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임신 만 8개월을 지나 9개월로 접어든 예비엄마예요.
어찌보면 아무 것도 아닌데, 전 좀... 그래서 그냥 여기다 몇자 써보네여.
원래 저희 시댁이 정이 참 많으세요.
그런 집에서 자랑 우리 남편도 정이 많은 편이구요.
게다가 장남이라 다른 동생들보다 부모님의 사랑을 엄청 받고 자란 남자이지요.
너무 정이 많다보니, 가족들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많으신데요,
심지어는 과자 한 봉지를 사도 어디에서 얼마를 주고 샀는지를 꼭 말씀드리지 않으면 좀 서운해하시는... 그런 면이 있으시답니다.
저희가 결혼하면서도 이것 저것 관심이 많으셨는데,
너무 시시콜콜 다 얘기하면 제가 나중에 피곤해질 것 같아서
일부러 시부모님께는 이것 저것 다 얘기를 안했었어요.
떡이 되든, 밥이 되든, 우리 살림 우리 뜻대로 하고싶어서요.
다행이 저희가 시부모님께 생활비를 드리는 입장이라,
게다가 며느리를 조금 어려워하시는 덕(?)에 궁금하셔도 별로 물어보는 일 없이 지나갔는데...
결혼한 지 2년이 넘고, 첫 아기를 낳을 때가 되니까
이제 조금씩 권리(?) 행사를 하시더군요.
제가 맞벌이라 아기를 시어머니께서 봐주실거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이제 저희 집에 오시면 가구 배치도 시어머니 맘대로 바꾸시구요.
집안 구석구석 청소해주신다며 여기 저기 다 열어보시구요.
이건 이렇게 해라, 저건 저렇게 해라,
이건 얼마주고 샀니? 저런건 필요없는 건데 왜 샀니? 나한테 물어보고 사지...
관심 가져주시는 거 고맙고,
집안 살림 엉망되지 않게 도와주시는 거 정말 고마운 일이지요.
연세가 많이 드셔서 몸도 많이 고되실텐데 말이죠.
그런데 문제는 제가 그걸 싫어한다는 거예요.
결혼 전에 '자율적'으로 알아서 해라. 는 가정 교육을 받은 탓인지,
남들이 제가 하는 일에 감놔라 배놔라... 하는 거 정말 싫거든요.
남편과 상의하는 건 싫다는 생각을 안가졌는데,
시어머니와는 사고방식 자체가 틀리니까 상의를 해도 제 뜻은 하나도 반영안되고 시어머니 뜻대로 해야하잖아요. 시어머니가 하자는대로 안하면 시어머니는 서운해하시고, 저는 버릇없는 며느리가 되는거구요.
작년에는 이사를 하는데,
저희 이삿짐을 시어머니 맘에 드는 위치에 놓으시더라구요.
저는 거기가 싫고 이 쪽이 좋다고 제가 다시 옮기면
너는 가구 배치할 줄도 모르니... 하면서 다시 원하는 위치에 놓으시구요.
그래서 시어머니께서 집에 가실 때까지 기다렸다가
밤 늦게 짐 정리 다시 한 적도 있었답니다.
문제는 출산일이 다가오면서 더하네요.
친정 어머니께서 일을 하시기때문에 산후조리를 못해주시거든요.
그게 미안하다시며 산후조리원 좋은 데로 알아봐주시고 예약을 했어요.
돈도 친정 어머니께서 다 내시구요.
시어머니께 상의를 드리거나 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분명히 돈 아까우니 당신께서 산후조리 해주신다고 할테고,
그 마음은 고마우시나, 제 성격에 시어머니의 산후조리를 받으면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굉장할거라고 생각하고, 좀 서운해하셔도 별 수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상의도 안하고 그렇게 했다며 막 뭐라고 그러시더라구요.
저희 친정 어머니를 경우에 없는 사람이라고 욕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근데 산후조리는 원래 친정부모님이 하는 거 아닌가요???
아기용품을 사는데도 같이 다니자시네요.
저는 남편이랑 알콩달콩 다니면서 사고싶었거든요.
시어머니랑 같이 나가면 시어머니 하자는대로 다 사고, 저는 옆에서 돈만 내고 있을텐데......
물론 경험이 있으신 분이니, 저보다 나은 선택을 하실 수도 있지만,
전 제 스스로의 힘으로 이것 저것 준비해보고싶거든요.
여러가지 시행착오도 겪어가면서......
제 생각 하셔서 도와주신다고 나서시는거니, 말리면 또 서운해할테고,
가격보다는 질을, 실용성을 따지는 저와는 사고방식이 다르니
물건 하나를 사는데에도 부딪히게될 것 같은데,
이를 어찌해야 좋을 지......
직장에 있는 사람들은 행복한 고민을 한다고도 하네요.
시어머니가 그렇게 나서서 다 해주면 편하다나요?
그런데 맞벌이로 아무리 힘들어도,
아기에게 쓰일 것들은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하나 하나 제 손으로 장만하고싶은 이 마음은 어찌 접어두어야할까요?
이러다가는 아기를 양육하는 데에도 저 혼자 스트레스 엄청 받을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아들의 자식'이 아닌 '당신의 손주'라는 데에 더 큰 비중을 두시거든요.
제가 그 집 대 이어주려고 결혼하고 아기낳는 것도 아니고, 사랑하는 남자와 사랑의 결실로 소중한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하려는 것인데, 자꾸만 애 낳아주러 그 집으로 시집간 사람... 취급을 받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좀 그렇기도 해요.
육아휴직을 하고 힘들어도 내가 키울까?
생각도 해보았는데, 남편이 둘째나 낳고 휴직하자고 하네요.
어머니께서 키워주신다는데.... 뭐... 하면서...
남의 속도 모르고...
우리 시어머니께서 악의로 그러시는 게 아니라 단지 자식들에게 관심이 많으시다는 것 뿐이니, 남편한테 투덜대지도 못하고, 저 혼자 끙끙 앓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