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되면 해외자본의 한국투자 위축"
"노무현 되면 재정개혁 모범 청신호 될것"
경제전문 '블룸버그통신', 대선후보 평가 칼럼 '화제'
손병관 기자 redguard@ohmynews.com
▲ 후보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12.19 대선의 결과를 과감하게 전망한 16일자 블룸버그 통신의 칼럼. 경제정책과 대북관,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노무현 후보에 대해서는 낙관적, 이회창 후보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평가를 내렸다.
12.19 대선을 불과 이틀 앞둔 17일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안정이냐 불안이냐',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슬로건으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다소 극단적인 주장들이지만, 선거 결과가 우리 경제와 남북관계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외국의 투자가들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세계적인 경제-금융뉴스 서비스 블룸버그 통신(www.bloomberg.com)에 16일 전재된 칼럼이 외국투자가들과 경제전문가들의 흥미를 끌고 있다. "한국의 대선이 한국 경제의 향방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한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 주니어는 후보들의 이름까지 거명하며 "XXX 후보가 될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과감한 예측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전재된 칼럼들은 어디까지나 필자 개인의 견해"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블룸버그'라는 브랜드가 전세계 투자가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그 무게를 가볍게 생각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블룸버그 칼럼은 "경제가 계속 번성하기를 원한다면 노무현, 한줌의 카르텔(기업연합)이 지배하던 시절로 돌아가길 원한다면, 이회창이 한국인들의 선택이 될 것"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칼럼은 후보들을 두 가지 측면에서 비교하고 있다.
첫째는 경제정책. 노 후보는 재벌개혁에 적극적이고 조흥은행과 몇몇 국영기업들의 매각에 적극적인 반면, 이 후보는 재벌 규제 완화를 지지하고 '조흥은행 매각 재검토'를 시사하고 있다는 것.
블룸버그 칼럼은 이에 대해 "한국경제 성장에 있어서 재벌들의 역할을 평가절하해서는 안되지만, 무리한 사업확장과 산업 통제로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고 국가경쟁력을 좀먹은 그들의 과오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또한 "한국정부가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자산매각을 마무리지을 필요가 있다"며 "자산매각의 지연이 해외시장에 한국의 개혁이 뒷걸음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룸버그 칼럼은 "노무현 당선은 한국이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신호로, 한국이 아시아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재정개혁의 모범으로 남을 것이라는 청신호가 될 것"이라고 호평한 데 반해 "이회창이 당선되면 절실하게 필요한 해외투자가 한국을 비켜갈 수 있다"고 대조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 후보는 '안정이냐 불안이냐'를 외치고 있지만, 칼럼은 "오히려 이 후보의 당선이 한국경제를 불안하게 한다"고 직격탄을 날리고 있는 셈.
둘째는 대북관. 노 후보는 북한과의 유대 회복을 중시하는 반면, 이 후보는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철폐할 때까지 모든 재정적 지원을 중단하고자 한다는 것.
에 대해 블룸버그 칼럼은 "고립이 강화될 수록 북한이 더욱 더 강경책을 쓴다는 게 문제"라며 지난 주 북한이 핵 시설물을 재가동한 것을 예로 들었다.
칼럼은 "흔들리고 불확실해 보이지만, 햇볕정책은 북한을 고립으로부터 이끌어내는 최선의 방법으로 보인다"며 노 후보의 대북 유화정책에 손을 들어주었다.
칼럼은 "투자가들은 한국인들의 결정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며 "판세는 접전이지만, 이 후보가 당선되면 5년 전처럼 한국으로의 투자 흐름이 꺾일 수 있다. 투자가들은 한국 유권자들이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를 기원해야 한다"며 글을 맺고있다.
칼럼을 쓴 페섹 주니어는 지난 4월에는 "진념 경제부총리의 6.13 지방선거 출마로 인해 해외 투자가들이 한국경제를 걱정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칼럼을 쓰기도 했다.
사실 '이회창 부상'에 대한 외국 경제전문가들의 우려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회창 대세론'이 맹위를 떨치던 올해초 프랑스계 금융회사 크레디리요네(CLSA)의 애널리스트 크리스토퍼 우드가 일찌감치 이회창의 대북 강경책에 우려하는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우드는 2월28일 작성한 투자보고서에서 "이곳(서울) 전망은 북한과의 긴장 고조가 12월 대선 이후에 있을 법하다는 것이다.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한 이회창은 현 대통령보다 북한에 더 강경하게(hawkish) 나올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러한 외국 투자전문가, 애널리스트들의 우려가 이번 선거에 어느 정도 반영될 지는 미지수다. 블룸버그 칼럼이 말하는 것처럼 선택은 유권자들 몫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