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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쌀과 사람..


BY 인어아저씨 2003-02-17

"아까, 당신이 횡단보도를 건너올 때, 다시 한번 반했어.
당신의 걸음걸이는 특별해. 거친 바람을 가르고 다가오는 왕녀처럼
오연하고 가볍고 도도하지. 겨우 횡단보도를 걷는데도 아주 먼 곳으로
갈것만 같은 표정이 있었어. 난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론 걱정에 휩쌓였어.
당신 걸음걸이에는 당신의 운명이 느껴져."
---------------------------------< 전경린, 내 생에... >
난 이런 문장.. 참 좋아..
이런 대사를 소화해낼 수 있는 배우로는 누가 있을까
음.. 그냥 내 느낌으로는 이병헌 정도면 될듯도 싶은데..
아무래도 이종원으로는 무리였어..
하나의 책을 읽으면서 읽는 사람에 따라
그 느낌은 분명 다를거야.. 아니 완전히 반대적일수도 있지
소설을 영화화 한다는 것..
원작의 느낌을 충분히 살린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지만
영화가 결국 소설에 대한 감독의 느낌을 표현한거라고 보면
감독의 느낌과는 다른 느낌을 받은 독자가 그 영화를 보았을때
분명.. 실망하겠지
하여튼 '밀애'를 보고나서
원작을 이렇게 망칠수도 있는거구나 하는 느낌이었어
뭐.. 좋다고 하는 사람도 있긴 있던데..
아마.. 감독이랑 감성이 비슷한 사람인가..


어제 책을 사려고 서점에 갔었어
서점에 갈때 까지는 항상 어떤 재미있는 책을 만나게 될까..
하고 조금은 설레이는 마음인데
막상 서점 안에 들어서고나면
상황은 반대가 되버려.. 고통이지
너무나도 많은 양의 책에 질려서는
도대체 이렇게 많은 책 중에서
무엇이 좋은거고 나쁜건지
이 중에서 내가 오늘 골라 사야 하는
딱 한권을 과연 어떻게 정해야 할지..
오늘도 신간, 스테디샐러, 베스트샐러, 소설, 비소설.....
등등 이곳, 저곳 코너를 1시간이나 기웃거리다가
결국 하루키의 수필집을 하나 샀어
난 아무래도 책을 고를줄 아는 재능이 없나봐
당신이 이거 읽어봐, 저거 재밌어.. 그럴땐 참 편했는데
요즘 뭐 재밌는 책 없니?

책을 사고나서 근처 할인점에서 쌀을 샀어
쌀이 똑 떨어진걸 모르고 쇼핑할때 빼먹었지 뭐야
햐.. 이거 쌀고르기도 만만치는 않더라구
무슨 쌀 브랜드가 그렇게 많냐..?
미사랑, 미다움, vip임금님쌀, 이천쌀, 아끼바리가 어쩌구..
제각각 kg수도 틀려서 가격 비교하기도 쉽지가 않더라구
예를 들면 어떤건 6kg에 22500원, 어떤건 4kg에 15600원..
뭐 이런식이니깐.. 나눗셈 하는데 얼마나 머리가 아팠겠니..
사실 겉만 봐서야 뭐가 맛있는지 알수도 없으면서
한참이나 비교 하는척 하다가 어찌어찌 하나를 골랐어
집에 오면서 잡생각을 좀 해봤어
그냥 쌀은 정부미, 일반미 이렇게 둘로 나눠서
정부미는 kg에 얼마, 일반미는 kg에 얼마 하고 딱 정해주면 어떨까
하기야 가장 단순한 생수도 맛이 다르고 가격이 다르고
나또한 특이하게도 주머니 사정이 아주 어려울때만 제외하곤
'삼다수'만 먹으니까..
쌀맛이야 물맛보다도 더 복잡하고 다양하겠지
그래도 책고르기와는 다르게 쌀맛 보는거는 사람들이 다 비슷하니까
농림수산부 같은데서 쌀맛을 평가해서 공표하는거야
1등 - 이천쌀 kg에 5만원
2등 - 상주쌀 kg에 4만8천원
...
25등 - 태국산 알랑쌀(?) kg에 5300원.. 뭐 이런식으로
아무래도 민주당이 정권을 연장했으니 호남쌀이 1등할 확률이 높겠군..
너무 잡담이 길었지..?

하지만.. 밥맛은 그렇게 평가될 수가 없어
어쩌면 책보다도 더 주관적이고 상대적인게 밥맛이 아닐까
당신이 지어준 밥맛은 언제나 최상이었거든..

책 하나를 고르는 일..
쌀 하나를 사는 일..
그것 조차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닌데
하물며 사람을 고르는 일이란..
사랑을 하는 일이란..

아니야.. 훨씬 더 쉬운것일지도 몰라
책고르기보다 훨씬 간단한것일지도..
조금 긴장하고, 불안감에 대해 생각했을뿐
당신을 만났을때 난 전혀 주저하지 않았어
그리고.. 그렇게 생각한건 나만이 아니었어.. 맞지?




오늘 다시 달을 보았는데
오히려 어제보다 훨씬 동그랗고 커다란게..
절기에 이런 오류가 있을수 있나..? 하고 의아해했어
어제 보이던 별은 없더군..
별이 떨어졌나?
그러고보니 내가 잘못 생각한거였어
별은 움직이지 않아..
항상 거기에 있었던 거야
움직인건 달이었어.. 미운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