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얘기지만 서른다섯해 사는동안
장애아에 대한 편견과 아집에 사로잡혀 있었다.
물론 울집안에 장애자는 없지만 이기적인 발상에 장애자가 있으면
집안에 어둡고 불행하다 생각 했었다.
나의 이런 잘못된 아집과 편견을 서린이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동안
바꾸어놓았다.
그리고 그런 그릇된 이기적인 발상에 대해 후회하고 반성했다.
몸은 불편하지만 마음은 누구보다 깨끗하고 아름답다는 사실을 깨우쳤고,그들에게 가장 필요한건 사랑이 으뜸이었다.
한달내내 감기와 씨름하던 서린이가 지난주 병원에 입원했다
독감으로 인한 합병증과 탈수가 심했다
서린인 탈수와 심한 폐렴,천식,중이염,편도선염등 여러가지 증세가
악화 되었다.
소아과를 내집 드나들다시피 했지만 바이러스를 이겨내지 못했다.독감으로 병원은 만원이었고
중앙병원,차병원 ,삼성제일병원에 온갖빽을 동원했지만 입원실이 없다했다.
동네 소아과 원장님이 강남병원을 추천 해주셨다.
난 강남병원이라해서 시설 좋고 ,질좋은 써비스를 상상했었다.
우리가 찾은 병원은 비영리병원이라 상상과는 달랐다
시설과 질좋은 써비스는 아니었지만 의사와 간호사 모두
봉사정신으로 무장된 투사 같았다.
의료진 모두 친절하고 시설아동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 넘쳤다.
특진아니면 제대로 돌봐주지 않는 영리 병원과는 달랐다.
의료진 모두 보호자 없는 시설아동에 대해 부모와 같은 사랑과 관심으로 치료해주었다.그리고 참된 의료인들이라 생각했다.
입원실에 들어선 순간 한순간 눈에 들어오는 아이 모습이 무서웠다.
탈진해 축늘어진 아이를 안고 난 섬뜩했다.
건너편 아이 또한 입이 돌아가고 소리지르고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바로 다른 병원으로 가야겠다 싶었다.
이상하게 입원 환자가 많지않고 병원이 조용했다
소아과 병동이 따로 없냐 묻자 없다고 했다.
소아방이 있는데 그곳은 신생아가 있고, 모두 시설 아동이고
입양을 기다리는 아기들이라 했다.
열두살 먹은 아이가 몸을 비틀고 침을 질질 흘리고 소리 지르는 모습에 난 기겁했었다.
다른 병실이 있다면 옮기고 싶은 마음에 궁금함을 풀었다.
난 그동안 주변에 장애아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었다.
그리고 요즘 인스턴트와 식품첨가물 때문에 부모가 정상이어서 장애아가 태어날 확률이 높다는 말은 많이 들어왔다
몸을 심하게 뒤틀고 소리 지르던 아이의 침대 머리에 "영규"라 적혀 있었다.
열두살 영규는 시설아동이었다.
물론 영규는 부모가 누구인지 모른채 12년 동안 시설에 있었다한다.
감기로 입원한 영규는 장애아 시설 대문에 버려진 아이라 한다.
물론 영규는 혼자 일어날수도 밥을먹을수도 없는 처지다.
유동식으로 입에 넣어주어야하고
아기 처럼 누워만 있어야한다.
열두살이 아닌 한살배기 아기보다 지능이 떨어진다
그렇지만 영구와 지내는 동안 난 영규가 남들이 말하는 바보가 아닌
세상에서 가장 이쁜 천사라는 사실을 깨닫았다.
그리고 장애아에 대한 편견을 반성했다.
그런 아이는 태어나 산다는 사실이 불행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영규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였다.
그리고 영규가 똥싼 기저귀를 갈아주면서
영규에게 쥬스를 먹이면서
영규에게 노래 불러주고 동화책 읽어주며
영규가 사랑을 느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영규에겐 간병인 아주머니가 계셨다
그렇지만 온몸을 비틀고 새벽에 소리지르고
이빨을 빡박갈며 잠자는 영규를 달래는데는 아줌마 혼자 벅찬 일었다.
간병인 아주머니도 내가 돈벌자고 맘먹고 시작한지 사년이지만
장애아는 처음이라 힘들다 하셨다.
영규는 모순으로 가득찬 더러운 세상을 겪지 않아선지
하얀 피부와 여자애보다 이쁜 손과 발을 지녔다.
눈은 얼마나 큰지 왕눈이였다.
간병인 아주머니 말로는 어린애들이 사고치고 내다버린 애란다.
그이야기를 듣고 영구에게 부모가 있다면
사랑의 약을 먹으며 건강하게 자라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았다.
처음엔 영규와 보영이가 곁에 있는게 싫었다.
간병인 아주머니가 잠깐 자리 비운 사이 기저귀를 이중으로 차고 있던 영규가 끙가를 했다.
유동식으로 식사하지만 열두살이어선지 냄새가 아주 심했다.
그런아이가 곁에 있다는 사실이 싫었는데 끙가까지 했으니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자식을 낳아봐야 부모 마음 이해하고 어른이 된다더니
그말은 바른 소리였다.
영규가 남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난 내아이 기저귀 갈아주듯 영규에게 다가가
"영규야!아줌마가 시원하게 해줄께!"
그랬더니 영규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낯설어했다.
나또한 열두살 남자아이 기저귀를 갈아준다는게 쉽지는 않았다.
난 영규랑 이렇게 친해졌다.
그리고 내아이에게 영규는 몸은 아프지만 마음은 안아프다며
알려주었다.
네살짜리 큰아이는 몸을 비틀고 소리지르는 영규를 이상하게 여겼고 놀라했지만 영규와 손잡게 해주고"오빠야"라고 알려주니
친하게 지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주변에 장애아동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다면
그들은 낯설어 한다거나 그들을 회피하는 일은 없지않나 싶었다.
알게 모르게 어두운 곳에서 그들은 숨어 있었다.
그래선지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편견에 지배를 받은것이다.
난 영규와 지내는 몇일 동안 이주 행복했다.
영규는 아름다운 소년이었다.
영규는 천사같은 모습으로 우리에게 많은 사랑을 깨닫게 했다.
우리 아이들 또한 영규와 친하게 지내고 좋은 경험을 했다.
영규같은 시설 장애아동이 보다 편하고 좋은 환경에서 지내기 위해선
우리가 세금을 더욱 열심히 내야한다 느꼈다.
에고고...남편이 왔네...
영규 이야기는 다음기회에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