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정당으로 쳐들어가자"
강준만 교수, 여수 은현교회에서 '문화의 복수'주제로 강연
박성태 기자 mihang21@hanmail.net
'김대중 죽이기'와 '노무현과 국민사기극'이라는 두 권의 책으로 2명의 대통령을 만들어낸 킹메이커(?) 강준만 교수(전북대 신문방송학과)가 20일 여수 은현교회(담임목사 김정명)에서 20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문화의 복수'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그는 개발독재의 효율성 못지 않게 그 폐해로 인한 잘못된 문화가 여전히 우리 생활 깊숙히 뿌리박고 있는 한 노무현 정권 하에서도 정치 개혁은 낙관할 수 없다고 열변을 토했다. 그의 강연내용을 정치 개혁, 언론 개혁, 호남언론 현실이라는 세 주제로 나눠 정리해 보았다.
정당으로 쳐들어가자.
▲ 개발독재의 폐해가 낳은 문화를 국민 스스로 바꾸지 않는한 각종 개혁은 요원하다고.
ⓒ2003 박성태최근 계간 '인물과 사상25호'(개마고원)에서 강 교수는 '반세기 이상 묵은 역사와 구조가 누적돼 이젠 문화로까지 정착된 한국 정치의 낙후성을 무슨 수로 바꿀 수가 있단 말인가'라며 국민을 상대로 한가지 제안을 했다.
그의 제안은 "정당 밖에서 정치는 더럽다고 흉보면서 대통령에게만 그 더러운 걸 치워달라는, 거의 실현 불가능한 요구를 할 게 아니라 국민 모두가 정당으로 쳐들어가자는 것"이다. 이러한 결단을 우선적으로 국민을 향해 훈계하는 지식인들부터 결단을 내려줄 것을 촉구했다.
이런 제안은 남이 차려준 밥상 거저 받을 생각하지 말고 정당이라는 더러운 부엌 안으로 들어가 청소도 하면서 직접 밥상을 차려보자는 것.
이날 강연에서도 강 교수는 여전히 우리 사회가 '정치는 더러운 것'으로 규정하고 정치를 욕하고 혐오하기만 할 뿐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확실하게 선동(?)했다.
선동의 요지는 "우리 모두 정당으로 쳐들어가서 정치는 '너희들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임을 확실히 천명하자"는 것.
그는 "정치개혁을 주장하는 지식인마저도 가입하지 않는 정당에 생업에 바쁜 국민이 정당에 가입해 당비를 납부하겠는냐"며 "아무도 정당에 가입하지 않으려는 하는데 정치개혁이 가능하겠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부끄럽게도 최근에서야 자신도 개혁국민정당에 가입해 당비를 납부하고 있다며 국민들 스스로가 정치를 욕하기만 할 일이 아니라 정치개혁 주체로 나서서 정치판을 바꿔야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노무현 정부가 표방하는 참여민주주의도 이러한 정치문화를 바꾸지 않고서는 별 다른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권위주의 통치하에서 참여는 패가망신하는 것이였다. 참여와 기부문화가 없는 것이 이 때문이다. 이러한 누적된 역사가 문화로 정착돼 바꿀 수 없을 지경이 됐다"며 문화의 복수로부터 국민 스스로가 벗어 나야한다고 역설했다.
▲ 강연회를 마친 후 시민들은 월간 인물과 사상을 들고 사인을 요청해와 다과회장이 북새통을 이뤘다.
ⓒ2003 박성태그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정치의 생활화'라고 하는 '문화적 변화'이다. 그는 이런 자신의 주장이 너무 이상적인 것이 아니냐는 물음에 "천만의 말씀이다"이고 답한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잠시 1,2년 전으로 되돌아 가보시기 바란다. 노무현의 대통령 당선보다는 훨씬 더 현실적인 프로그램이다. 우선 지식인들에게 기대를 걸고 싶다.
