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칼럼] 工作과 造作과 거짓으로 얼룩진…
어느 비평가는 김대중 정권의 문제는 소수정권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수긍하지 않는 데 있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김대중 정권이 처한 문제의 심각성은 소수일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나 선거패배로 인한 다수세력 창출의 실패에 있다기보다 스스로 소수정권임을 깨끗이 인정하고 이에 걸맞은 자세와 전략을 가다듬지 못한 데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 정권의 또 다른 본질적 취약점은 도덕성의 부족에 있다. 이 정권의 문제는 부정부패에만 있는 게 아니다. 이 정권의 문제는 거짓말에 있고 정치공작(工作)에 있으며 조작(造作)에 있다. 「소수」는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도덕성의 결함은 그야말로 태생적인가보다.
지금 국민은 어지러움증(症)에 시달리고 있다. 보느니 저질싸움에 거짓경쟁이고, 듣느니 뒷거래요 무슨 풍(風)이고 의혹이요 조작이다. 대통령 아들들이 비리로 연이어 영어의 몸이 되어 검찰의 소추를 받더니 요즘은 병풍을 몰고나온 김대업이라는 사람의 「테이프쇼」에 검찰뿐 아니라 온 나라가 놀아난 꼴이 되고 있다. 이회창 후보가 최모씨로부터 20만달러를 받았다는 민주당 설훈 의원의 주장도 사실무근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조작이거나 공작의 결과라는 말이다.
조작과 공작의 연장선상에 세무조사와 대주주의 구속을 통한 일부 비판언론 매장(埋葬)기도가 있었고 각종 안티와 구독거부 운동 등이 그 주변에 있다. 드디어는 남북정상회담의 성사를 위해 북한측에 4억달러를 뒷돈으로 줬다는 엄청난 의혹이 제기돼 사실확인단계로 치닫고 있다.
과거의 권력싸움은 경제도약을 위한 정치적 안정과 이를 독재로 몰아간 민주화운동의 대결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군부세력의 오랜 집권으로 피폐된 국민의식이 결국 민주화운동의 정당성으로 결집될 수 있었던 것도 우리에겐 숨가쁜 역사의 진전이었다. 그러나 일단 민주세력이 득세한 이후 권력을 가늠하는 새로운 기준과 판단의 잣대는 달라질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곧 도덕성의 문제였다고 할 수 있다.
김대중 정권의 문제는 이런 변화를 의식하지 못한 채 정치권력의 정당성이 여전히 독재 대 민주화에 있다는 고식적인 수준에 머물러 「민주화=만능」에 안주한 데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대통령은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가 국민적 공감대를 얻고 있다는 자만에 빠진 나머지 그 방법과 과정의 도덕성·정당성·합법성 등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거나 무시한 중대한 과오를 범했다.
문제의 심각성은 집권세력의 이런 과오가 과오의 수준에 머물지 않고 과오를 감추거나 정당화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게 되고 더 나아가 과오를 지적하고 비판하는 측의 주장과 입장을 뭉개버리려는 정치적 공작과 조작에까지 손을 내뻗게 되는 데 있다. 지금 산업은행의 현대상선에 대한 4억달러 대출과 이 돈의 행방을 둘러싼 정부·여당의 언행을 보면 이들이 무엇을 공작해놓고 그것을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마구 해대고 있다는 심증을 갖게 된다. 우려하는 것은 거짓말과 조작과 회피 등에서 빚어지는 정치권력의 최악의 도덕적 해이 현상이다.
이제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다음 정권은 어떠해야 하는가가 점차 자명해지고 있다. 우리가 뽑아야 하는 대통령과 정권은 한마디로 정직성과 도덕성에 대한 국민의 목마름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우리 국민의 힘으로 발동이 걸린 정치의 운행은 제대로 굴러갈 수 있도록 그대로 맡겨두면 된다. 우리가 애타게 바라마지 않는 것은 거짓없는 정치, 공작없는 권력, 조작하지 않는 행정, 그리고 비록 능란하지는 못해도, 큰 그림을 그려내지는 못해도, 또 그 누구들처럼 군림하는 카리스마가 없어도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솔직하고 정직한 정치의 일상화다. 제발 틀렸으면 틀렸다고 인정하고 잘못했으면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고칠 것이 있으면 고쳐가는, 그리고 국민을 속이려 들지 않는 지도자와 정권이 그립고 아쉽다. 이런 정치하실 분 어디 없나.
(김대중/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