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평검사 토론회를 보고
이번 대통령과 평검사의 토론회는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전국민들에게 생생히 알린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비유를 하자면...
담임 선생님과 학생들이 학급회의를 하고 있다. 주제는 내일 있을 시험에 관한 것이다.
담임 : 학생 여러분, 내일 있을 시험을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함께 토론해 봅시다.
학생 A : 선생님, 토론 전에 요구사항이 있거든요. 선생님 교탁을 치우고 자리배치를 원탁
으로 바꿔주세요. 안 그러면 저희들 토론에 참석 못합니다.
(일부 검사들은 원탁회의로 바꿔줄 것을 요구하며 버스에서 내리지 않고 버텼다지?)
담임 : 학생들, 지금 다시 자리배치를 할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그냥 토론을 진행합시다.
학생 B : 선생님, 제가 학생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시험 출제권과 성적
매기는 권한을 교사에게서 학생에게로 넘겨주십시오. 그리고 선생님이 저희들보다 말빨이
세서 좀 걱정인데요. 말빨로 저희들을 제압할 생각은 하지 마세요.
(토론 초반부터 신경전이 아주 팽팽했다.)
담임 : 말 실력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내일 있을 시험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것입니다. 시험 출제권을 학생들에게 달라고 하는데, 그건 안됩니다. 학
생들의 성적을 매기는 것은 교사의 고유권한입니다. 다른 어느 학교를 보더라도 학생들에게
시험 출제권과 채점권을 준 사례가 없습니다.
학생 C : 선생님, 그건 다른 학교 사례이구요. 저희 학급은 그냥 저희들끼리 시험 출제하고,
저희들끼리 채점하게 해 주세요. 이를 위해 성적평가 위원회를 구성하면 될 것 같거든요.
담임 : 성적평가 위원회라... 좋습니다. 좋구요... 하지만, 이번에는 그냥 합시다. 내일이 시험
인데, 언제 성적평가 위원회를 구성하겠습니까? 또한 성적평가 위원회를 학생들끼리만 구성
하는 것은 문제가 많아요. 외부 교사들과 학부모들도 참여한다면 모르겠지만... 어쨌든 고려
할 사항이 많으니, 내일 시험은 기존대로 그냥 치르도록 합시다.
학생 C : 제 생각에는요... "선생"이 아니라 "반장님"과 "부반장님"이 시험을 출제하면 더 좋
을 것 같아요. 어짜피 담임 선생은 계속 교체되쟎아요? 하지만, 반장님과 부반장님은 우리가
앞으로도 계속 모셔야 하거든요. 제가 입학해서 지금까지 4번이나 선생이 바뀌었거든요. 결
국 우리를 지켜줄 사람은 선생이 아니라, 반장님과 부반장님이시거든요.
(실제 토론회에서 한 검사는 대통령, 장관, 그리고 검찰총장"님"이라는 이상한 호칭 방법을
구사했다.)
담임 : 그건 안됩니다. 지난 번에 반장과 부반장이 나에게 제출한 숙제검사 결과 자료를 검
토해 보았는데, 문제가 많았습니다. 학생들이 사는 집의 아파트가 몇 평인지, 어떤 초등학교
출신인지는 잘 기록되어 있는데, 실제 숙제를 잘 했는지 안했는지에 대한 기록이 전혀 없었
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성적을 내었는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파트 평수가 크다
고 숙제를 안해도 무조건 좋은 성적을 주는 관행은 이제 개혁되어야 합니다.
(검사들 인사 관련 자료에 어떤 사건을 얼마나 잘 수사했는지에 관한 기록은 없고, 출신학
교와 기수, 본적 등의 자료만 있었다며?)
학생 D : 선생님도 학생 시절에 시험 보는 거 싫어했다면서요?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선생님이 13살 때 학교 수업 빼먹고 시험 안 본적이 있죠?
담임 : 아... 그건 말이죠... 수업을 빼먹기는 했는데, 시험이 싫어서가 아니라 그 때 몸이 좀
아파서... 당시 의사에게 직접 물어보세요. 정말입니다.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에 청탁 전화를 넣은 적이 있었다고 한 검사가 폭로를 했었지?)
학생 E : 거... 참... 지금 이 자리는 선생님 변명을 듣는 자리가 아닙니다. 선생님은 조용히
우리 학생들 의견이나 잘 경청하세요.
(한 검사는 목에 힘을 주고 마치 대통령을 타이르듯이 윽박질렀다.)
담임 : 그러니까 오늘 토론의 주제에 대해서 논의를 합시다. 오늘 토론의 주제는 내일 시험
에 관한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시험을 잘 볼 것인가? 구체적으로 무슨 과목을 어떻게 공부
하고 어떤 교재를 볼 것인가 등 보다 실질적인 이야기를 나누도록 합시다.
