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처럼 일어서던 아침은 이제 더 화들짝한기대감을 주지 않는다. 따스했던 흔적이 곳곳에 어려 있지만 이제 더러 초라함을 드러내며 나를 바라본다. 잘 길러진 화초는 더 이상 설렘을 갖게 하지 않는다. 그저 베란다나 혹은 거실에 놓아 둘 뿐이다. 이제 아이도그다지 채근하지 않는다. 되려 추궁하듯 자신의 아픔을 내비친다. 함께 했던 삶이 여러 개로 나뉨을 본다. 떨쳐버리지 못하는 커피 한 잔으로 먼데를 본다. 지금하늘빛은 어떠할까..... 비라도 내렸으면..... 어느 새 햇빛 한보따리가 청하지 않은 손님처럼 창가에 똬리를 틀고 앉아 먼지를일으키고 있다. 이제는 눈빛이 달라진, 내가 기른 아이처럼 변함없는 일상의 그이지만, 그는 이미 그가 아니다. 내가 이룬 자리에서 얼결에 내몰리며 작아져만 간다.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될, 갈 곳이 있을 듯 한데... 아직 일어설 때가 아니다. 생각이 많을 뿐이다. 기척도 없이 들이닥친 이웃 아낙의 얘기 거리는 옥상의 화사한 햇살에 말려야 할 밀린 빨래들을 떠오르게 한다. 이런 저런 할 일을 해야 하면서도, 이제는... 내가,내가 아닌 것이다. -이양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