곡과 바로 붙은 길이 아닌데 밭이 물에 쓸려져 가면서 밑에의 흙이 떠내려 간 것이다. 문을 두드리니 나온다. 사람이 살아 있다. 물이 안나온다고 한다. 같이 집에 와서 아침을 먹었다
이장아저씨가 왔다. 진부로 가는길이 우리 동네에서 막혔다고 길좀 치워 달라고 한다. 남편은 트랙터를 끌고서 돌을 치우는데 만만치가 않다. 겨우 차만 다닐정도로 치우고 집으로 오니 우리집으로 들어오는 길은 수렁창이다. 샘이 나고 손도 델수가 없다. 지하실을 들여다 보니 가슴을 넘는 물이 고여있다. 여기저기 다리가 끊어지고 고립이 되었다. 점심때가 지나니 진부는 갈수 있다고 한다. 전기가 들어오려면 몇일이 걸릴지 모른다고 한다. 몇일동안 집이 물에 잠기면 안좋으니 진부에 가서 경운기 양수기를 하나 사려고 진부로 향했다. 진고개에서 강릉방면은 돌도 많이 굴러 있고 여기저기 산사태도 많이 있는데 진고개를 넘으니 너무 대조적으로 깨끗하다. 진부에 도착을 해서 여기저기 물어서 찾았는데 한집은 다 떨어졌고 한집은 잇는데 42만원을 달라고 한다. 가지고 있는돈이 부족해서 쌀과 라면 그리고 간단한 부식을 사고서 집으로 향했다. 큰아이와 남편 나 셋이서 물을 푸는데 100양동이를 푸니 1cm정도 내려가는거다. 저녁이 될 때가지 푸었는데 물은 더 느는거다. 샘이 나는지....
해가 어스름해지자 온 식구가 파김치가 되었다. 지는 해보다 먼저 잠이 들었다.
9월2일
먼동이 트기전에 일어났다.
밭에 들어가 보니 고추가 다 누워있다. 저번에 겨우 세워서 묶어 주었는데 이번의 비로 수확을 포기해야 할 것 같았다. 두아이와 밥을 먹고 밭에 들어갓다. 조금이라도 빨간 것은 따서 말려야 겠다는 생각에 따기 시작을 했다. 햇쌀이 얼마나 따가운지 시간이 되면 차에 올라서 라디오를 튼다. 월요일까지 휴교라고 한다. 내일 큰아이 학교 보낼일이 걱정이다. 점심을 먹고 내려가 보기로 했다. 5km 쯤 내여가 소금강 입구도 못갔는데 서너군데는 길이 파여있고 다리도 끊어졌다. 그래도 가는데 전봇대가 3개나 누어있다. 결국 차를 세워두고 걷기로 했다. 전봇대를 넘으니 계곡은 강이 되어있다. 지은지 얼마 안되는 집이 흙속에 있고..... 이집의 주인은 밤에 잠을 자는데 쿵소리와 함께 뒤에서 아름드리 나무가 치고 들어와서 아저씨는 일어났는데 아줌마는 물속에서 겨우 세워서 나왔다고 한다. 거기에 계곡이 있는줄도 몰랐는데 훤하게 보이는거다. 앞에도 계곡이 안보였는데 강이 되어있다. 큰아이랑 같이 다니는 학부모를 만났다. 그집은 양 옆으로 물이 터진거다. 서로서로 안부를 묻고 동네 길을 치우는 사람이 많이 보인다. 자기 집은 흙속에 잇는데 일단 고립은 면하고자 모두 모여서 쓰러지 전봇대 사이에 흙을 채우고 있는거다.
물이 없어서 계곡 물에 밥을 해 먹으면서 일을 하고 있었다. 모두의 얼굴에는 공포심이 가득했다. 그러면서도 살아 있다는 안도감이 서로를 위로를 하고 있다. 그동네 산에 절이 하나 ??는데 스님이 실종이 되었다고 한다. 불어나는 물에 주지스님이 안들어와서 찾을 나갔다가 그만 실종이 되었다는 거다. 걸어서 올라왔다 내일 아이는 학교를 보내는 것을 포기하고 올라왔다. 올라오니 지하실의 물을 푸기 시작을 했다. 이제는 물이 불지는 않는다.
남편과 큰아이는 계곡에 만들어 놓은 식수가 끈어져서 올라가서 임시로 복구를 해 놓았다. 비닐호수로 임시로 연결을 해서 물을 수도에 연결을 했다.