학생 F : 선생님, 시험 출제권과 채점권을 저희 학생들에게 주세요. 그리고 이것을 위해 반
장님과 부반장님으로 성적평가 위원회를 구성해줘요... 솔직히 말해서 교사가 출제하는 시험
은 공정성과 객관성이 의심되고 불신만 깊어질 뿐입니다. 외부 사람이 아니라 우리들끼리
시험을 보게 해 주세요.
담임 : 그건 안됩니다. 그리고 교사가 무슨 외부인입니까? 성적평가 권한은 교사의 고유한
권한이고, 이번에 제가 그것을 행사하겠다는데, 왜 이렇게 반대의견이 많습니까? 반장, 부반
장에게 시험 출제권을 넘기라고 하는데, 그건 안됩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반장, 부반장을
믿지 못하겠습니다. 부정행위를 하다가 적발된 경력이 있는 사람이 반장, 부반장으로 있는
데, 내가 어떻게 이 사람들을 믿고 내일 시험을 치르겠습니까?
학생 G : 선생님, 제가 어제 학교 근처에서 선생님이 어떤 젊은 여자랑 커피 마시는 걸 봤
거든요? 혹시 사모님 몰래 데이트하는 거 아닙니까? 이게 정말 교사로서 할 일입니까?
(실제 토론회에서 검사들은 대통령에 대해 여러 차례 인신공격을 퍼부었다.)
담임 : 허... 참... 이쯤 하면 이제 막나가자는 거지요? 오늘 토론에서 제가 좀 모욕감을 느끼
는군요. 해명할께요. 그 여자분은 데이트하려고 만난 것이 아닙니다. 일종의 해프닝인데요.
원래부터 제가 잘 알던 사람인데, 왜 만났느냐 하면...
학생 H : 선생님, 토론시간이 별로 안 남았습니다. 발언은 좀 짧게 해주시죠.
학생 I : 선생님은 학생 시절에 데모 많이 했다면서요? 저도 사실 대학생 형들 데모하는 거
많이 봤거든요. 최루탄 연기 속에 파란 하늘, 그리고 전방에서 바라본 그 철책선... 저도 선
생님처럼 386 컴퓨터 써요...
담임 : 오늘 토론의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합시다. 학생들끼리 미리 만나서 8시간이나 깊이
사전 토론을 했다면서요? 그 때 나온 좋은 의견들이 있으면 말해 주세요.
학생 J : 선생님, 저희 학생들이 사실 굉장히 힘들어요. 잠도 못자고 밤 12시까지 공부하죠.
엄마가 아파서 병원에 갔다가 1시간만에 입원한 적도 있죠... 좋아하는 만화도 못보고, TV
도 마음대로 못봐요... 그러니까 선생님이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세요.
담임 : 예, 학생들 힘든 것은 이해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성적평가 권한을 학생들에게 줄 수
는 없습니다. 오늘 토론의 주제와 관련된 내용으로 집중합시다.
학생 K : 선생님, 넥타이가 참 예뻐 보이네요. 제가 참 섬세한 여학생이거든요. 그런데 참
넥타이 색깔이 잘 어울려요.
(일부 검사들은 가끔씩 대통령에게 상당히 어색한 아부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담임 : 자... 학생 여러분, 이제 토론시간이 다 지난 것 같습니다. 드디어 내일이 시험입니다.
공부 열심히 해서, 내일 시험을 잘 보도록 하세요. 시험 후에 곧바로 성적발표가 있겠습니
다. 오늘 토론을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열심히 공부해 주세요. 그
럼, 오늘 토론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짝~ 짝~ 짝~ 박수~ 기념 촬영~
기자 : 집에 계신 학부모 여러분, 이것으로서 오늘 교사-학생간의 생방송 토론회를 모두 마
치도록 하겠습니다.
학부모 A : 거 참, 요즘 학생들 토론 수준이 이것밖에 안되나... 고등학생들 토론이 어째 초
등학생 토론만도 못하냐? 담임 선생님 인신공격이나 해대고... 학교가 지식만 가르칠 것이
아니라 먼저 인성교육부터 해야겠네...
학부모 B : 고등학교 입시 과목에 예의도덕 과목이 있나요? 없다면 추가해야겠는 걸요...
학부모 C : 학생들 상황이 이렇게까지 심각한 줄은 오늘 처음 알았네... 뭔가 크게 개혁을
하기는 해야겠어...
반장 : 저, 이제 반장 안할랍니다.
학부모 D : 그래도 오늘 학생들이 할 말은 다 했다고 봅니다.
초등학생 : 선생님에게도 저렇게 대드는 고등학생들이 자기보다 어린 우리들을 보면 얼마나
심할까? 길 가다가 절대 저런 고등학생들 안만나게 조심해야겠다.
동료교사 : 토론회 때 버릇 없던 학생들 몇 명을 교무실로 불러서 따끔하게 야단치고 징계
해야 하지 않을까?
담임 : 뭐, 징계까지 할 건 없지... 어쨌든 곧 시험 보고, 성적발표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