자신은 그 어느 정당에도 가입하지 않은 채 한국 정치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비판하고 고언하는 지식인들이 이제 더 이상 없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신문구독 행태 바뀌지 않는 한 언론개혁은 요원
그는 우리 사회의 큰 장벽은 생활 문화라고 말했다. 그 가운데서 신문구독 관행은 '민주주의를 망치는 주범'이라고 강조하고 이 것이 민주주의의 목을 조르고 있다고 분노했다.
그는 일차적으로 '권력변환'에 주목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과거 권위적인 군사독재정권하에서는 정치권력이 가장 막강한 권력이였지만 오늘날 민주주의 하에서 정치는 여론정치인만큼 여론을 장악한 언론이 가장 막강한 권력이다"이고 설명했다.
즉 권력이 정치권력에서 여론을 좌우하는 언론권력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 사회의 여론을 소위 '조중동'으로 불리는 수구신문이 70%이상 장악해 실질적으로 여론을 독점하고 정권의 발목을 잡는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신문구독 관행은 '자신의 이념적, 정치적 색깔과 무관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 국민의 신문 구독 관행이 첫째 늘 봐았던 신문이다는 관행, 둘째는 한국 사회의 영향력있는 집단의 정보를 획득하기 위해서, 즉 유력지이기 때문에 구독한다는 것. 셋째는 돈으로 독자를 매수하는 물량공세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 진보와 개혁세력에게 바이블(?)이된 강 교수의 저서 '김대중죽이기'와 '노무현과 국민사기극'에 사인을 받고 즐거워하고 있다.
ⓒ2003 박성태그가 밝힌 실례는 여전히 호남지역에서 '조중동'이 시장 점유율에서 순위를 다투고 있는 현실과 DJ광신도들마저도 신문만큼은 자신들의 정치적 색깔과 무관하게 조선일보를 구독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런 신문구독관행은 조중동으로 하여금 민심과 동떨어진 여론을 독점하게 만들어 민주주의를 병들게하는 것으로 언론개혁은 제도와 법의 문제를 넘어 '문화'차원에서 다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촌지문화는 물론 회식과 접대문화가 '살아가는 인정'쯤으로 여겨지고 리더십이 '돈 조달하는 능력'으로 평가되는 사회에서 부정부패 척결은 이뤄질 수 없다고 개탄했다.
노무현 정부하에서도 국민 스스로가 이런 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결국 '굶주린 자들의 밥그릇 교환'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답이 없는 호남언론
강 교수는 언론이 가장 낙후된 곳으로 호남지역을 꼽는다. 극단적으로 얼마나 많은 신문이 발행되는 지 모를 정도라며 "진절머리가 난다"며 솔직한 심경을 드러냈다.
한동안 광주일보를 구독했지만 지금은 보지 않고 있다는 그는 불신의 벽이 워낙 높아 지역언론을 살려야한다는 주장이 외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호남언론의 낙후성에 대해 염려하는 것은 지방지의 '여론 수렴 기능' 상실이다. 즉 공공의 커뮤니케이션으로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함으로써 지역민들이 지역 현안에 대한 관심이 없고 이는 지방자치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여론 수렴기능을 중앙지에 빼앗긴 호남인들은 결국 "나라 걱정하다 자기 동네는 망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대구매일신문과 부산일보가 각각 그 지역에서 시장 점유율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하길 주문했다.
이는 호남인들의 의사와 주장이 정부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것은 여론 수렴 기능이 없는 지방 언론의 낙후성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 여수은현교회가 창립 51주년을 맞아 마련한 시민강좌는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2003 박성태
답이 없는 호남 언론의 현실적인 타개책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신문구독 관행이라는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답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에대한 절박한 인식이 선행한다면 가능성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편 강 교수는 강연이나 TV 출연을 전혀 하지 않았던 과거의 태도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해 그의 얼굴을 자주 접할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는 조만간 '양심과 위선의 경계에서'라는 수필집도 선보일 예정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