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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康風 몰고 온 여장부 [펌]-그녀는 멋있었다!!


BY 당신의 생각에 동 2003-03-14

[커버스토리]개혁 康風 몰고 온 여장부
[주간지] 2003년 03월 07일 (금) 14:33


성 파괴-서열 무시 강 법무 전격 등장 검찰-법무부 수뇌부 '벼랑 끝' 위기감 '복마전' 검찰 조직 개혁할 수 있을까
2월 27일 퇴근 시간에 즈음한 오후 5시쯤, 과천 법무부 청사에는 긴 장 속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장관을 맞는 법무부의 이날 표정은 곤혹스러운 것이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법무 부 공무원들이 초조한 표정으로 기다리는 가운데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청사 앞으로 빠르게 진입했다. 한 여성이 차에서 내렸다. 그의 모습은 의외로 왜소했다.

보라색 정장에 갸름한 얼굴, 150㎝가 조금 넘어 보이는 키는 사법 권 력의 중추 지휘본부로 우뚝선 법무부 청사와 대조를 이뤘다. 그가 바 로 여성으로 처음 법무부 수장에 오른 강금실 변호사였다.

이날의 풍경에 이목이 집중된 것은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검찰 수뇌부와 새파란 후배인 강 장관의 만남 때문이었다.

강 장관은 사시 23회. 기수만으로 보면 한창 현장을 뛰고 있는 부장 검사급이다. 현 김각영 검찰총장이 사시 12회, 대검 이하 검찰 고위직 은 14~16회이다. 결국 까마득한 후배에게 내로라하는 검찰 수뇌부가 머리를 조아리는 장면이 펼쳐지게 됐으니 눈길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취임식에선 개혁을 해야 하는 후배의 탐색전과 당해야 하는 선배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으로 불꽃이 튀었다. 검찰을 비롯한 사법부 수뇌 부 입장에서는 베일에 가려 있던 후배 장관의 면면을 확인하면서 임 박한 '폭풍'을 준비해야 하는 위기감이 깊이 배어 있었고, 칼을 품고 법무부에 입성한 강 장관 입장에서는 개혁 대상이 된 선배의 기를 꺾 어놓아야 하는 어려운 자리였다.

▲목소리 가늘지만 뼈 있는 취임사

그러나 역시 가장 궁금한 것은 왜 굳이 '강금실'이었을까 하는 점이 었다. 판사 출신으로 법조계의 두터운 벽을 모를 리 없는 노무현 대 통령이 강 장관을 끝까지 고집한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점이었다. 이 를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인사차 들른 김각영 총장과 유 창종 서울지검장 등 수뇌부와 간단히 차를 마신 후 강 장관은 곧바로 취임식장에 섰다.

여성 장관과 검찰 관계자들의 첫 만남의 풍경은 앞으로 강 장관에게 닥칠 험난한 여정을 그대로 예고했다. 도열한 200여 명의 법무부-검 찰 고위직 가운데 여성은 단 1명밖에 없었다. 더욱이 이날 참석자는 검찰 요직을 맡고 있는, 단물 쓴물 다 맛본 백전노장들이었다.

이윽고 후배 장관과 선배 검찰 수뇌부의 만남의 시간. 사회자의 "신 임 장관님께 경례" 구령이 떨어졌다. 그러나 까마득한 후배 장관에게 일부 검사장은 제대로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편치 않은 심기를 드러 낸 것이다. 머뭇거리는 그들을 향해 강 장관은 가늘지만 뼈 있는 취 임사를 시작했다.

"저의 취임에 대해 당황해하는 분들이 있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받 아들이기 어려운 분들이 있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대통령께서 서열을 무시하고 여성인 저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한 배경 을 설명하셨습니다. 그것은 한마디로 검찰개혁이 최우선적인 역사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머리가 희끗히끗한 선배를 향해 날린 강 장관의 취임 일성은 직격탄 이었다. 마이크가 없었다면 잘 들리지도 않을 만큼 그의 목소리는 작 았지만, 그 속에는 검찰개혁에 관한 강한 메시지가 배어났다.

▲강 장관 인사권은 분명히 내 몫 천명

"지금 검찰의 위상은 땅에 떨어질대로 떨어져 있습니다. 이대로 계속 된다면 위상 회복은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이런 사태에 이르게 된 데 대해 저도 법조인의 한 사람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가슴 이 아픕니다. 검찰개혁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대세입니다. 그리고 그 개혁은 제가 잘 되려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이 잘 되고 법무부와 검찰이 잘 되고 결국은 국민이 잘 되는 길입니다."

