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947

나 당신한테 고백할꺼 있는데....


BY p.s.o 2003-03-19

둘이 함께라는 이름으로 올해로 벌써 11년째네...
솜털이 보송보송한 풋풋한 20대에 당신을 만나서...
같은 회사에서 마주하다보니 알게 모르게 정이 들어서...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나이에 8살차이라는 나이차를 뛰어넘어
사랑이란 이름하에 결혼이란걸 했지...

지금도 내가 일저질러서 수습하느라고 결혼을 했느니..
하기싫은거 어쩔수없이 했느니하면 발끈하면서...
물러~~물러~~ 그렇게 후회되면 갈라서~~ 라고
서운해 하지...
자기는 아직도 옛날이나 지금이나 날 엄청 사랑하고 있는데...
나는 아닌거 같다고 씁쓸한 표정을 짓곤 하지...

그래 미안해...
어쩌면 나 당신 사랑하지 않는지도 몰라...
몇년전부터 당신만 생각할 내 마음에...
다른 사람이 머물러 있더라...
아무래도 나 그사람 좋아하는거 같애...
당신한테 미안할짓 안했는데도...
그냥 가끔씩 전화만 주고 받을 뿐인데도...
괜히 그냥 찔리는 마음이 든다...

왜 그런지 모르겠어...
아마도 요즘의 당신모습과는 다르게..
그사람한테는 내가 바라는 모든게 있는거 같았나봐...
당신의 자상함과는 다른 진실함 성실함이 있었고...
키작은 당신해비해 훤칠한 키에..
아주 잘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그정도면 준수한 얼굴...
돈이 아주 많은것도 아니고
나보다 한살많은 그냥 평범한 회사원...
당신한테는 안보여 줄꺼지만 나랑 가장친하다는
친구한테는 보여줬었다...
그친구가 그러더군 참 괜찮은 사람같다고...
한두번 건내본 말로 어찌알겠냐마는...
외적으로 보이는걸로만 사람을 어떻게 평가하겠냐마는...
내친구가 그를 좋게 봐주니 기분은 좋더라...

당신도 얘기하면 알껄?
가끔가다 내 폰에 뜨던 전화번호를 말하면...
전처럼 전화를 자주하지는 않아...
왜냐면 서로 지킬건 지켜야 되기때문에...
사소한 오해로 인해 가정에 문제가 생기면 안되잖아...

그래서 마음속으로는 정리도 많이 했어...
그냥 친구일뿐이라고...
나 말야...그냥 남자 친구 하나쯤 사귀면 당신이 어떻게 생각할까?
요즘엔 말야...
당신이 그렇게 미울수가 없어...
사업한답시고 있는돈 없는돈 다 끌어다가 빚만지고...
며칠후면 된다 된다 한것이 벌써 3달이 넘었고...
3년동안 우리 벌어논거 다까먹구 진 빚이 억이 넘었잖아...ㅠ.ㅠ
이젠 너무 지치고...
못먹는 술이 자꾸 먹고 싶고...
이러다가 나 일이라도 저질르고 말거 같아...

원망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런 마음이 더하면 더할수록 난 그사람이 보고싶어져...
그러면 안되는거잖아...
처음에 그사람이 날 만나러 왔을때...
한손엔 장미꽃다발을 들고 깔끔하게 정장차림을 하고 왔더라...
어찌나 어색하던지...근데 참 신기하게 난 한번에 그가 누군지
알았거든...나오는 웃음을 참으면서...
어수선한 주변정리를 하느라 정신없어하던 내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고 하더라...
그렇게 동창처럼 그사람과 우리아이들데리고 저녁을 먹고...
아이들도 그사람이 동창친구인줄 알지...
친구를 가장한 애인이 될줄 누가 알았겠어...
그러면서 조금씩 좋아졌나봐...
당신의 게으름에 비하면...
너무도 성실한 그사람이...
처자식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그사람이...
내남편이었으면 하길 바랬나봐...
그친구도 나같은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더군...
일하면서도 가정에 충실한 내가...
마음씀씀이가 이뿌다면서...

10년을 같이살아온 당신은 늘 부족해보이는 내가
겨우 2년을 안 그사람은 인정해 주더라...
그게 허울좋은 말뿐인데도 그냥 좋더라...

바보~
당신 바보야...
내가 다른사람 좋아하는데도 눈치 못채구...
당신 내가 그런거 알면 배신감에 몸서리 치겠지?

당신 그거 알어? 작년 봄에 당신이 친구네금방 가서 커플링 해가지고 왔을때..
무슨날도 아닌데 이런건 왜 사왔어? 그랬더니...
그냥 당신주고 싶어서 사왔다고 했었지...
손가락이 굵어서 안들어가니까 바꿔다 준다고 몇달째
껴보지도 못하고...결국은 결혼기념일이 지나서 받았던가?
나도 당신이 잘해준다고 티내고 싶어서...
모임에 나가서 이거 울 신랑이 결혼 10주년됐다고 커플링 해준거다..
라고 자랑하면 친구들은 부러운 눈으로 바라봐줬지...
그래 지금도 그반지는 그냥 반지가 아니고 10주년기념반지라고 생각해..
그래야 당신 위신이 좀 서잖아?
결국 난 그 반지값도 내손으로 다 갚았지만...
날 생각하는 당신 마음은 고맙게 생각해...
당신만 믿고 살기엔 나 정말 지친걸까?

지겹다는 말이 목에차오는데도...
꼴보기 싫어 죽겠다는 말이 목에걸려있는데도...
난 당신얼굴에대고 뱉지를 못하겠어...
나 정말 힘들다...
나좀 잡아주라...

당신 빨리 돈좀 벌어와라....
미치겠다 정말....
이생활 나 정말 지쳤다...
당신말고 그사람이 날 원하면...
나 그냥 그사람한테 가고 싶어질꺼 같어...

그럼 안되는거 알고 있지만...
지금은 그냥 그러고 싶단말야...
제발 날좀 더 이상 다른대로 가지 않게 잡아주라...응?

이렇게라도 말하고 나니까 후련하다...
나쁜년이라고 욕을 하던지 말던지...
그거는 내 알바 아니고...
당신빨리 일하는 아빠로 돌아왔음 좋겠어...
매일 이불쓰고 점심넘어서 까지 뒹구는 당신...
정말 죽이고 싶도록 미워져...

당신이 당신 본분 다 지키고 성실한 모습보이면
정말 소원이 없을꺼야...
그러면 다른대로 가는 내맘도 추스리기 쉬워질꺼 같은데...
아직은 아무것도 그사람하고는 한게 없지만...
아주 없다고도 못하지...
날 위해서 무엇인가 자꾸 해주고 싶어하는데...
그마음 받기 버거워서 난 자꾸 밀어내고 있거든...
그렇게 그냥 좋은 기억들만 가득쌓여가네.....
이제막 사랑을 시작한 소녀처럼 가슴이 떨리고 그래...
만나고 싶을때 못만나는 아픔이 있지만 말이야...

날 영원히 당신곁에 두고싶으면...
당신...당신 본분을 다 하도록 노력좀 해봐..제발....