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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렇게 사나부다- 대화술 빵점인 남편


BY 겨울이 2002-11-27

나는 결혼 일년차가 넘었다.
남편은 과묵하고 하루종일 한마디안해도 답답하지 않을 위인이다.
그러나 난 살면서 대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결혼해서
하루하루가 너무 답답했다.대화할 사람이 없어서.
결혼전엔 이해를 못했다.
남편과는 대화가 안통해요 말이 안통해요
꼭 벽보고 얘기하는 것같아요.라고 말하는 아내들이 이해가
안갔다/ 왜 같은 사람인데 말이 안통한다는 건지...

하지만 이제는 나도 그렇게 되가는걸 느낀다.
처음엔 내가 애교도 부리고 나혼자 지지배배 얘기하기도
했지만 반응이 없으니 이제 그것도 지쳐서 나도
말하기 싫다.뭔 재미가 있어야 말이지.
사실 답답한건 선볼 때부터 시작되었다.
무슨 질문도 잘 안하고... 그 흔한 취미가 뭐에요?
좋아하는 영화있어요? 그런 질문도 안하고
테이블의 물잔만 바라보는 폼이 답답해서 나혼자
질문하고 떠들고 (사실 침묵이 너무 답답해서)
시간을 때웠다.그런데 그 답답한 남자가 내남자가 될줄이야.
그렇다면 이 글을 읽는 분들이 그럴거다.
그런 답답한 남자랑 왜 결혼했댜~?

그런데 눈에 뭐가 씌었는지 로버트 드니로를 연상케하는
우수어린 눈빛 (지금 생각해보니 맨날 밤에 컴해서 충혈된
눈이었다.),뭔가 신비로운듯한 여운,
뭔가 진국중의 진국일거 같은 그런예감 때문이었던 것같다.
그 과묵함이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할줄이야.
어제도 그가 왠일로 일찍왔다. 나보고싶어 일찍오나했더니
(열시) 야인시대본다고 눈썹아 휘날려라하고 달려왔다.
난 옆에서 책을 읽다가
대화의 문을 열어볼까하고 물었다.
자기야 어떤 여자나 남자가 결혼전의 천만원의 빚을 숨기고
결혼했는데 그게 결혼해서 탄로가 나면 남자느 기분이
어떨까 하고 물었다.
그는 대뜸 (그런 얘기 재미없어.) 한다.(그거 내얘기야?)
하면서 다시 묻는다.사실 친구얘긴데 남자의 심리를 알고싶어서
물은거였다.

아니 혹시 이남자가 나몰래 숨겨둔 카드빚이라도 있나?
그렇지 않고서야 얼굴을 붉힐 이유가 없는데.
난 아니라고 자기와는 상관없다고 말해도 의심의 눈초리다.
참 이상한 청개구리 기질을 가진 남편이다.
왜 진실을 말해도 도둑이 제발 저리나 ?
꼭 자기와 연결을 지어서 자기혼자 기분나빠하지?허긴
내가 그냥 우울해도 자기때문에 그런줄 알고 쓸데없는
생각을 한다.난 내말이 무시당한 것같아 기분나쁘다고 했더니
자기도 제잘못을 아는지 ...차마시려던 나에게 와서
부리지도 않는 애교를 부린다.내것도 타줄거지? 하면서
나 이뻐? 그런다. 할 수없다.내가 봐주는 수밖에...
나는 사실 여자들과 대화하는 것이 더 재밌다.
그와 연애할때 (겨우 재작년인데) 그를 보기전에 설레이고
그를 보면 너무 행복하고 그랬는데...벌써...
이제는 그가 뽀뽀해줘도 별 설레임도 안들고...
왜이리 내마음은 쓸쓸한지.벽하고 사는 느낌.나무토막과 사는
느낌.그렇다고 내남편이 나쁜남자도 아닌데...그냥
내일은 친정에서 김장을 해서 도우러가야하고
또 일요일엔 시댁에서 김장을 해서 가야한다.
울지마라.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라는 정호승 시인의 싯구절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