동네에 아는 사람이 와서 보더니 경운기랑 고압분무기로 퍼내자고 한다. 남편은 경운기를 빌리러 갔는데 수로원이 와서 저녁에 어쩌면 전기가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거다. 강릉은 엉망이어서 진부로 전기공사를 한다는 거다. 저녁이 되니 전기가 들어왔다. 전기가 들어오니 살 것 같았다. 위성이러서 TV도 볼수 있었다. 엉망이 되어버린 시내... 전화는 안되고 있다. 소금강 입구에 가면 핸드폰이 된다고 해서 가서 하니 되다 안되다 한다. 겨우 연락을 취하고 집으로 들어오는데 차에서 연기가 난다. 물에 직접 침수가 되지 않아서 괸찮으려니 했는데 겨우 집에 도착을 해서 시동을 끄고 나서 다시 시동을 켜니 안된다. 운이 정말 좋았다. 길에서 그랬으면 한 밤중에 걸어서 왔어야 했는데....
9월 3일
새벽에 눈을 뜨니 코피가 난다. 몸에 열도 나고 물을 건너면서 물과 돌에 부딪친 다리는 멍이 들고 여기저기 베껴져서 쓰라립다. 지하실은 어제부터 모터를 돌리는데 반 정도 물을 퍼냈다. 주문진에서 정아아빠가 들어왔다. 전화도 되고 전기도 되는데 물이 안나온다는 거다.
우리는 전화가 안되는데.... 올라오는 길이 너무 참혹하다는 거다. 점심을 먹고 아이들 선생님하고 통화를 하려고 다시 소금강입구로 향했다. 초등학교는 이번주 휴교고 중학교는 학교 수업을 3교시만 한다고 한다. 결석은 안된다고 한다. 올라오는 길에 한 아주머니가 태워 달라고 해서 트럭 뒤에 같이 타고 올라왔다. 남편이 죽어서 사천공동묘지에 묻었는데 묘가 유실되었다 해서 가보니 남편 묘는 괸찮은데 2000개의 묘중 800개가 유실이 되었다는 것다. 여기저기 해골이 나뒹굴고 밞고보니 손이고... 덜 썩은 시체들이 나뒹굴고 묘원의 직원도 둘이나 사망을 했다면서 이야기를 해주는데 등골이 오싹하다. 조금더 올라오니 한 아저씨가 걸어올라오는 거다. 아버지 혼자서 계시는데 연락이 안되어서 8시간을 걸어서 왔다고 한다. 몇사람을 태우고 오는길에 기분이 묘햇다. 택시운전하는 사람.. 식당일 다닌다는 아줌마에 정말 부모님이 걱정이 되어서 먼길을 걸어오는 사람들.... 정말 마음이 훈훈햇다.
평소에 공부를 잘해서 서울로 출세한 자식들이 있다고 자랑하는 사람들은 올 생각도 없고 오히려 못난 자식들이 부모를 생각하는 것이 더 큰 것 같다. 오는 길에 큰아이에게 공부를 잘하는 것보다는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엄마는 공부를 잘하는 아들보다는 엄마를 사랑하는 아들이 되었으면 한다고.
저녁이 되니 연곡가지 갈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돼지 밥을 못주었기에 강릉으로 비지를 푸러 가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내려가는 길에 물통을 몇 개 실고서 내려갔다. 길이 완전이 울퉁불퉁 엉망이다. 그러나 길에 대한 생각은 사치였다. 너무나 어이없이 펼쳐지는 모습에 내 자신이 살았다는 것에 감사를 드린다. 골물이 넘치면서 집을 덮치고 돌과 흙과 나무로 논은 완전이 자갈밭이 되고 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밭이고 어디가 논인지 구분도 안된다. 길을 거의 다 동강이가 나고 길에 걸쳐 있는 것은 아름드리 나무와 집채만한 뿌리들.... 계곡이 완전히 강으로 변해버리고 계곡과 붙어 있는 조금마한 골물은 계곡이 되어버렸다. 여기저기 잘려진 논과 밭의 모습 그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없어진 논과 밭들이다. 어쩌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내려가다 보니 어느집은 완전히 없어졌고. 어느집은 반이 동강이 나 있고 그반마져 위태롭다. 지붕만 남아 있는집에 흙속에 지붕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