노 대통령이 강금실 카드를 고집한 이유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강 장관은 준비해온 원고를 읽지 않고, 수뇌부의 얼굴을 똑바로 응시하 며 10여 분간 취임사를 술술 이어갔다. 일종의 기싸움이었다. 그만큼 그는 당찼고 거침없었다. 반면 검찰 수뇌부의 표정은 파랗게 질렸다. 결과적으로 까마득한 40대 여성 법무장관이 내로라하는 선배를 휘어 잡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우려는 기우였다.

황급히 취임식장을 빠져나가는 검찰 수뇌부의 얼굴은 붉게 상기됐다. 후배라고 절대 앝잡아볼 수 없는, 결코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라는 것이 수뇌부의 일반적인 평가. 한 검사장은 자리를 떠면서 "많은 변 화가 있을 것 같다"며 말을 아꼈고, 대검의 한 부장검사는 "사람은 작 지만 여장부 스타일"이라고 평했다.

검찰 수뇌부의 마음이 더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인사권은 분명히 내 몫'이라고 강 장관이 천명했기 때문이다. "일선 검사들의 수사권은 철저히 보장하겠습니다. 그러나 법무부와 검찰의 견제와 균 형을 위해 인사권은 분명히 행사하겠습니다." 인사권을 틀어쥐겠다는 것은 검찰 수뇌부에는 대폭적인 물갈이를 예고하는 부분이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 검찰 수뇌부와 강 장관과의 기싸움 1라운드는 강 장관의 승리로 끝났다.

▲사시 12회 용퇴 여부 결정해야

법조계 내에서 강 장관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작지만 야무지고 '웬만 한 남자 빰치는 여장부'라는 데로 모아진다. 그와 사시 동기인 서울 지법의 김모 부장판사는 "대학 다닐 때부터 사회 참여 의식이 강했다 "면서 "법무부와 검찰에 선배가 즐비하지만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그와 함께 일하고 있는 법무법인 '지평'의 한 변호사는 "강 장관의 장점은 자신과 입장이 다른 사람도 적으로 만들 지 않고 포용하는 것"이라면서 "우려하는 것처럼 우격다짐식의 개혁 은 없을 것이며, 합리적인 방안을 만들어 모두의 동의를 받는 식으로 개혁을 진행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실제 그는 벤처 전문 포럼 '지평'을 이끌면서 변호사들의 활동을 철 저히 보장하면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색다른 조직문화를 만들어 화제를 모았다. 40대 여성으로서 거대 로펌이 즐비한 변호사 업계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당차면서도 유연한 그의 품성 때문인 것으로 전한다.

노 대통령은 강금실 장관을 발탁한 데 이어 법무부 차관에도 서열을 파괴해 전 차관보다 사시 기수가 4회 늦은 정상명 기획관리실장(17 회)을 승진 기용했다. 이로써 법무부는 새 진용을 갖췄다. 이제 남은 것은 칼자루를 쥔 강 장관이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어떻게 조각하느냐에 있다. 강 장관은 3월 10일 이전에 고위 간부에 대한 인선을 마칠 계획이다.

취임사 등에 비춰보면 강 장관의 검찰 인사의 원칙과 기준은 서열 파 괴 내지 적재적소 인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취임식 후 한 기자회견 에서 강 장관은 "시간이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자신있다. 개인 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꼼꼼히 준비하겠다"며 강한 자신 감을 나타냈다.

사법시험 기수를 고려하는 관행을 깨고 장관에 발탁됐고, 스스로도 법무부의 '문민화'와 검찰 내 '기수파괴'를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후속인사의 관전포인트는 '검찰의 꽃'으로 불리는 서울지검장을 비롯, 법무부 검찰국장과 대검 중수-공안부장 등 이른바 '빅4' 인선이 어떻게 결론나느냐에 있다. 그 향배에 따라 검찰개혁의 소용돌이는 본격적으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젊은 후배 여성 장관을 맞아 밤잠을 설치고 있는 이들은 현 김각영 총장과 그의 동기인 이종찬 서울고검장, 한부환 법무연수원장, 김승규 부산고검장 등 사시 12회다. 차관까지 까마득한 후배가 기용되면서 이들은 이제 용퇴 여부를 결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동안 "총장 임기는 법에서 보장한 것"이라며 버텨온 김각영 총장도 벼랑 끝으로 몰려 있는 셈이다.

강 장관의 최근 행보는 콧대높은 검찰 수뇌부의 기를 꺾어놓는 데는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가 '복마전'을 이루고 있는 검 찰 조직을 무리없이 개혁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듯하 다. 강 장관도 강 장관이지만 검찰도 그렇게 호락호락한 조직은 아니 기 때문이다. 최초의 여성 후배 장관과 선배 검찰 수뇌부가 앞으로 어떤 '샅바싸움'을 벌일지 지켜볼 일이다.

안길찬 기자 cha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