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참사 방종 극치,관료개혁 눈부릅떠야하나
나 도올은 여명이 밝지도 않은 새벽 지금 텅빈 서재에 홀로 앉아 , 땅을 치고 하늘을 원망하는 유족들의 호곡소리를 들으며 분노 의 붓길을 옮긴다. 기자랍시고 이 어두운 서재의 불빛 아래 앉아 멀쩡한 사지를 움직이며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을 부끄럽게 여 길 뿐이다.
噫! 天喪予! 天喪予! 하늘이 나를 버리셨는가! 하늘 이 나를 버리셨는가? 하늘이 이 민족을 버리셨는가! 하늘이 이 민 족을 버리셨는가!
대구 지하철 중앙로역참사는 화재(火災)가 아닌 인재(人災)요, 방화(放火)가 아닌 방종(放縱)과 방관(傍觀)과 방심(放心)의 재 앙이요 저주다. 내장재가 기준미달이래서 독가스가 쉽게 발생했 다느니, 송풍시설이 미비하다느니, 출구가 비좁다느니, 비상구 안내등이 부실하다느니, 교신시설이나 체계가 문제가 있다느니, …뉴스화면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이 따위 얘기들은 우리의 참혹한 현실로부터 우리눈을 또다시 멀게 만들 뿐이다.
우리의 분노를 자아내는 가장 핵심적 사태는 그러한 안전을 위한 물리적 조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물리적 조건을 운영하고 있는 인간들 의 대처능력, 생명의 존엄성 앞에 하시고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도덕성의 상실, 그리고 모든 공적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인간들 의 무책임성에 있다고 하는 이 엄연한 사실에 다시 한번 눈을 크 게 부릅떠야 한다.
대구지하철 1호선 1079호에 방화가 발생한 것은 18일 오전 9시 5 2분이었다. 그런데 1080호가 동 플랫폼에 진입한 것은 무려 4분 이나 지난 9시 56분의 사건이다. 이 4분 동안에 사령탑에서 1080 호로 하여금 중앙로역으로 진행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는 여건은 충분히 있었다. 뿐만인가? 1080호가 중앙로역으로 진입한 후에 문을 열었다가 연기가 난다고 바로 문을 닫는, 단순한 당혹감에 서 유래된 한 기관사의 무책임한 판단도 문제이지만, 불이 훨훨 타고 있는데 2분이나 문을 닫은 상태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종합 사령실에 기껏 전화한 내용이 “불이 났는데 어떻게 할까요?”라 는 말이 전부였다고 한다면 그 기관사는 유대인을 가스챔버에 몰 아넣고 질식사를 시키는 나치전범보다 더 무서운 살인자일 수도 있다. 그리고 안내방송이나 하고 자기 혼자, 다친 곳 한군데도 없이 그 참혹한 아비규환을 유유히 빠져나왔다고 한다면 더 이상 변명할 여지는 아무 것도 없다. 그 놈은 정말 나쁜 놈이다. 그리고 그 에게 아무런 긴박한 구체적 지시도 하지 않은 채 전원이나 차단 시키고 앉아있던 사령실 데스크의 놈들도 정말 나쁜 놈들이다. 예기치 못했던 당혹한 사태에 처한 불쌍한 기관사나 사령실의 특정 한 인간들을 내가 지금 살인자로 휘몰아치려는 것이 아니다.
바 로 이러한 무책임한 평범성의 상궤를 반복할 뿐인 인간들이 우리 나라 모든 공적 시스템을 장악하고 있으며 안일과 나태와 방종과 방일 속에 국가의 안위를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방비 상태 로! 그리고 이들의 무방비는 돌이킬 수 없는 다수의 폐해, 그리 고 최악의 사태인 생명의 파멸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은 또 한동안 실컷 떠들 수 있는 꺼리를 장만했을지도 모른 다. 그리고 이 소동이 지나고 나면, 지하철 배기구를 고치고, 출 구를 넓히고, 비상구 안내등을 강력한 놈으로 바꾸고, 내장재를 갈고 하느라고 국가예산만 더 투입될 것이고 지하철공사는 또 활 발히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또 신나게 돈 버는 놈들만 생길 것 이다. 그리고 책임자 몇 놈 처벌되고 나면 또 다시 망각의 늪으로 방종과 방일의 루틴만 반복될 것이다. 이렇게 무책임한 인간들 의 행군은 계속된다. 그리고 무심하게 길거리를 오가는 서민들의 생명만 또다시 짓밟힐 것이다.
참으로 무엇이 문제인가? 즉각적으로 모든 사태를 확인할 수 있 는 정보체계가 갖추어진 종합사령실에서 사고가 발생한 후 17분 후에나, 서로 뒤엉킨 시신들의 뼈까지 삭아들어가고 있던 그 시 점에야, 대구시내 전 전동차에게 화재발생이 통고되었다는 사실, 화염에 휩싸인 전동차의 기관사가 선조치 후보고의 아무런 액션 도 취하지 않은 채 멍청하게 승객들을 가두어놓고 있었다는 사실 은 우리나라 모든 공공기관의 총체적 위기와 무책임성을 입증하 는 명백한 사례인 것이다.
한국기업들의 비리를 용감히 파헤치고 있는 검찰이여! 한번 그대 들의 비리를 용감히 파헤쳐 보시오! 앞으로 이 대구지하철참사를 도마 위에 올려놓을 국회의원님들이여! 국가대의를 돌보지 않고 서로 물고 뜯기만 하면서 아무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않는 그대 들의 참상, 그리고 정치개혁일랑 뒷전으로 돌리려고만 하는 그대 들의 비열한 모습을 한번 도마 위에 올려놓아 보시오! 개혁? 좋 소!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개혁한다는 것이오? 좋소! 개혁하시오 ! 그러나 잊지마시오. 지금 이 시간 대구시민회관 합동분향소에 서 오열하고 있는 시민들은 개혁을 외치는 그대들이야말로 개혁 되어야 한다는 것을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는 것을! 개혁의 진정 한대상은 바로 우리나라 공공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공무원들이라 는 것을! 바로 그 공무원들의 수뇌가 취임을 며칠 앞둔 대통령직 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