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원짜리 희망
오늘 3천원어치 복권을 샀다.
거의 가능성 없는 것
그래도 혹시...
일단 며칠은 기다려 본다.
20년간
일에 미친 사람이란 소릴 들었고
또 10년간
피눈물 어린 노력의 결실
모든 게 사라져 버리고
늦은 밤 돌아와 퉁퉁 분 발을 어루만지는
가엾은 여인을 차마 볼 수 없어
방황의 마음을 어렵사리 추스렸다.
운? 모르겠다. 좌우간
길가에 담배꽁초하나 버리지 않았고
굶으면서도 은행 빛 갚으려고 매달 버는 것
가엾은 내 여인 외면했는데
I.M.F? 참 길었다. 그 후로도 4년여를 버티다
실탄없는 싸움에 또 빛만 졌다.
그러나 이번만은 내가 죽어도 그 잘난 임대아파트
보증금만은 손 대지 않아야지...
모두가 싫어하는 정수기 방문판매원
두 달 되니까 연고는 바닥이 났다.
렌탈 쪽으로 바꾸니 남 앵벌이 시키는 일은 면했다.
그러나 이건 또 얼마간의 돈이 들어가는 장사다.
이른 새벽 첫차를 타고 매일 서울까지 출근하는 것도
저녁에 집에 들어가 먹는 한끼가 하루의 전부라 해도
버스 터미널에서 자판기 커피가 마시고 싶어도
모두 다 참을 수 있다.
그러나 렌탈 대리인 모집할 광고비는 내야하고
그네들 점심은 먹여야 하고
전화비는 제법 많이 나온다.
이런 것 또 빛이 되어 가슴을 옥죄어 온다.
한 달에 80만원 받는
분수에 맞는 일을 해야만 했는데,
빚 갚는 약속 지키려니 그거 갖곤 안되니...
이젠 정말 지쳤다. 살고 싶지가 않다.
그러나 가엾은 내 여인, 독촉장만 날아와도 금방
쓰러질 것 같은 그 여인에게 또 빚 2천만원을 남기고
나만 편하려고 죽을 수도 없는 일.
것도 핑계인가?
언젠가 들어 논 보험, 어떤 차가 콱 받아 버리면
그래도 1억은 받는데, 그려면 내 여인에게 덜 미안할텐데
그것도 운이 있어야 되는 것인가?
전생에 죄가 얼마나 많아서...
어제 산 복권을 긁어보지도 못했다.
분명 꽝이 나올 것이기에 차라리
기대와 희망이라도 좀더 갖고 있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