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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라려? 우리 차 어디 있지?


BY 치매 9단 2002-10-11

참 기막혀서.
내 직장, 집에서 걸어 이십 분. 대부분 걸어 다니고 급할 때 시내버스 탄다
남편은 비오는 날 빼고 자전거로 출퇴근 하고.
그래서 차는 거의 매일 집 앞 도로에 주차되어 있다.

그 날은 시장 볼 일이 급해서 오랫만에 차를 끌고 나갔다.
부랴부랴 시장 보고 출근해서 직장 냉장고에 시장 본 거 다 넣어놓았다.
그리고 요즘 운동이 부족한 걸 느끼며 운동 삼아 부지런히 걸어 집에 무사히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 날은 여유잇게 출발하여 걸어서 출근.
다시 퇴근하고 늦은 밤, 그 날 집에 놀러온 친구 배웅하러 집 앞 길까지 나갔는데...
매일 같은 자리에 서있던 우리 차가 없는 것이다.

어? 우리 차 어디 있지?

당신 오늘 차 딴 곳에 댔어?

아니, 나 오늘 차 안가져 갔는데...

얼라려? 이상하다. 주차 금지구역도 아닌데 누가 끌고 갈 일도 없구.

밤 열 두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에 남편과 왼동네 다 돌면서 우리 차 찾았다.

없다. 우리 차가 없어진 것이다.

잘 생각해봐. 생각하고 말고 할 것도 없어. 나는 오늘 걸어서 출근했단 말야.

아이구 요새 우리 동네 차들 빵꾸 나고 유리창 깨지더니 드뎌 우리 차가 본보기로 도난 당했구나!!


십 년 다 된 차지만 얼매나 아껴 탄 건데,
우리 손 때 다 묻은 정든 차인데, 십년 간 속 한 번 안??인 효잔데...

남편하고 땀나게 동네 다 돌며 별별 생각 다 난다.

남편도 우울하게 묵묵 부답. 이렇게 중얼댄다.
참, 이상하다. 아까 낮에까지 분명히
여기서 본 것 같은데...

어깨에 힘 빠지고 축 쳐져 집에 들어오는 데 골목길 어귀에서 나는 불현듯 이상한 생각이 번쩍!! 났다.

아차. 내가 어제 그저께 시장 본 것 같은데.
여보, 나랑 한통 근처 골목에 가보자. 내가 거기다 놓은 거 같어.

그 밤에 남편이랑 부랴부랴 직장 근처 한국 통신 옆골목까지 질주했다.
.
.
.

그 옆골목 희미한 가로등 아래 뽀얀 먼지를 뒤집어 쓴 우리 아방떼가 정신나간 나를 한심한 듯 바라 본다. 잃어버린 아들 찾은 것 마냥
가슴이 마구 뛴다.

이튿날, 직장의 냉장고 열어보니 오징어는 상한 땀을 줄줄 흘리며 냄새 풍기고 있고
내가 그렇게 급하다며 시장에서 주섬주섬 담아온 찬거리들이
모두 긴 한숨을 내쉬며 늘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