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하얀눈이 쉴세없이 내리고 있다.
그냥 좋다.
과학적으로 설명하면 대기중의 수증기가 얼어서 어쩌고하는
골아픈 설명이 뒤따르겠지만....
내리는 눈을 말없이 보고있으니 마음이 환하게 정화되는듯한 느낌이다.
지은죄가 너무 많아서일지도 모르겠다.
엘리베이트를 내려서 1층의 현관문을 마악 열고 나갈려는데
바로 내 뒤에서 걸어오든 젊은 새댁이 잽싸게 한걸음 먼저
문을 나가버린다.
바로 뒤에 내가 따라오니 당연히 조금 여유를 가지고
문을 잡아줄줄 알았는데 그냥 휭~
문의 반사작용에 밀려 이마를 꽝~ 들이 박았다.
잠시 순간이라 아픈것도 아픈거지만 좀 놀랬다.
고개를 드니 젊은 새댁은 벌써 저만치나 걸어가고...
내혼자 궁시렁 궁시렁 허공에대고 욕을 했다.
이마를 만져보니 다행히도 혹불은 안난거같다.
아마 거울을 보면 벌겋게 되어 있을꺼다.
'에잇 나쁜 인간. 가다가 눈길에 팍 미끌어져버려라'
원체 마음이 공자같질 못해선지 악담을 해버렸다.
비됴가게에 갔드니 아저씨가 새해라고 공짜로 신프로를
하나 빌려준댄다.
'에구 착한 아저씨. 새해엔 돈 많이 버세요'
내게 있어서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의 기준은 보통 요렇다. ㅎㅎㅎ
눈발을 맞으면서 두부한모 사가지고 오는데 왜 이리 신이 나는지...
초등학생인듯한 아이가 따르릉 따르릉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어째 위태위태하다.
눈길이 미끄러울껀데 겁도없이 달리네.
하긴 어른인 나도 눈을 보니 신나고 좋은데
어린애들이니 얼마나 신이 날까?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나왔다.
코너를 도는데 아까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가는 초등생이
머리를 숙이며 서있었다.
그앞에서 앙칼지게 쏘아대는 소리가 귓등을 때렸는데...
'잘못했다 소리만 하면 다 돼? 두부 이거 어쩔꺼얏'
상대를 쳐다보니 어렵쇼.
아까 나를 확 밀치고 가든 젊은 새댁이다.
눈길에 미끄러지라고 악담을 했는데 미끌어지진 않고
자전거 탄 애와 부딪친 모양이다.
투명한 비닐속에는 두부가 부서져서 날 좀 보소하며
처분을 기다리고 있는데
그녀가 어찌나 앙칼지게 소리쳤든지
경비하는 아저씨까지 달려오신다.
'잘못했어요'
'글세 잘못했다면 다냐 말이얏. 물어내. 물어내'
아이구 치사해라~
아마 달리다가 뒤에서 그녀의 두부를 치고 나간거 같다.
'아저씨. 얘 몇동 몇호에 사는 애예요?'
급기야는 경비아저씨한테 애가 사는 동 호수를 묻는다.
사람좋은 아저씨 그냥 허허...하고.
사람은 그런거같다.
자신의 잘못에는 관대하고 남의 잘못에는 엄격한거...
좀전에 자신도 별 잘한것도 없으면서
남의 애 조금 잘못하니 애를 잡다싶이 하는게
얼마나 꼴볼견인지 내가 다 화가 났다.
'애가 잘못했다잖아요? 그만 하고 보내주어요'
옆으로 가면서 참다못해 한마디했다.
그래. 잘못했다고 저렇게 고개숙여 비는데
지보다 훨씬 더 낫구만...
'두부가 다 부수러졌잖아요? 모르면 가만히 있어욧'
'애구 그넘의 두부. 어차피 먹을꺼잖수?
이리 내어 내 두부하고 바꿔요 '
그리곤 자전거위에 놓인 두부를 내것하고 바꾸었다.
'얘. 넌 그만 가거라. 어서....'
아이는 내 눈치를 보면서 머리숙여 자전거를 다시 끌고 갔다.
'새댁도 좀전에 잘못했으면서 그냥 휭~ 갔지요?
다 그렇게 잘못하고 사과하면서 세상 사는거라요'
모처럼 나도 공자같은말을 했는데...
경비 아저씨랑 나랑 또다른 사람들이 휠껏 거리며 지나가니
분을 못삭이고 씩씩 거리든 그녀.
두부를 휙~ 들고 가버린다.
당연하게 부서진 두부아닌 내두부를...ㅎㅎㅎ
그녀 머리위에 눈발이 휘날리고
흐트르진 두부를 쥔 내 머리 위에도 경비 아저씨 머리위에도
눈발이 공평하게 휘날리는데...
'저런 여자. 두부를 왜 바꿔줍니까?'
'난 뭐 어차피 부술꺼거든요. 하하'
새 두부를 가지고 간 그녀는 뭔가 느끼는게 있을까?
제발 좀 그랬으면 좋겠다.
조금 손해보며 사는 세상.
내가 조금 손해보면 상대가 조금 덕을 볼꺼고
상대가 조금 손해보면 내가 조금 덕 볼꺼고...
그렇게 얽키고 얽키며 사는게 세상살이의 이치인것을!
눈이 인제는 펑펑 휘날린다.
세상 사람들 다 하얀색 눈을 보며 맘을 깨끗하게 정화시켰슴 좋겠다.
물론 제일 속이 시커먼 나부터......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