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초등학교 5학년 학급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이 이야기를 읽고 등장인물들의 대사와 태도를 잘 살핀 다음 잘못된 점을 짚어내 보세요.
5학년 1반에는 몇 명 안되는 청소부원들이 교실 안의 청소를 담당하는 중요하고 힘든 임무를 도맡아 하고 있었습니다. 일은 힘들고 더럽지만 아주 중요한 일이었기에 반 학생들은 꽤 똑똑하다 싶은 아이들을 뽑아 그 일을 맡기고, 교실을 어지럽히는 다른 아이를 불러 세워 벌을 주는 권한도 주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청소부원들은 이 학급안에서 막강한 권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5학년 1반은 부자인 동네아이들과 평범하고 잘 살지 못하는 아이들이 섞여 있었습니다. 부자 동네 아이들은 과외도 받아서 공부도 더 잘했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을 무시했습니다. 선거할 때면 과자와 빵을 뿌리고, 힘센 아이들을 자기편으로 만들어 다른 애들 협박하고, 친한 친구들 이리 저리 연결시켜 결국 5학년 1반의 임원자리는 다 차지했습니다. 문제는 청소부원들도 부자동네의 공부잘하는 애들 중 하나라서 같은 동네 애들이랑 더 친했지, 대다수의 평범한 반 급우들하고는 별로 잘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부를 못하거나 가난한 애가 조금만 쓰레기 흘려도 규칙을 엄격하게 적용해 맘껏 윽박지르면서, 자기네랑 친한 부자 애들이 교실에서 흙발로 놀든 칠판지우개를 던지고 놀면서 온 교실을 분필가루 투성이로 만들어 전체 학생이 콜록거리든 가만 냅두는 것이었습니다.
이러니 학급이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습니다. 교실은 늘 지저분하고 울음과 눈치보기가 횡행했습니다. 보다 못한 5학년 1반 학생들은 다 같이 의논하여 반장을 다시 뽑았습니다. 예상외로 가난한 동네의 애가 뽑혀서 다들 놀랐지만 이제까지의 반장과는 완전히 성격도 다르고 생각도 다른 애여서 모두들 야, 이번에는 뭔가 다르겠지 하고 기대가 컸습니다. 돈도 별로 없고 힘센 친구도 가지지 않았지만 그 애는 반 전체가 투표로 선출한 반장이었기에, 새로 환경미화를 할 때가 되자 학생들은 새 반장의 입과 행동을 주목하면서 활기차게 돌아가려 하고 있었습니다.
아, 그런데 이게 왠 일입니까! 청소도구를 사는데, 이 반장이 그만 새로 뽑힌 여자 부반장이랑만 의논하고 빗자루와 쓰레받기 몇 개를 사 버리고 만 것입니다. 청소부원들의 충격은 대단했습니다. 왜냐하면 청소부원들도 새 반장에 대한 기대가 대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전 반장들과 마찬가지로 자기네들끼리 몰래 결정하고 사 버리다니! 청소부원들이 공개적으로 항의하자 난감해진 반장은 ‘교실을 어떻게 깨끗하게 할 것인가’를 놓고 청소부원과 함께 회의를 하자고 했습니다. 청소부원들은 물론 그 회의를 위해 열심히 준비를 했죠.
반장: 제가 이번에 청소용구를 이렇게 구입한 것은 우리 반에서 지금 쓰고있는 ‘대머리표’ 회사 제품이 품질이 너무 떨어지고 낡아서 완전히 다른 제품으로 구입하려고 한 것입니다. 하지만 다 같이 의논해서 사기에는 교실은 너무 지저분하고 당장 청소는 해야겠기에 우선 부반장이랑 의논해서 급한대로 몇 개 먼저 샀습니다.
청소부원1: 그래도 그러면 안돼요. 이번 반장을 다를 줄 알았는데 정말 실망입니다.
청소부원2: 청소용구는 이제까지 청소를 해온 우리가 가장 잘 압니다. 우리가 살 수 있게 해 주세요.
반장: 하지만 청소용구는 학급비로 사는 거니까 의논해서 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부원에게 돈을 맡기고 알아서 다 사오라 하는 것은 공금처리방식으로는 적당하지 않으니, 다음부터는 부반장과 청소부원 몇 명, 학급비 사용을 감시할 수 있는 학생 몇 명이 의논하여 같이 샀으면 좋겠습니다.
청소부원3: 아닙니다. 우리가 사야 합니다. 그게 우리가 간섭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첫 번째 조건입니다.
부반장: 제가 다른 회사 청소용구도 조사해 봤거든요...
청소부원: 부반장은 조용히 하세요! 우리는 지금 반장과 얘기하고 있습니다!(여자애 주제에, 키도 나보다 작고 힘도 나보다 안 세면서!-이렇게 생각했는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청소부원들이 이전의 반장 부반장에게는 결코 이렇게 행동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한번도요.)
반장: 학급비 집행의 필수 항목 사용은 반장인 제가 정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이전의 반장들도 다 그렇게 했는데, 왜 나한테만 이러는지 모르겠네요.
청소부원4: 이번 반장은 다를 줄 알았죠.... 어쨌든 우리가 청소용구 살 수 있게 해 주세요.
