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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이회창 주말 대조적 행보


BY 호호 2002-12-23

노 '꿈같은 여행' 이 '꿈접은 칩거'…대조적인 주말




'원대한 꿈의 실현을 위한 구상의 여행, 그리고 원대한 꿈을 접으려는 가슴 아픈 칩거.'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와 한나라당 이회창 전 대통령후보의 대선 후 첫 주말 보내기는 당락으로 갈라진 현실만큼이나 큰 차이를 보였다.
 
노당선자는 21∼22일 제주도에서 가족과 짧은 휴가를 즐겼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구성 등 발등에 떨어진 현안들을 측근들과 협의하고 대선 후 정국을 구상하기 위한 시간을 갖기 위해서였다. 아울러 대선 기간에 고생한 가족들을 위로하고 자녀 결혼문제 등을 상의하기 위한 휴가였다. 걱정도 '행복한 걱정'이 많았을 웃음 실은 여행이었을 것이다.
 
노당선자의 '행복한 주말여행'과는 달리 이전후보는 주말 내내 서울 종로구 옥인동 자택을 떠나지 않았다. 22일 세종로 성당의 미사에 참석한 것이 유일한 외출이었다. 21일 저녁에는 후보시절 보좌진을 불러 식사를 함께했으나 "고생만 시켜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는 전언이다. 물론 분위기는 밝을 리 없었을 것이다. 한 측근은 "지금 이후보 자택은 비통한 분위기만 흐를 뿐"이라고 전했다.
 
19일 저녁까지 대권을 놓고 각축을 벌이던 두 사람이 이처럼 상이한 주말을 보낸 것은 '승자만이 웃을 수 있다'는 냉혹한 정치현실을 상징한다. 그렇지만 두 사람 중 누가 대선 후 진정한 자유인이 됐는지는 보는 이에 따라 평가가 다를 수 있다.
 
노당선자는 기자들에게 "벌써 감옥에 갇힌 기분"이라고 말했다. 노당선자는 21일 휴가차 제주도로 떠나면서 청와대에서 제공하는 20인승 군용기를 사용하는 관행을 깨고 일반 항공기를 이용했다. 숙소도 고급 호텔이 아닌 펜션 형태의 콘도형 민박을 이용했다. 노당선자는 군용기를 사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 "난 자유로운 것을 좋아한다.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자유로운 분위기를 누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당선 다음날인 20일에는 서울 여의도의 한 대중사우나를 불쑥 찾아 경호팀을 긴장시켰다. 노당선자의 돌연한 행동에 10여명의 경호원은 차마 사우나 안에 들어가지는 못하고 밖에서 발만 굴러야 했다고 민주당의 관계자는 전했다.
 
반면 이전후보는 '주말 칩거' 중 그를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끊임없는 '위로'를 받았다. 이전후보 주택에는 주말 동안 매일 100명 안팎의 인사가 위로차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후보는 방문객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거듭하며 여러 차례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외면상 확연히 다른 주말을 보낸 두 사람은 23일에도 '출발'과 '정리'로 대변될 수 있는 상징적인 행사를 각각 가졌다. 노당선자는 이날 김대중 대통령을 만나 앞으로의 정국 일정을 논의했다. 이전후보는 한나라당 의원·지구당 위원장 연석회의에 참석한 후 점심식사를 갖는 것으로 당을 완전히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