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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니...


BY 쓴웃음 2003-02-17

일요일인 어제는 봄날씨같아서 기분좋게 산엘 갔었다.
큰애는 중학교갈 나이라서 따라다니길 포기했고해서 초등학교 1학년인 작은애와 신랑 나 셋이서 집을 나섰다.
산에는 오후 3시쯤에 도착했고 1시간쯤뒤에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산기슭 여러곳에는 아직 겨울이라서 눈과 빙판인곳도 있고,
눈이 녹아서 진흙탕길도 군데군데 있었다.
아들애는 그 진흙길에 폴짝그리고 뛰어서 셋의 옷차림은 그야말로 모내기 하고 온 모습이었다.

큰애한테서 전화가 왔다.
큰애의 우상인 어느 가수의 CD를 사러가야한다고..
그래서 집앞에 나와있으라하고 딸애를 태우고 할인점엘 갔다.
일요일 오후의 대형 할인점은 만원..
큰애가 몇일후면 초등학교 졸업도 하고해서 선물구경삼아 돌아다니는데 누군가 빤히 쳐다보며 지나가고 있기에 무심히 나도 같이 쳐다보며 지나쳤다...

아..어디서 봤더라..
안면은 있는것 같은데..누구지..
하루가 지나면 예전같지않은 건망증인가 싶어서 지나가는 그 남자와 그 가족을 돌아봤다.
그 사람역시 돌아보는것 같더니 그냥 지나갔다.
저 사람도 내가 안면이 있나보다..
누구지..한참 머리를 짜내다...아하!!
그사람의 동료구나..

내가 결혼한지 벌써 14년이 다되어 간다.
신랑을 만나기전에 결혼할뻔한 남자가 있었다.
나이차가 너무 많아 집에서 반대를 했고, 난 결국 헤어졌다.
힘든시간을 보낼때 신랑을 만났고 결혼했다.
살다보니 싸울때도 미울때도 있어서 몇년전까지 가끔 아주 가끔 그사람 이름이 생각나곤 했는데..

그 남자와 같이 다니던 친구를 봤는데 결혼할뻔한 그 남자의 이름이 생각이 나질 않았다.
아..이럴수도 있구나 불과 몇년전까지만해도 힘들때면 그 남자랑 살았으면 이고생이 아니었겠지 하고 위로하곤했는데..
이름이 뭐였더라...이름이..성은 김이고 또 ...뭐더라...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도 혼자 중얼거리며 혼자 실룩거리며 웃었다.
저녁설겆이를 하다 드디어 생각난 그 이름..
세월은 그냥 흘러가는게 아닌가보다 싶어 한참 소리내어 웃었다.
하루가 다르게 심해지는 건망증도 때론 약으로 생각하며 살아야지.
설겆이 하다말고 웃는소리에 신랑이 와서 물었다.
- 무슨일이야
- 일은 무슨일
- 어디 아프나?
- 옛날 애인생각나서 웃었어
- 옛날 애인은 추억속에나 있는거지 지금 만나면 쥐꼬리만한
추억도 망가지니까 아쓰라..
그 애인 복도 많지 헤어지길 잘 했지..잘 했어...나니까 살지..

더러는 시간을 돌리고 싶을때도 있었지만 이렇게 사는것도 괜찮다싶다. 언젠가는 직접 만날날이 있을수도 있겠지.
그럼 이름을 불러줘야지.
와이프한테도 인사하고 애들한테도 .

그런데 지금도 피씩 웃음이 나는건 왜일까.
아마도 잠시 아주 잠시동안 15,6년으로 돌아가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