반장: 그게 왜 안되는지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자, 이제 청소용구 구입 위원회를 설치할테니, 어떻게 할 것인가 그걸 의논해 봅시다. 지금은 급한대로 구입해 놓은 거 쓰고, 다음에 구입할 때는 위원회에서 의논한 후 구입하도록 약속드리겠습니다.
청소부원1: 우리가 전문가니까 우리가 직접 사게 해 주세요. 청소에 간섭하는 거 이전 반장이 하도 많이 해 놔서 솔직히 이번 반장 약속도 못 믿겠어요.
청소부원2: 반장네 집 차는 어떤 차예요? 우리 집은 그랜전데....
청소부원5: 반장네 형이 지난 번에 불량식품 사먹다 걸렸다면서요? 반장도 깨끗한 거 없네 뭐.
청소부원3: 솔직히 우리 교실이 지저분했던 거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건 이전 반장들이 우리가 청소하는데 하도 간섭해서 그런거지, 우리가 크게 잘못한 건 아니예요.
반장: 청소용구 구입 위원회 얘길 해 봅시다.
청소부원4: 이번에 산 거 도로 물리고, 우리가 사게 해 줘요.
청소부원5: 우리가 청소하느라 얼마나 고생하는지 알아요? 왜 우리 반 친구들은 그걸 알지도 못하면서 우리 탓만 하는지 모르겠어요.
반장: (지금 ‘교실을 어떻게 깨끗하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회의하는 거 아닌가? 환경미화의 핵심이 청소라서 일부러 회의시간을 잡았는데, 변명이랑 신세타령으로 시간 다 지나가네. 도대체 같은 말을 몇 번씩하게 만드는 거야! 청소용구 구입 하나만으로 두 시간을 끌고 있다니, 정말 짜증나네.-라는 표정의 반장.)
청소부원들: (합창) 우리가 직접 사게 해 줘요! 우리가 직접 사게 해줘요!.....
그렇게 회의 시간이 다 지나갔습니다. 그 회의를 지켜 보던 학급 아이들이 어이가 없어서 청소부원들한테 한 마디씩 합니다.
“야, 반장네 집 차 없는 거 누구나 다 아는데, 그렇게 물어보냐? 그리고 그게 이번 회의랑 무슨 상관인데?”
“이전 반장들이랑 한 패거리로 놀면서 청소규칙을 구실로 반 애들 괴롭힌 게 너희들이잖아. 왜 이제와서 피해자인척 하니? 과자 부스러기도 제일 많이 받아먹었으면서....”
“너네 회의 준비 열심히 했다더니 정말 한 거 맞니? 교실이 어디 어디가 더러운가, 어디를 특히 깨끗이 청소해야 하는가, 그런 얘기를 해야 하는 거였잖아. 토론하러 나온거야 아니면 반장이랑 싸우러 나온 거야? ”
“토론하는 태도가 기본이 안 됐다. 상대방 뒷구멍 조사해서 약점이나 까발리고, 말 자르고....”
“야, 너네만 고생하냐? 우린 어떤데? 쟤는 종이 사러 갔다오다 비 맞아서 감기 걸리고, 얘는 화장실 청소하고.....다른 애들은 더 고생하고 있어. 밖에서 추위에 떨면서 운동장 청소하는 애들도 있는데 따뜻한 교실에만 들어앉아만 있으면서 왜 그렇게 징징대냐?”
듣던 청소부원들, 항의합니다.
“왜들 그래! 우리가 뭘 잘못했다구! 지난 반장들이 우리 협박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단 말야! 잘못은 걔네들이 더 했지 우리는 책임없다.”
“우리라고 교실 깨끗이 안 하고 싶은 줄 알아? 너네들이 우리 기를 살려줘야 우리가 신바람나서 일할건데, 왜 다들 쫑코만 주냔 말야! 우리 권위를 인정해 줘!”
하지만 반응은 냉랭합니다. 얘기해도 못 알아듣는 청소부원들한테 실망한 애들이 돌아섭니다.
“변명 좀 그만해라. 남 탓 하는 거 정말 비겁하다. 우린 그 보다 더한 협박받으면서도 할 일 다 했는데.....”
“청소용구 타령만 하는 게 아니라 니네들이 먼저 열심히 하고 있으면 울고불고 안해도 우리가 박수쳐 준다.”
“지들이 규칙을 공정하게 적용해봐라, 누가 그 권위 인정 안 해주나.”
하나 둘씩 빠져나가는 친구들을 보면서 청소부원 아이들은 울며 소리지릅니다.
“정말 너무해! 우리가 청소한다고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데! 왜 몰라주는 거야! 우리가 뭘 잘못했냐고!”
여전히 더러운 교실 안에서 청소부원들의 외침이 공허하게 울려 퍼집니다.
자, 이제 이해가 되십니까? 이렇게 과거의 자기 잘못은 반성하지 않고, 자기 주장만 내세우는 아이를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얘들아, 정말 미안해. 우리가 너네들 괴롭힌 건 사실이야. 같은 반 친구로서 그러면 안되는 거였는데. 용서해줘. 이제부터는 공정하게 잘 할게.”라고 진심으로 말하면 받아줄텐데....
그래도 청소용구 구입을 누가 하느냐가 우선이라구요? 그럼 이 글을 프린트해서 당신의 초등학교 자녀에게 보여주며 이 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친구로 삼고 싶냐고 물어 보십시오. 누구 말이 옳은가, 그 애가 잘 설명해 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