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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송년회


BY 아무개 2002-12-28

남편회사에서 가족모임 송년회가 있었다.
참 좋은 취지라고 생각했다.식사가 끝나고 이차가 있었다.
여직원도 많이 늘고 티비에서만 보던 홀이 넓은 노래방도
보게되었다.
난 술도 잘 못하고 잘 놀지도 못해서 인사만 하고 가고싶었다.
그런데 남편을 보니 놀고싶어하는 눈치였다.
그런데 난 아직도 그분위기가 어색했다.
직원들은 젊은사람이 많아서 정말 잘놀았다.
특히 나이어린 이쁜여사원에게 남직원들은 어떻게든
노래를 시키거나 어떻게든 술을 같이 마시려고 애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난 한편으로는 부럽고 한편으로는 주인공자리를 후배에게
넘겨줘야하는 여배우처럼 쓸쓸함이 느껴졌다.
그렇지.흐르는 세월을 막을 자 아무도 없겠지.
내가 그 여직원 나이때 나또한 두사람에게 동시에
(스물두살때)프로포즈를 받고 기분이 우쭐했던 적도
있었고 또 직원오빠들은 하나같이 날 친여동생처럼
이뻐해주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술이라도 진탕 마실걸 그랬나.
난 애꿎은 안주만 먹고있었다.울남편은 뭐가 그리
신났는지 마누라는 혼자 있거나 말거나 (사실 부인들이
이차에는 참석을 많이 안했다.)풍악을 울리고있었다.
내남편이 취하긴 취했나부다. 잘 노는 사람이 아닌데.
직원들은 나이도 그렇게 많지않은 나에게 형수님 사모님을
연발하며 (서른.)좀 어려워하는 눈치였다.
신랑이라도 날좀 챙겨주면 좋으련만. 그는 사람들앞에서
다정하게 구는걸 쑥스러워하고 낯간지러워한다.

그리고 나에게 애기를 원하면 병원을 다니라던
싸가지부부가 (말을 아주 싸가지없게 함.)
어느새 딸이 돌을 봐라본단다. 이쁜 털옷에 쌓여있던
애기가 너무 이쁘고 부러워서 내마음은 또 심장이 얼어붙는듯했다.
돈이 생겨도 별 감흥도 없고 난 무엇때문에 이리
허전한 걸까.내가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많이 하는거
보니 내가 팔자가 좋은가보다.
흘러가는 세월을 붙잡을 수가 없다.내마음은 어느 할머니말씀따나
딱 열아홉살때랑 똑같은데...화장실에 가서 거울에 비친
내모습은 그야말로 삶에 지치고 애기는 언제쯤 생기나라는
고민에 (지금 병원다닌다.) 한마디로 생동감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그 여직원들은 아주 파릇파릇 같은 여성이 봐도
젊다는걸 느낄 수있었다.
아무튼 하루하루 먹고살기 바쁜분들에겐 이글이 왠지 미안하게
느껴진다.하지만 나도 내나이를 있는그대로 인정하며
그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사는 모습을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