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에서 볼일을 보고오는데
먹음직스런 붕어빵이 모락모락 김을내며
붕어빵틀 옆에 비스듬히 누워있었다.
4개 1000원이란 빨간색 글짜로 써놓은 팻말이
유난히 눈길을 끈다.
"사먹을까? 말까?"
단팥 좋아하는 내가 침을 꿀꺽 삼키며 조금 생각에 잠겼다.
붕어빵이 비싸다거나 뭐 비위생적이라서 망설이는건 아니었다.
먹는게 남는거고.... 이나이에 붕어빵이 비위생적이라고
안사먹을 정도로 깔끔떨진 않지만
얼마전의 일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동안 붕어빵을 쳐다도 안보고 지나쳤는데...
그날.
약간 꾸리무리한 날씨가 금방이라도 눈발을 날릴거 같았다.
볼일보고 집에 오다보니 붕어빵 특유의 고소한 냄새가
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코너길 모퉁이에서 붕어빵이 날 사가쇼 하는 표정으로
포장마차 빵틀위에 비스듬히 누워있었는데....
밥 먹기 싫은데 잘됐다싶어 1000원을 손에 들고선
당연하게 빵틀앞에 서 있어야하는 아저씨를 찾았드니
어디갔는지 안보였다.
'아저씨 안계셔요?"
사실 내 목소리가 좀 큰가?
거짓말 좀 보태서 십리밖에서도 들릴 정도였는데.....
'넷 잠시만요"
포장 저쪽에서 황급하게 대답이 들려온다.
순간적으로 고개를 옆으로 빼서 봤드니....
아이구 옴마야...이일을 우째?
엇비슷한 전붓대에서 마악 실례를 하고선 하체를 털며
아저씨가 황급히 돌아나오는데
내 큰 목소리에 놀랐는지 손은 남대문인가 동대문인가의
대문을 잠그느라 아직 그쪽을 만지고 있었으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아이구 손도 안씻고.....짠 물방울이 손에 묻었을지도 모르는데..."
아저씨가 붕어빵 4개를 담아서 건네주는데
안산다고 하는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으나
무안해할까봐 그냥 받고서 얼른 돌아섰다.
걸음을 옮기는데
예의 전봇대를 휠끗 쳐다봤드니 (보긴 뭣하러 보나?)
어느나라 지도인지 아직도 그곳에선 김이 무럭무럭 나고 있었다.
웩~
나는 보기보다 비위가 무지 약하다.
진짜 어떤땐 나이값을 못할정도로...
그러니 고추 만진 손으로 건내준 붕어빵을 어찌 먹겠는가?
1000원이 아까워서 버리지도 못하고
일단은 어설프게 들고선 집으로 왔다.
맛있게 먹을려고 했는데 찬물을 끼얹어도 유분수지.
다른 사람이 그랬다믄 싱겁한 소리 잘하는 내가 그랬을꺼다.
"아이구 더 맛나지. 내 같으면 냠냠 잘도 먹겠다" ㅎㅎㅎ
집으로 들어오니 아들이 오전 수업만 했다고 일찍 와 있었다.
히히......잘됐구먼.
"얘. 너 이 붕어빵 먹어라. 무지 맛나다"
한창 많이 먹을넘이니 붕어빵이고 잉어빵이고 가리겠는가?
아직도 뜨끈뜨끈한 붕어빵을 받아들곤
"왠 붕어빵이세요?"
"응. 너그 동지한테서 사왔어. 먹어"
조금 미안치만 어쩌겠는가?
안보면 뭐든 약인데....
아들넘 뜨거운 붕어를 머리부터 성큼 베어 먹는다.
흐이구...
쳐다보고 있으니 웃음이 난다.
"어머니도 드세요"
쳐다보고 웃는 내모습이 지넘 먹는게 대견스러버 쳐다보는줄 아는지
붕어 한 마리를 집드니 날 먹으라고 내민다
기겁을 해서
"아..아냐. 난 너무 배가 불러서 안먹어. 너 다 먹어"
배가 부르긴 뭐 불러.
배고파 밥 차리기 바쁘면서....
아들넘 3개먹드니 1개는 남겨놓는다.
"야 식으면 맛없어. 마저 먹어"
아! 이 위대한 모정 함보소.
결국 4개를 아들넘이 다 먹어줬다.
캬캬캬.........
아들한테 말을 할 수가 없다.
이미 목구멍에 다 넘어갔고 또 말한덜 지넘들이야
다같이 고추잡고 볼일보는 동지니 그게 대수랴. ㅎㅎㅎ
그래.
뭐든 안보면 약임에 틀림없다.
나도 그 장면을 안봤다믄 틀림없이 맛나게 먹었을테니 말이다.
근데 보고서는 도저히 못먹겠드만....
요새도 그런식으로 실례를 하는 천년기념물적인 사람이
있다는게 놀랍고.
그나저나 오늘.
먹고싶은 저 붕어빵 사? 말어?
유행가 가사처럼 만지면 톡하고 터지는게 아니고
우악스럽게 배를 반 툭 가르면 삐져나오는 단팥은
생각만해도 군침이 도는데.....
고추를 만졌건 뭐를 만졌건 사먹을까? 말까?
그것이 문제로구만.....누구 좀 가르켜주세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