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854

넘 가슴이 아파 함께 해주실 분 있나요?


BY 슬픈이 2002-12-09

어제, 힘든 이별을 했어요.
그전부터 하려고하려고 했지만 도저히 할 수가 없었는데...

10년 전, 사소한 말다툼 끝에 감정이 상해 헤어진 남자가 있었죠.
자꾸만 매달리는 그가 그때는 부담되고 싫어서 더더욱 차갑고 매정하게 끝냈어요. 그런 그가 작년에 친구를 통해 소식을 전했더군요.
아직도 나를 가끔 생각하고, 그는 동갑내기 친구와 결혼했다고...
그때만해도, 미친놈이라 욕했답니다. 결혼까지 했으면 얌전히 잘 살지 뭐 대단하다고 나를 아직까지 기억하고 찾나 싶어서...

그렇게 1년이 지난 후, 남편과의 사이는 더더욱 나빠졌고 결국 이혼서류를 작성한 날, 제가 그에게 먼저 멜을 보냈죠.
나 오늘 이혼서류 썼다. 너도 만일 나와 결혼했다면 이렇게 되었을지 모른다. 그러니 이제그만 나에대한 미련은 끊고 부인과 행복하게 살아라... 그가 많이 위로해주더군요.

그렇게 몇번 편지 주고받은 후 제가 그만 연락하자 했어요. 더 하다가는 괜히 감정이 끌릴까봐...

그런데 이십일 쯤 지나 저에게 큰 시련이 왔고, 누구에겐가 기대고싶던 저는 그에게 다시 연락을 했습니다. 물론 그는 따듯하게 제게 위로해주었고...
그렇게 시작된것이 두달을 지났네요. 첨에는 편지만 주고받다가 한달전에 만났지요. 그리고 그 한달동안 남편에게 들키고 며칠전에는 그의 부인에게 들키고...

부인이 알게 되었다하길래, 그의 시련을 덜어주고자 그만 정리하자 했습니다. 그는 몇번 그러지 말기를 부탁하더니, 끝내는 내 뜻을 받아들이겠다 하네요. 저는 그가 저를 강하게 잡아주길 바랬는데...

항상, 부인과 이혼할테니 남편과 이혼하고 함께 살자했는데, 언제나 말뿐이고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아, 이번에 어쩌면 내심 기대했을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는, 어떻게든 사태수습을 하려고만 하더군요.
그래서 느꼈지요. 그에게는 애당초 이혼할 마음이 없었나보다.

지난 10년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나만을 사랑했다 하더니, 나 때문에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결혼했다 하더니, 그 모든것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깨닫자 가슴이 찢어질듯 합니다.

참 우습죠.
별 감정 없다가, 그가 지난세월 나만을 사랑했다는 말에 감동받아 그를 다시 사랑하게 된건데, 그게 거짓이라면 그에대한 감정도 깨끗이 정리하는게 당연한건데 그게 안되네요.
나쁜놈이라고 욕하고, 나를 갖고놀았다고 분노해야 하는데 그게 안되네요. 그저 그가 보고싶구 그립고 슬프고...
정말 멍청하고 바보같죠? 이런 제가 저도 싫습니다.

어제, 그에게 편지를 썼죠.
수십번 이혼하라 했지만 그러지 않은 걸 보니, 넌 부인을 사랑하는게 확실하다. 나는 나의 길을 가겠으니 너도 부인과 행복하게 살아라.

아침에 그의 부인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자기가 그 편지 읽었고, 자기네 사이 아무이상 없으니까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그 전화 받으니 내 처지가 너무 한심하고 처량맞고 그래서 또다시 가슴이 아프더군요.

나를 이토록 비참히 만들고,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지 위로의 전화 한통 없군요. 철저히 버려진 느낌...

그동안 나는 미친짓을 했다는 생각과, 내가 진실된 사랑이라 믿었던 것이 사실은 흔하디 흔한 남자의 거짓이었다 생각하니, 여러가지로 죽고싶은 마음이네요.

추억은, 그저 가슴속에 묻고 살것을.
그랬으면 예전 기억만 하면서, 그에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움 그리움을 갖고 평범한 일상 살아갈 수 있었을텐데...

아...
죄송합니다.
괜히 글만 길어지고 횡설수설 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