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왔어.. 밤새도록..
실제로는 새벽부터 비가 그쳤지만
꼭 밤새도록 온거 같아
온 땅이 비에 젖어 있어서 그런가봐
야간일을 마치고 비에 젖은 공기를 맞으며 돌아오는 길에
가슴이 많이 아팠어
예상치도 못하게 전화는 뚝 끊겨 버리고
주말내내 인터넷도 되지 않았고
잠 자느라 교회에도 가지 못하고
오늘 또 비가 와서 그랬나봐..
언젠가 당신이 내게 보냈던 문자가 생각났어
'비가와.. 당신이 좋아하는...'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비는 이런 비가 아니야
하늘이 뻥 뚫린 것 처럼 무참히 쏟아지는 차갑고 무서운 비..
그런 비를 따뜻한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즐거운 무료함.. 즐거운 심심함속에서 이를테면 부침개를 먹으며 바라보는거야
아니면 그런 빗속에서 이미 흠뻑 젖어버려서
더이상 머리든 옷이든 비에 맞을 걱정을 할 필요없이
그냥 빗속에 나를 맡겨버리는거야..
오늘은 아침 잠을 자지 않기로 했어
가슴이 저려서 잠이 올거같지가 않았거든
대신 밥을 짓고 청소를 했어
지금 밥솥에선 김이 나오고 있어
작은방.. 도대체 매번 어디서 생기는건지
구석구석 켜켜이 쌓여있는 먼지를 닦아냈어
텔레비전 위에.. 컴퓨터 위에.. 반쯤 부서져버린 프린터 위에..
정성스럽게 닦아냈어
마음속에 쌓여있는 답답함을 닦아내듯이..
그동안 책을 두권 읽고,
비디오를 두개 빌려보고
머리를 깍았고
삼겹살을 샀고..
사진을 15번쯤 보고..
이런저런 상상을 하고..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이 있었어
흠,,, 밥이 다 되었나봐..
먹구 또 일해야지
배가 고팠어
먹고 나면 좋아질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